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도를 위해 잠시 숨을 고르는 <블레이드 앤 소울>.
대규모 게임 행사에서 게임사들마다 기대 신작을 내놓으면 게이머들은 그 중에서 한번 해보고 싶은 게임을 점찍는다. 그 중 몇몇은 한 발 더 나아가 비슷한 시기에 나오는 게임들과 자신이 해보고 싶은 신작 게임과
경쟁할 기존 게임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어떤 게임이 서로 맞붙을지, 맞붙으면 어떤 게임이 이길지 저울질해보기도 한다. 이것은 마치 새 시즌이 열리기 전 매치업이나 관전 포인트 등을 짚으며 경기를 기다리는 스포츠팬들의 마음과 비슷하다. 이런 게이머들의 기다림은 조만간 현실이 될 것 같다.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지난 몇 년과 달리 이번 지스타에 나온 게임들은 당장 연말부터 시작해 2012년 상반기, 그보다 긴 시간에 걸쳐 크고 작은 경쟁을 치열하게 벌일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2012년 상반기 예고된 대전쟁
<블레이드 앤 소울> vs <아키에이지> vs <디아블로 3>
2009년 혹은 그 전부터 존재가 알려지고 이른바 ‘새로운 국산 대작 게임 빅3’이라 불리며 비슷한 시기에 나와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전망한 게임이 있었다. <블레이드 앤 소울>과 <아키에이지><테라>였다. 하지만 이 게임들의 정면 대결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2011년 1월 <테라>만 먼저 공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세 게임 간 맞대결은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이다. 게이머들의 관심사는 자연스레 <블레이드 앤 소울>과 <아키에이지>의 맞대결로 옮겨갔다.
2011년 이 두 게임이 비공개 테스트를 시작하며 곧 공개할 시기가 된 듯한 인상을 줬지만 더 이상 진전이 없었고, 지스타 2011에서 보다 발전한 모습을 보였음에도 둘이 약속이나 한 듯 공개 서비스를 다음 해로 넘겼다. 하지만 내년을 기다리는 게이머들의 마음은 이미 두근 반 세근 반을 넘어선 지 오래다. <디아블로 3>가 2012년 상반기, 이들과 함께 등장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들 게임은 서로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먼저 <블레이드 앤 소울>의 행보를 보면 2차 비공개 테스트까지 거침없이 나가던 기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2차 비공개 테스트에서 무려 15만 명에 달하는 최대 규모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결과를 보이자 이 테스트를 마지막으로 2011년 안에 바로 상용화할 전망까지 나왔었다. 하지만 테스트 후 지적받은 몇몇 문제점을 다듬고 해외 기대 신작들의 동향을 파악한 후 상용화 계획을 수정했다.
엔씨소프트는 언론을 통해 “지금 버전에서도 공개 서비스는 가능하나 게이머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완성했다고 판단되지 않기 때문에 비공개 테스트를 한 번 더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후 추가 일정을 발표하지 않다가 지난 11월 있었던 2011년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블레이드 앤 소울>의 3차 비공개 테스트를 2012년 1분기 중에 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행보는 이전까지 진행된 흐름에 비춰 공개 서비스 및 상용화가 2012년 1∼2분기 중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할 수 있어 연내 서비스 가능성을 기대했던 게이머들에게 다소 힘 빠지는 소식이 되었다.
<블레이드 앤 소울>을 신중하게 공개하겠다는 것은 그만큼 이 게임이 엔씨소프트에게 중요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PC방 점유율을 기준으로 국내에서 MMORPG 부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아이온>이 있지만 세계적으로 예전만 못한 흥행력에 머물고 있으며 국내에서조차 20레벨 무료 이벤트를 실시하면서까지 신규 게이머를 유치해야 할 정도로 추가 동력이 필요한 실정이다. <리니지> 시리즈 역시 국내 시장에서 아직은 훌륭한 수익원이지만 해외 서비스 중단 및 국내 점유율 저하 등 하락세가 심화되고 있어 새로운 수익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까닭에 엔씨소프트는 <블레이드 앤 소울>의 흥행을 통해 국내 매출을 높이는 한편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한 단계 더 성장할 필요가 있다. <스틸독> 개발을 중단하면서까지 MMORPG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블레이드 앤 소울> 출시 지연 때문에 주가에 부정적 전망까지 나온다 해도 당장 게임을 내놓기보다 완성도를 높이는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그들이 이 게임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다.
잠시 쉬어 가는 듯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으나 <블레이드 앤 소울>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국산 게임들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아트디렉터 김형태씨가 지휘해 창조한 게임 캐릭터들의 매력은 이미 검증된 재미 요소다. 그리고 게이머들은 그 동안 게임쇼와 비공개 테스트에서 과거 출시된 무협 게임들이 시도해보지 못한 화려하면서도 실용적인 움직임과 무공들을 경험했다. 때문에 게이머들은 이미 <블레이드 앤 소울>을 그 동안 봐왔던 상투적인 MMORPG들과 궤를 달리 하는 게임으로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공개 테스트를 시작하기만 하면 관심을 크게 모을 것으로 전망한다.
