[smartPC사랑=임병선 기자] 2021년은 그야말로 SSD 시장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SATA3 기반 SSD가 여전히 높은 시장 점유율을 지키고는 있었지만, M.2 기반 SSD의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늘렸다. 게다가 M.2 SSD에서도 SATA 프로토콜이 아닌 PCIe 프로토콜을 사용하는 NVMe(PCIe 3.0) 인터페이스 SSD의 비중이 커지면서 하이엔드 시장은 본격적으로 M.2 NVMe SSD가 차지하게 되었다.
여기에 AMD에 이어 인텔도 최신 시스템에서 PCIe 4.0 인터페이스를 지원함에 따라 SSD 시장에도 하이엔드 & 고급화 전략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최근 SSD 시장의 변화와 함께 2022년에는 SSD 시장이 어떻게 변화될지 미리 살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비대면 확산, SSD 시장 성장 가속화
세계무역기구(WTO) 산하 국제무역센터(ITC)에 따르면 2020년 SSD 세계 수출액은 404억 1,178만 달러 규모로, 2019년 307억 2,194만 달러 대비 31.5% 성장했다. 2016년(201억 9,040만 달러) 규모와 비교하면 4년 만에 2배로 커진 셈이다.
반면, HDD 같은 전통적인 기억장치의 수출액은 지난 2018년(757억 2,720만 달러)을 정점으로 2019년에는 653억 651만 달러, 2020년에는 626억 8,764만 달러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그나마 2020년에는 감소 폭이 적었지만, 규모가 계속 줄어드는 것은 막을 수 없다. 최근 SSD 시장이 크게 성장한 배경으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 원격수업 등으로 데스크톱 PC와 노트북 등 전자제품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SSD는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르고 무소음과 HDD에 비해 전력 소모가 낮은데다가 크기도 작고 가벼워 차세대 저장 장치로 각광받고 있지만, 용량 대비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HDD를 완전히 대체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1TB 이하 용량의 SSD 가격이 마침내 충분히 낮아지면서 메인 저장 장치로 SSD를 사용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여기에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산업의 지속 성장으로 기업에서 SSD 채택 비중을 크게 늘린 것 또한 SSD 시장 성장에 한몫했다. 최근 주요 글로벌 IT업체에 서버 운영비를 낮추기 위한 방편으로 저장 장치를 SSD로 대거 교체하고 있다. SSD는 HDD에 비해 구매 비용은 비싸지만, 전력 소모량이 적고 내구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운영비용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K-반도체, 글로벌 시장 장악
글로벌 SSD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가장 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곳이 바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두 업체 모두 우리나라 기업으로, ‘K-반도체’가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지난 2020년, SSD 수출 세계 시장 1위인 대만을 제치고 처음으로 1위 자리에 올랐다. 한국 반도체 업체들은 2020년 101억 2,258만 달러 규모의 수출고를 올려 대만(88억 6,627만 달러)의 수출 규모를 크게 앞질렀다.
2021년에는 1위 수성은 물론, 대만과의 격차를 벌리면서 확고한 SSD 수출 세계 시장 1위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2021년 1~7월 기준, 한국의 SSD 수출액은 63억 2,715만 달러를 기록해 대만(59억 7,200만 달러)보다 앞섰다. 2021년 초반에는 한국과 대만이 비슷한 규모였는데 5월부터는 우리나라가 3개월 연속으로 수출액이 앞서면서 격차를 벌렸다.
낸드플래시 분야도 삼성전자가 1위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으며, SK하이닉스도 인텔 사업부 인수를 통해 점유율 2위에 자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1년 3분기 기준으로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4.5%로 1위, 일본의 키오시아가 19.3%로 2위, SK하이닉스가 13.5%로 3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을 합치면 48%로 이미 전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소비자용 SSD 시장, NVMe 대세
2021년의 일반 소비자 SSD 시장은 M.2 NVMe SSD 비중이 대폭 늘어났다. 1~2년 전만 하더라도 메인 저장 장치로 SATA3 SSD가 대세였지만, 이제는 M.2 NVMe SSD를 메인 저장 장치로 찾는 소비자가 대부분이다. 이런 변화는 M.2 NVMe SSD의 가격이 저렴해졌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주요 메인보드에는 M.2 SSD 슬롯을 갖췄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가격 비교 사이트에서 SSD 카테고리 판매 순위를 확인하면 상위권에 SATA3 SSD 보다 M.2 NVMe SSD가 더 많이 보인다. 참고로, 컴퓨터 부품 대표 가격 비교 사이트인 ‘다나와’로 가장 윗줄 목록을 보면, 1위는 ‘삼성전자 980(M.2 NVMe)’, 2위는 ‘마이크론 Crucal MX500(SATA)’, 3위는 ‘SK하이닉스 Gold P31(M.2 NVMe)’, 4위는 ‘SK하이닉스 Gold S31(SATA)’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SATA3 SSD와 M.2 NVMe SSD의 비중이 같아 보인다. 하지만 12위까지 살펴보면 SATA3 SSD가 3개, M.2 NVMe SSD가 9개로, M.2 NVMe SSD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일반 소비자 SSD 시장은 빠르게 M.2 NVMe SSD로 이동 중이다.