또 다른 국산 블록버스터 MMORPG인 <아키에이지>는 ‘조용함’과 ‘파격’이라는 상반된 행보를 동시에 걷고 있다. 지스타가 열리기 이틀 전인 11월 8일부터 XL게임즈는 12월에 치를 <아키에이지> 4차 비공개 테스트 참여 인원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비공개 테스트가 될 것으로 점치고 있는 이번 4차 비공개 테스트에는 여러 모로 기이한 점이 많다. 우선 기간만 봐도 이례적이다. 보통 게임사들이 짧은 기간 비공개 테스트를 거쳐 콘텐츠를 고치고 보완하는 것과 달리 무려 80여 일에 걸쳐 비공개 테스트를 치를 예정이라고 한다. 이것은 어지간한 최종 공개 서비스 기간보다 훨씬 길다.
기간 뿐 아니다. 비공개 테스트를 통해 검증받고자 하는 게임 내용도 파격적이다. <아키에이지>는 높은 자유도를 지향하고 있어 이전 테스트에서도 게이머들이 직접 나무를 베어 얻은 목재로 배를 만들어 해상전을 벌이거나 섬을 발견하는 등 콘텐츠를 게이머들 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테스트했었다. 이번에는 한 술 더 뜬다. 게이머들이 직접 성을 짓고 공성전을 진행하는 등과 같은 엔드 콘텐츠들이 주요 검증 대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아키에이지>의 행보는 출시하지 않은 게임의 비공개 테스트라기 보다 이미 완성된 게임이 테스트 서버를 운용하며 오랜 기간 대규모 업데이트를 점검한 후 실시하는 것에 가까워 보일 정도다. 이런 행보를 바라보는 게이머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의도라고 하는가 하면 한 술 더 떠 XL게임즈의 송재경 대표가 그 동안 게이머들을 중심으로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고자 하는 의지를 계속 보여온 것과 결부시키기도 한다.
반면 어떤 이들은 지금까지 3차례에 걸쳐 실시한 비공개 테스트에서 최적화 문제나 자유도 등 게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가 드러나는 일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에 기본부터 해결하고자 이런 형태의 테스트가 불가피한 것이라고 하기도 한다. 어찌 됐든 <아키에이지>가 2012년을 위해 승부수를 걸고, 그것이 ‘80일간의 비공개 테스트’로 표출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더불어 <아키에이지>에 있어서는 게임의 완성도 외에 인지도 개선을 위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내외 마니아들에게 매우 인기 있는 게임으로 기대작의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대중적으로는 게임사 인지도 등이 맞물리며 <아키에이지>의 이름값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2012년 상반기 공개 서비스 전 마지막 테스트가 될 것이라 전망하는 4차 비공개 테스트가 기간이 길어 늘어지는 테스트가 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이슈를 만들고 주의를 환기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공감하고 있다.
출시 연기 발표로 좋든 싫든 국산 블록버스터 게임들과 정면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된 <디아블로 3>은 게임 내적 요소에서 <블레이드 앤 소울> <아키에이지>보다 훨씬 느긋한 것 같다. 블리자드도 이번 지스타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디아블로 3>은 거의 완성 단계에 있다”고 밝혔고 행사장에서 공개한 <디아블로 3>의 완성도는 이전 공개 버전보다 한층 높았다. 더욱이 <디아블로 3>은 <블레이드 앤 소울>이나 <아키에이지>처럼 MMORPG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두 게임이 맞붙는다고 해도 반사효과로 흥행이 줄어들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다. 게다가 블리자드가 국내 출시 게임 최초로 한정판을 내놓기로 공식 발표한 상황이어서 마니아들의 기대감도 높다.
<디아블로 3> 흥행의 중요한 요소는 오히려 게임 외적인 부분일 가능성이 높다. 발표 후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현금 경매장 이슈로 벌써부터 문제가 생길 조짐이 일고 있다. 물론 <디아블로 3>의 현금 경매장은 게임사가 정한 테두리 안에서 현금 교환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외에서도 SOE나 NHN이 자사 게임을 대상으로 진행한 사례가 이미 있다. 즉 국내 아이템 중개 사이트들이 게임사와 협의하지 않고 아무 게임이나 현금 거래를 중계해 부당 이득을 챙기는 것과는 달리 볼 필요가 있는 것.
다만 현금 거래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조성되어 있고 이것이 게임 과몰입 원인 중 하나로 지목 받고 있는 상황에서 현금 경매장 이슈가 부정적이지 않을 수 없다. 만일 이것으로 인해 등급 심의가 보류되는 문제가 발생하면 <디아블로 3>는 자연히 흥행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고, 그런 일이 생기지 않더라도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좋은 명분이 될 수 있다.
<스타크래프트 2> 출시 당시 e스포츠계에서 <스타크래프트>를 무단 이용한 것을 원인 삼아 지적재산권 분쟁이 일고, 이것이 <스타크래프트 2> 흥행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것은 게이머들의 수요를 읽지 못한 블리자드 코리아의 실책으로 이어져, 전작을 능가하는 해외 흥행성적과는 사뭇 다른 결과를 낳았다. 이런 상황이 <디아블로 3>에서도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대작 게임들 간 경쟁과 혈투는 언제나 흥미진진하지만, 지스타에 나란히 등장하며 격돌할 것으로 손꼽히는 이들 게임은 각각 사정을 갖고 있으며 저마다 다른 강점과 위치가 달라 2012년 상반기가 더욱 기대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권투나 종합격투기에서도 스타일이 같은 선수끼리 싸우면 별다른 기대 없이 관전하고 경기 양상도 지루해지기 일쑤지만, 서로 다른 특기로 무장한 선수가 맞붙으면 승부가 어떻게 갈릴지 변수가 많아져 흥미로운 것과 비슷한 이치다.
이들 대작 간 승부 향방은 아무도 모른다. 과거 <제라> <그라나도 에스파다> <SUN>이 그랬던 것처럼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승부가 될 수도 있고, <프리우스 온라인> <아이온> <WOW:리치왕의 분노>때처럼 그 장르 최고 게임 자리가 바뀌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특히 이들은 예전보다 더 큰 이변 혹은 격변을 낳는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만으로도 시장을 몇 번은 들어다 놓을만한 역량이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고 그만한 기대를 얻기 충분한 게임들이다.
악역마저도 게이머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게임은 흔치 않다.
<디아블로 3>의 최종 보스 중 하나로 알려진 거짓의 군주 베리알(Belial).
또 다시 벌어지는 총성 없는 전쟁
<메트로 컨플릭트> vs <S2> vs <디젤>
폭력성이나 유해성 논란이 늘 제기되는데도 불구하고 국내 FPS 게임 시장은 고정 팬들이 형성된 후 MMORPG에 이어 점유율 2위권에 머물며 계속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한동안 <서든어택>과 <스페셜포스>의 양강 체제가 지속되었지만 후속작들의 부진과 <스페셜포스>의 점유율 하락으로 이제 <서든어택>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시장 상황이 이런 지금 많은 게임사들이 FPS의 선두를 탈환할 기회라 여기고 있다. 몇 해 전 FPS 게임 대란 때 쏟아져 나왔던 것보다는 수가 훨씬 적지만 상대적으로 내실 있는 게임들이 속속 등장하는 가운데 왕좌에 있는 <서든어택>은 정작 서비스 분쟁 등 문제가 불거지고 게임 점유율이 정체 상태로 머무르는 등 외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 열린 지스타 2011에서 이른바 ‘총성 없는 전쟁’에 출사표를 던진 게임들이 여럿 있으니, 그 중 눈에 띄는 게임들을 꼽자면 <메트로 컨플릭트>와 <S2> <디젤> 정도가 되겠다.
먼저 <A.V.A>로 유명한 레드덕에서 개발하고, NHN을 통해 서비스하는 <메트로 컨플릭트>는 이미 2010년부터 존재를 알리며 기대 신작으로 일찌감치 자리 잡은 게임이다. 미국 연방정부의 강화를 노리는 USS와 마치 남북전쟁 때처럼 분리 독립을 희망하는 남부 연합 세력 PLF 사이에 대립 관계가 생기며 내전을 벌이는 2020년 미국을 배경으로 중규모 이상 스케일을 갖춘 시가전을 메인 콘텐츠로 삼았다.
<메트로 컨플릭트>는 기본적으로 밀리터리 FPS 게임의 규칙을 따르고 있지만 기존 게임에 비해 화끈한 화력전을 보여주기 위해 ‘듀얼 웨폰 시스템’을 채택해 관심을 끈다. 조종하는 캐릭터들은 양손에 권총 뿐 아니라 소총 혹은 샷건 두 정, 아예 다른 무기를 따로 들고 난사하며 화력을 뽐내거나 무기 대신 진압방패를 들어 날아오는 총알을 어느 정도 막아내며 진격하는 등 새로운 방식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전투 중 얻는 보너스 점수를 통해 적에게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스톰 시스템 등 특수한 기술이 <메트로 컨플릭트> 속에서 벌어지는 전투 스케일을 더욱 크게 만든다.
어떤 이들은 FPS 게임으로 방패 등을 통해 총탄 피해를 덜 입을 수 있다면 지루한 대치전이 될 것이므로 <메트로 컨플릭트> 역시 지루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스타를 통해 공개한 영상이나 실제 체험 양상을 보면 압도적 화력에 너무 많은 캐릭터들이 죽어나가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만큼 공격적이다. 방패 등을 이용한 방어보다는 공격이 최선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공격 성향이 강하다. 듀얼 웨폰 시스템 때문에 화력은 당연히 두 배가 되며, 개틀링 건 같은 무기로 상대방을 단숨에 섬멸할 수 있는 화력에 특화된 거너 클래스도 있기 때문에 웬만한 수준에서는 수비보다 공격이 훨씬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화력전을 추구한 이유에 대해 게임사 측은 “개발 초기부터 컨트롤이나 은폐, 엄폐 등 고전적 재미보다 연사 위주 화끈한 움직임을 즐기는 보통 FPS 게이머들의 눈높이에 맞춘 게임성을 구현하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보통 FPS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이 단발 사격이나 캠핑보다 화끈한 연발 사격과 돌진을 좋아한다고 가정하고 <메트로 컨플릭트>를 체험해보면 레드덕이 왜 이런 시스템을 도입했는지 수긍할 수 있다.
화력이 전부가 아니다. 최초 공개 때부터 눈이 즐거울 정도라는 평을 들었던 수준급 그래픽도 <메트로 컨플릭트>가 호평받는 요소다. 일부 장면에서 텍스처의 세밀함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소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FPS 게임에 적합하면서도 요즘 게임들에 뒤지지 않을 만큼 화려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그래픽으로 구현한 전투 장면에서 매끄러운 사격 및 이동 기술을 구현한 모습이나 신체 훼손이 비교적 적은 묘사 역시 캐주얼한 재미를 살리는 게임 콘셉트에 잘 맞췄다.