점유율 미비한 PCIe 4.0 SSD
최근 출시되는 메인보드에는 PCIe 3.0을 넘어 PCIe 4.0과 PCIe 5.0 슬롯이 탑재되고 있다. PCIe 4.0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는 M.2 NVMe SSD는 PCIe 3.0 인터페이스의 M.2 NVMe SSD 보다 제원상 약 2배 더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더 빠른 시스템을 사용하고자 하는 하이엔드 유저는 비싼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PCIe 4.0 M.2 NVMe SSD를 장착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PCIe 4.0 M.2 NVMe SSD의 속도를 제대로 체감할 수 있는 것은 영상 인코딩이나 3D 렌더링 같은 특수 작업 정도다. 빠른 속도의 SSD를 온전히 활용할 수 있는 다이렉트 스토리지 기술이 적용된 PC 게임이 아직 없기 때문에 PCIe 3.0 대비, 사실상 더 빠른 게임 속도를 체감하기는 어렵다. 그나마 PS5가 PCIe 4.0 M.2 NVMe SSD만을 지원하면서 PS5 업그레이드를 위해 구매한 게이머의 비중이 컸다.
이러한 한계 때문인지 해외 매체에 따르면 PCIe 4.0 M.2 NVMe SSD의 점유율은 2020년에 3%, 2021년에 10% 정도로 그쳤다고 한다. 다만, 2022년에는 많은 업체에서 PCIe 4.0 M.2 NVMe SSD를 선보이면서 시장이 활성화되어 점유율이 30%까지 상승할 것이라 예상했다. 또한, 2023년에는 PCIe 4.0 M.2 NVMe SSD가 메인이 될 것이며, PCIe 5.0 인터페이스의 M.2 NVMe SSD는 소비자 용도가 아닌 기업과 데이터센터 용도로만 사용될 것이라 전망했다.
올해 가장 기대되는, SSD는?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PCIe 4.0 M.2 NVMe SSD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상당히 빠른 시기에 PCIe 4.0 M.2 NVMe SSD를 출시했다. ‘삼성전자 980 PRO’는 순차 읽기 속도 최대 7,000MB/s, 순차 쓰기 속도 최대 5,000MB/s 빠른 속도와 브랜드 인지도로 PCIe 4.0 시장을 먼저 선점했다. 또 올해 방열판이 추가된 버전까지 출시하면서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타사에 비해 PCIe 4.0 M.2 NVMe SSD를 다소 늦게 선보인다. 올해 1분기 출시 예정인 SK하이닉스의 PCIe 4.0 M.2 NVMe SSD의 명칭은 ‘Platinum P41’로 정해졌다. ‘Platinum P41’은 176단 3D 낸드플래시와 Aries(코드네임) 자체 컨트롤러를 기반으로 설계되어 순차 읽기 속도 최대 7,000MB/s, 순차 쓰기 속도 최대 6,500MB/s의 강력한 성능을 지녔다. PCIe 3.0 인터페이스 기반의 전작 ‘Gold P31’의 성능과 비교하면 2배가량 빠르다.
랜덤 읽기와 쓰기 속도는 각각 140만 IOPS, 130만 IOPS로 소비자용 SSD로는 현존 최고 수준의 속도를 자랑하며, 2TB 용량 기준 최대 1,200 TBW(Tera Byte Written)의 총 쓰기 보증 용량을 지원한다.
지난해 국내 첫 선을 보인 SK하이닉스 ‘Gold P31’은 후발주자임에도 불과 6개월 만에 SSD 시장을 주도했다. 소비자용 SSD 시장에 SK하이닉스의 위상을 드러내면서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SK하이닉스는 ‘Gold S31’과 ‘Gold P31’을 해외 시장에 먼저 출시한 후 나중에 국내 시장에 출시했지만, ‘Platinum P41’은 국내를 포함해 글로벌 동시 출시할 예정이다. 현재 시장 역동성과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아진 만큼 SK하이닉스의 ‘Platinum P41’은 PCIe 4.0 성장의 주요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들의 PCIe 4.0 M.2 NVMe SSD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가격도 저렴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가격이 갑자기 내려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PCIe 4.0 M.2 NVMe SSD에서도 가성비를 따질 수 있는 수준까지는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