게임 전반을 아우르는 시나리오 구성에도 노력했다. 공개 서비스를 앞두고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두 세력 간 대립 관계를 깊이 있게 연출한 싱글 플레이를 통해 게이머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고자, 치밀한 스토리를 구현하기 위해 소설 ‘데프콘’ 작가인 김경진씨가 시나리오 작업에 직접 참여했다.
<서든어택> 총괄 개발자들을 주축으로 만든 <Sector Slug>, 이른바 <S2>는 도심지 중심에서 벌어지는 갱스터들과 특수기동대(SWAT) 사이 대결을 모티브로 한 FPS 게임이다. 이 게임은 그래픽 질보다는 낮은 제원에서 즐길 수 있는 범용성을 추구하고 있으며 개발진이 이전에 만든 게임이 <서든어택>이라는 점, <Sector Slug>라는 정식 명칭 대신 <서든어택>의 ‘S’를 직접 연상케 하는 <S2>라는 게임명을 쓴다는 점 등으로 이 게임이 <서든어택> 후속작이 아니냐는 오해 아닌 오해를 사곤 한다.
<S2>는 고성능 PC를 필요로 하는 그래픽과 리얼리티에 중점을 둔 그 동안의 신작 FPS 게임들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겉보기만 살펴보면 갱스터를 등장시킨 게임 콘셉트는 <테러리스트 대 카운터 테러리스트>라는 FPS 게임이 가진 일반적인 클릿셰에 재미 기반의 변화를 주었을 뿐 여느 FPS 게임들처럼 다소 투박하지만 한번에 많은 게이머가 즐길 수 있는 대중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전략을 가진 것은 비슷하다. 이런 까닭에 게임사 측 바람과 달리 <S2>에는 <서든어택과> 비교가 앞으로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 같다.
하지만 지스타에서 공개된 모습, 지스타 기간 중 진행한 프리 테스트를 보면 과거의 성공작들을 답습하는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우선 기존 게임이나 다른 경쟁 게임들과 <S2>의 시가전 개념은 차이가 있다. 보통 FPS 게임에서 벌어지는 도심지 시가전이라고 하면 크고 넓은 무대와 건물 등 전형적 지형지물을 떠올리고, 곳곳에 있는 고정된 병기나 탑승 병기로 공격과 방어를 수행하는 전쟁을 연상한다. <S2> 시가전은 게임 콘셉트를 살리면서도 동시다발적 전투를 유도하는 ‘난전’ 중심 시가전이라는 게 다르다. <S2>는 이를 위해 대부분 맴이 난전에 적절한 좁은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전투가 발발할 때까지 시간이 다른 FPS 게임보다 짧다.
아바타 꾸미기, 총기 조합 시스템은 캐릭터에 애착을 갖고 싶어하는 게이머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한 장치다. 공식 발표에 따르면 약 1500종에 달하는 의상을 조합해 자신만의 캐릭터를 공짜로 만들 수 있다. 새로운 콘텐츠로 주목받는 총기 조합 시스템도 총기 성능을 향상시키는 개조라는 조합말고도 페인팅으로 자신만의 디자인을 간직한 총기를 만들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런 점들이 있다보니 프리 테스트 후 공개 서비스로 정식 선보일 <S2>의 모습이 어떻게 변해 있을지 기대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서든어택> 팀이 변함 없이 ‘한 우물’을 파는 시도를 한 반면 FPS 게임의 명가로 자리잡은 또 하나의 게임사인 네오위즈게임즈는 FPS 게임에서 벗어나 TPS라는 새로운 장르에 뛰어들었다. 2010년 두 번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한 후 별다른 소식이 없다가 지스타 2011에 모습을 드러내고 곧바로 공개 서비스에 들어갔다. 이 게임이 바로 <디젤>이다.
TPS는 FPS와 같은 슈팅게임이지만 지향하는 재미 요소와 재미를 느끼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 사뭇 다르다. 국내에서는 FPS와 TPS를 한데 묶어 취급하거나 아예 TPS도 FPS 장르로 여기기도 하지만 이런 까닭에 이를 다 같은 슈팅 게임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조금 곤란하다. 이런 관점에서 공개 서비스를 시작한 <디젤>을 지켜보면 TPS 게임이 가져야 하는 미덕인 근접 거리 액션과 원거리 슈팅의 조화를 지난 두 번의 비공개 테스트보다 개선한 것을 알 수 있다. 벽이나 장애물 등 은폐, 엄폐물, 달리기, 점프, 구르기 등 기본 액션 동작만으로도 다양하게 움직일 수 있어졌고, 다양한 위력을 갖춘 무기의 근접 공격으로 맛보는 강력한 타격감은 다른 게임 장르의 화려한 액션이 주는 손맛에도 뒤지지 않는다. 이렇다보니 <디젤>의 근접전은 보통 FPS 게임에서 게이머들이 여흥으로 즐기곤 하는 ‘칼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다.
더불어 <디젤>은 FPS에서 시스템 특성상 지원할 수 없는 위치 기반 액션과 결합한 다양한 슈팅 모드를 갖춘 것이 특색이다. 게이머들 사이에서 제일 잘 알려진 슈팅 동작으로 캐릭터가 구석에 숨어서 손만 내밀고 적에게 사격을 가하는 ‘블라인드 파이어’가 대표적이다.
게임 외적으로는 슈팅 게임의 인기몰이를 위해 흔히 끼워 넣는 여성 캐릭터 구현 계획에 대한 질문도 “재미 요소와 맞지 않기 때문에 당장 계획이 없다”고 말할 만큼 재미 요소의 기본에 충실하고자 하고 있다. <디젤>은 사전 공개 서비스를 마치고 11월 24일로 예정한 공개 서비스를 통해 차세대 슈팅 게임 중 가장 먼저 게이머들의 선택을 받는다.
1. 듀얼 웨폰 시스템으로 양 손에 무기를 들 수 있는 <메트로 컨플릭트>.
2. <메트로 컨플릭트>의 그래픽은 FPS 게임들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3. 갱스터가 등장하는 온라인 FPS 게임 <S2>.
네오위즈게임즈는 <디젤>을 통해 TPS 게임에 도전한다.
또 외국산 대작 온라인 게임의 침공
<파이어폴> vs <월드 오브 탱크> vs <리프트>
한국 게임 시장은 글로벌하면서도 글로벌하지 않은 시장이다. 웹게임 시장처럼 어느덧 외국산 게임이 절대적 점유율을 차지한 분야도 생겨났지만 국내에서 최고의 흥행을 차지하는 온라인 게임 순위는 여전히 국산 게임이 대부분이다. 게이머들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고 온라인 게임이 최초로 활성화된 시장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보니 국내 게임 시장에 대한 외국 블록버스터 온라인 게임의 도전이 이어졌지만 이것이 제대로 성공한 예는 블리자드 게임을 제외하고 많지 않다.
실제로 대부분 외국산 대작 온라인 게임들은 서비스 시작 후 기대와 달리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는 경우가 수도 없이 많다. 서비스를 진행하다가 <에버퀘스트> <반지의 제왕 온라인>처럼 실망을 안기며 서비스를 종료한 게임도 있고, <워해머 온라인>처럼 아예 서비스를 시작조차 못하고 좌초한 게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게임들의 국내 진출을 이어지고 있다. 이번 지스타에서는 지난 몇 년간에 비해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한 움직임을 가시화한 게임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레드5 스튜디오의 <파이어폴>은 ‘새롭다’고 말할 수 있을만한 게임이다. 신작 게임이 새롭지 않다면 그것이야말로 이상한 일이지만 <파이어폴>은 SF 배경 세계관 속에서 FPS와 RTS 게임 형태를 띤 PvP 콘텐트와 MMORPG 냄새를 풍기는 PvE 콘텐츠가 적절히 섞여 있다. 슈팅 플레이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편의상 FPS 게임으로 분류하는 이들도 있고 PvE 콘텐츠 때문에 MMORPG로 분류하는 이들도 있지만 여느 FPS 게임이나 MMORPG와 같은 식으로 여기고 접근하다가는 당혹감을 느낄 수도 있다.
레드5 스튜디오 측에서도 <파이어폴>을 가리켜 “MMORPG도 아니고 MMOFPS도 아닌 왼전히 새로운 게임”이라고 말하며, “PvE 방식을 좋아하는 게이머와 PvP 방식을 좋아하는 게이머 모두 만족시키는 최초의 게임이 될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했다. <파이어폴>은 캐릭터에 레벨이나 계급이 없고 배틀 프레임을 강화해 개성 있는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게이머들은 대재앙 이후 탄생한 정체불명의 존재 멜딩(Melding)과 인류를 말살하고자 하는 미지의 존재 초우즌(Chosen)으로부터 살아남아야 하며, 이 중 초우즌은 게이머들이 PvP 콘텐츠에서 상대 진영을 침략해 일정 거점이나 지역을 점령하는 것과 비슷하게 게이머들을 공격해 게이머들이 플레이할 수 있는 지역을 점령하기도 하고, 심지어 자기 영역으로 만들어 눌러 앉은 다음 세력을 확장하기도 한다.
<파이어폴>은 제작 단계부터 차세대 글로벌 e스포츠 종목을 노리고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게이머들이 클랜과 래더를 손수 만들어 경쟁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레드5 스튜디오측은 e스포츠 전문 인력을 개발팀 내에 구성해 게임의 미묘한 밸런스 부분을 조정하고 국내외 e스포츠 주체들과 협업을 전담하게 하도록 했다. 실제로 지스타 2011에서 온게임넷 중계진인 전용준, 온상민씨의 중계 속에서 유명 클랜을 초청한 토너먼트전을 여는 등 정식 출시 전부터 게임 전문 방송을 통해 소개했다. 이런 행보는 처음부터 e스포츠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는 말이 그저 립서비스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일 것이다.
지스타 및 온게임넷 중계 그리고 입소문을 통해 <파이어폴> 소식을 접한 게이머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때문에 예정대로 2012년 3분기 정도에 출시한다면 큰 관심을 모으는데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SF 게임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한국 시장에서 <파이어폴>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게임 외적으로 다소 시끄러운 이슈가 있었다는 사실도 조금 부담스럽다. 본래 레드5 스튜디오는 웹젠과 함께 2006년부터 <파이어폴> 글로벌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하고 웹젠측에서 250억 원의 개발비를 비롯해 적극적으로 여러 가지로 지원해왔으나 공개 서비스 시기를 비롯한 여러 면에서 갈등을 빚고는 계약을 해지했다.
따라서 서비스를 누가 맡느냐도 <파이어폴> 흥행에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월드 오브 탱크>는 말 그대로 세계(World)의 탱크란 탱크는 다 모인, 탱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FPS 게임이다. 사람이나 SF 메카닉 기체도 아닌 탱크를 내세운 FPS 게임이다 보니 게이머들에게 생소할 수 있으나 FPS 게임에서 탱크라는 무기는 의외(?)로 매우 친숙한 소재다. 최초의 FPS 게임으로 알려진 <호버탱크 3D>도 탱크를 소재로 한 FPS 게임이었고 배틀필드 시리즈 등을 비롯, FPS 게임들 중 탱크나 자주포 등을 탑승 병기 형태로 활용해 다양한 전력을 실행하고 막강한 화력을 지원할 수 있는 게임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탱크를 조종하는 FPS 게임이 새삼 이슈로 떠오른 것은 <월드 오브 탱크>처럼 탱크 하나만 갖고 세계적 이슈를 일으킬 정도로 흥행한 게임이 없었기 때문이다. 제 2차 세계 대전을 기본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현대전에 등장하는 고성능 탱크는 등장하지 않지만, 게이머들은 게임 속에서 구 소련, 독일, 미국을 주축으로 지금까지 150여 종류에 이르는 탱크 중 고를 수 있다.
FPS 게임에서 보통 무기 및 특성에 따라 병과를 나누는 것처럼 <월드 오브 탱크>도 탱크 장갑 두께나 거리 등에 따라 경전차, 중형전차, 중전차, 구축전차, 자주포 등 5가지로 종류를 나눈다. 경전차는 빠른 속도로 적진을 정찰하고 회피할 수 있지만 공격력과 방어력이 약하고, 중형전차에서 중전차로 무게감을 더할수록 장갑이 두껍고 무기가 강해져 공격력과 방어력이 높아지지만 이동 속도가 느려진다. 구축전차는 정면 화력과 방어에 강점을 갖고, 자주포는 <월드 오브 탱크> 내에서 가장 먼 거리까지 사격할 수 있다. 게이머들은 자신이 선택한 병과 및 국가 테크 트리에서 차량과 부품 등을 업그레이드하는 방법으로 더 나은 탱크를 가질 수 있다. 이런 병과 구조 때문에 <월드 오브 탱크>에서는 보통 경전차가 상대 전차 혹은 자주포 위치를 파악하는 정찰병 역할을 수행하고, 자주포가 원거리 지원 및 방어를 맡으며, 중형 전차와 중전차들이 근접전을 전담하는 등 역할 분담이 분명한 전투가 이루어지지만 간혹 중전차 로만 구성된 팀끼리 대규모 회전을 벌이듯 돌진하며 화끈한 화력전을 연출하기도 한다.
조종하는 것이 사람이 아닌 탱크여서 여느 FPS 게임처럼 한 방에 게임에서 아웃되는 모습을 보기는 어렵지만, 그 대신 탱크에 걸맞은 여러 상태 이상을 겪는다. 가령 엔진이 망가지면 이동 속도가 떨어지다가 아예 이동만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지기도 하고, 포신을 피격당하면 포탑을 회전시키지 못하거나 포를 쏠 수 없게 되기도 한다. 연료통이 망가지면 화재가 발생해 지속적으로 탱크 HP를 떨어뜨리며, 수리하지 않으면 폭발하기에 이른다.
이런 상태 이상에 빠지면 1순위 제거 대상으로 지목 받으며 게임 진행 속도가 빨라진다. 따라서 <월드 오브 탱크>의 게임 시간은 전체적으로 여느 FPS 게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여담이지만 지스타 기간동안 방문한 위게이밍넷 관계자는 <월드 오브 탱크>를 개발하는데 있어 국산 온라인 해전 시뮬레이션 게임인 <네이비 필드>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4월 CJ E&M과 퍼블리싱 계약을 맺은 MMORPG <리프트>도 주목할만한 해외 게임이다. 이 게임은 가상의 세계 탈라라에서 가디언과 디파이언트 진영으로 나뉘어 대립을 펼치는 게이머들이 텔라라에 나타난 차원 균열 현상인 ‘리프트’를 통해 침공한 태고의 6원소 세력들에게 텔라라가 파괴되는 것을 막고자 서로 협력해 이들을 몰아내고 리프트를 봉인해 텔라라를 지켜내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한다. 게임사 측 설명에 따르면 리프트가 열렸을 때 들어오는 6원소 세력의 몬스터들을 제대로 처치하지 못하면 침공한 생명체들에 의해 게임 월드가 파괴되기도 하며, 때로는 도시 전체에 달하는 규모의 침공도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사실 <리프트>는 이미 국내에서 지대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북미 게임 중 하나다. 북미에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제치고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하며 주목받은 것이 언론을 통해 게이머들에게 알려졌고, 국내 서비스는 아직 준비중이지만 북미 서버를 통해 <리프트>를 즐기는 게이머들이 있을 정도로 입소문이 퍼져 있다. 그로 인해 <리프트>는 지스타에서도 많은 게이머들의 관심을 받았다.
<리프트>의 직업군은 크게 클레릭, 로그, 메이지, 월리어 등 4가지이기 때문에 요즘 MMORPG 추세에 비해 적어 보이지만, 직업군을 결정하는 진짜 요소는 원래 선택된 직업이라기보다 직업 내에서 선택할 수 있는 9가지 ‘소울’이다. 레벨을 올릴 때마다 받을 수 있는 소울 포인트를 통해 각 클래스가 선택할 수 있는 9가지 소울을 골라 조합하는 방법으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워리어가 선택할 수 있는 소울에는 양손 무기나 이도류 등 특정 무기에 특화된 소울이 있는가 하면 메인 탱커 역할에 특화된 소울도 있고 야수와 같이 싸우거나 PvP를 위해 디자인된 소울도 있다. 게이머들은 이 소울을 이용해 다양한 특기를 가질 수도 있고 한두 가지 특기에 집중할 수도 있다. 이렇게 조합하면 게이머들은 직업군 하나 당 585개의 소울 트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만들 수 있는 클래스는 2340개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 게이머들이나 게임계는 <리프트>를 기본적으로 높이 평가하고 있으나 이와 엇갈리는 반응도 없지 않다. 참신한 시스템 및 독특한 게임성, 기존 대작들에 뒤지지 않는 스케일을 강점으로 꼽는 반면 필요한 시스템 제원이 비교적 높고 솔로 플레이 콘텐츠가 파티 플레이 위주 콘텐츠보다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 세계관이 공동으로 협력해 외부의 적을 물리치는 것이다보니 RvR의 동기 부여가 부족한 점 등을 약점으로 지적한다. <리프트> 개발사인 트라이온월드 측도 이런 점을 인지하고 솔로 퀘스트를 비롯해 혼자 던전을 탐험할 수 있는 클로니클스 시스템을 업데이트하는 등 솔로 플레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으며 RvR에 대해서도 <리프트>만의 재미있는 콘텐츠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런 외산 게임들이 한국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앞으로 대한민국 시장이 치열한 경쟁에 휩싸일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문제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국내 시장이 겉보기에 다양한 게임이 사랑 받고 있는 듯하나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10년이 훌쩍 넘은 <스타크래프트>나 <리니지> 같은 게임이 여전히 PC방 점유율 10위 안에 머물고, 해외에서 아무리 유명하고 잘 나가는 게임이라 해도 한국 시장에 오면 맥을 못 추는 일이 허다하다.
어떤 이들은 이런 현상을 두고 국내 게이머들이 해외 게임에 배타적이어서 그렇다고 하지만 모두 맞다고 할 수는 없다고 본다. 그동안 외국 대작 게임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어느 게임을 제칠 만큼 유명한 게임이다’라는 식으로 스케일이나 권위를 내세워 한국 시장을 공략하려 한 것 이상 움직임이 없었다. 그리고 이런 행보를 걸었던 게임들은 대부분 성공과 거리가 멀어졌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그런 저항감이 적은 웹게임 등은 오히려 외국산 게임을 무분별하게 들여오면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현상이 생겼다.
지스타 2011을 통해 선보인 외국 블록버스터 게임들이 그 동안 한국 시장에서 씁쓸한 고배를 마신 다른 외국산 게임들의 전철을 밟지 않고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려면 지금의 열띤 반응에 들뜨지 말고 좀 더 한국 게이머들의 입맛을 연구하고 맞출 필요가 있다. 말하자면 ‘한국 게이머들의 마음에 파고들어가야 하는 숙제’는 지금부터 시작인 것이다.
<파이어폴>은 여러 장르의 재미 요소가 잘 섞인 게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SF게임이 국내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도 주목할만하다.
제 2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한 탱크 FPS 게임 <월드 오브 탱크>.
<월드 오브 탱크>에서는 피격 범위 및 피해에 따라 다양한 상태 이상을 겪을 수 있다.
국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기 위해서는 솔로 플레이 콘텐츠 등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2012년 하반기 이후 경쟁을 주도할 게임들
<리니지 이터널> vs <길드워 2> vs <블리자드 도타>
마지막으로 앞에서 다루지 않았던 게임들 중 다른 경쟁 못지 않게 불꽃 튈 경쟁을 주도할만한 게임을 다뤄보려 한다. 이 미래의 경쟁이 재미있는 것은 2012년 상반기 전쟁 못지 않은 기대작들이 포진하고 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자신의 영역을 더 굳건히 하려거나 한때 자신의 영역이었던 부분을 탈환하기 위한 전략적 색채가 보이기 때문인 까닭도 있다.
지스타 개방 이틀 전 엔씨소프트는 2개의 게임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하나는 이미 존재를 알린 <길드워 2>다. 다른 하나는 <리니지 이터널>, 엔씨소프트의 간판 IP인 리니지 시리즈를 이어가는 새로운 게임이다. 지스타 2011을 통해 프로토 타입 영상만 공개되었음에도 <아이온>과 <블레이드 앤 소울> 못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지스타 2011에서 엔씨소프트가 내놓은 게임들 중 가장 큰 충격을 준 게임으로 <리니지 이터널>을 꼽기도 할 정도였다. <리니지 이터널>은 이번 발표를 통해 처음 공개한 게임이다.
<리니지 이터널> 영상은 공개되자마자 게이머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리니지’라는 이름을 쓰고 있지만 이전 리니지 시리즈와 달리 마우스 움직임을 통해 역동적인 기술을 쓰고 게임을 진행하면서 시점이 변하는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대규모 전투에서 저마다 다른 능동적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와 몬스터들은 <리니지 이터널>을 소규모 전투 뿐 아니라 대규모 전쟁에도 특화시킨 게임으로 만들어가겠다는 속내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그저 단순한 ‘노가다’ 게임으로 인식하면서 많은 재미 요소가 묻혀버리거나 평범하게 받아들여졌던 과거 리니지 시리즈와 다른 재미를 주는 게임으로 만들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영상과 정보까지 공개된 지스타 기간 후 <리니지 이터널>에 대한 반응은 뜨거운 기류를 타고 양분되고 있다. 마우스 드래그를 통해 기술을 쓰는 방식을 극찬하며 “엔씨소프트가 블리자드의 디아블로 시리즈보다 혁신적인 게임을 만들어냈다”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영상은 게임쇼를 위해 과장된 측면이 있고, 전체적인 던전 디자인이나 스타일에서는 <디아블로 3>의 마이너 카피에 지나지 않는다”고 폄하하는 반응도 있다. 리니지 시리즈를 즐기는 게이머들 역시 리니지 시리즈지만 전작과 다른 게임이 될 것이라는 이유로 기대감을 나타내는가 하면 영상으로 공개된 <리니지 이터널>의 복잡한 스킬 이용 방식에 적응하기 어렵다며 불만을 토로 할 만큼 극명하게 갈린다.
물론 <리니지 이터널>은 아직 시연 버전이 나온 게 아니라 프로토 타입일 뿐이어서 지금 공개된 영상이 게임의 전부라고 판단해 이미 상당 부분 정보가 공개되었거나 서비스 중인 기존 게임들과 동등한 잣대로 바라보는 것은 무리다. <리니지 이터널>이 비공개 테스트로라도 게이머들이 접할 수 있으려면 적어도 2013년은 되어야 할 것이므로 기존 게임은 물론 곧 나올 것으로 예상하는 기대작들과 정면 승부를 벌일 수도 없다. <리니지 이터널>이 앞으로 바뀌거나 발전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고 그 반대로도 충분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지스타를 통해 공개한 영상 하나만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으며 게임 외적인 요인에 가려진 ‘리니지’라는 게임 브랜드의 파괴력이 어느 정도인지 다시금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700만 장 이상 판매한 <길드워> 후속 <길드워 2>는 이미 공개한 것처럼 전작과 다른 MMORPG이며 최근 시연 버전에서는 대전 모드와 소셜 기능 등 시스템을 더하며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국내 게이머들에게는 명성에 비해 다소 생소한 게임이지만 북미에서는 출시 전부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능가할 수 있는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길드워 2>에서는 이른바 다이내믹 이벤트 시스템을 도입해 같은 이벤트를 즐기더라도 어느 정도까지 참여하고 진척시키는가에 따라 게임 양상이 크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마을을 위협하는 NPC 세력을 적당히 막는 선에서 이벤트를 중단하면 마을은 항상 몬스터 등 적대적 NPC의 위협으로부터 시달리지만, 그 세력을 아예 말살시켜버리면 위협이 사라진다. 더불어 주변에 게이머들이 많을 때는 이벤트 난이도가 저절로 상승하고 반대일 경우라면 상대적으로 쉬워진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길드워 2>에서는 한번 거친 지역을 다시 찾지 않는 게임이 아니라 캐릭터 능력에 맞는 이벤트를 같은 장소에서라도 항상 즐길 수 있게 하려고 한다.
<길드워 2>의 PvE 콘텐츠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이른바 기존 레이드에서 볼 수 있는 탱커-딜러-힐러의 전형적인 방식이 없다는 것이다. 기획 단계부터 모든 캐릭터가 복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디자인했으며, 부활 스킬도 누구나 쓸 수 있도록 바꿨다. <길드워 2>에서는 PvP도 변해 게이머들 간 경쟁을 유도하는 PvP에서는 최상의 능력과 장비로 보상하고 월드 PvP에서는 공성적 요소를 포함시키는 방법을 도입했다.
<길드워 2>는 그간 여러 차례 시연 버전을 공개하며 완성도를 높여왔다. 자세한 출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리니지 이터널>보다는 빠른 2012년 하반기 이후에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국내와 해외를 동시에 노리는 반면 블리자드는 <블리자드 도타>를 내세워 해외에서 AOS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10년 블리즈컨에서 처음 발표한 후 곧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받았던 <블리자드 도타>는 약 1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뒤 더욱 개선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미 알려진 바처럼 <블리자드 도타>는 <스타크래프트 2>의 맵 에디터를 이용해 블리자드 개발진이 직접 만드는 공식 유즈맵이어서 엄밀히 말하면 <스타크래프트 2>에 속한 게임이다. 하지만 블리자드가 이를 별도 게임으로 서비스하겠다고 밝혔으니 이를 <스타크래프트 2>와 구태여 묶어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블리자드 도타>는 기존 AOS 게임들의 단점이라고 지적 받은 ‘타워의 무한 공격’이나 비전투 상태에서 지루한 이동으로 게임 진행시간이 늘어지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영웅들에게는 고유의 탈것을 주고 비전투 상태에서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했다. 타워에도 재장전 기능을 도입해 일정 횟수 이상 공격한 다음에는 재장전 시간을 갖도록 했다. 그로 인해 타워로 유인하는 수비적 게임 운용보다 타워 재장전 시간을 노리는 공격적 운용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또 크립들을 잡아 중립 거점을 점령하면 전투를 도와줄 수 있는 용병들이 더해지도록 해 단순히 상대 진영 방어진을 뚫고 입성하는 것에만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그저 흥미 요소에 불과하던 중립 거점들을 점령하는 데도 더욱 신경 쓰도록 만들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성공이 말해주든 지금 북미에서 AOS 장르 게임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게임사들의 힘 겨루기가 지속되고 있는 장르다. 밸브사는 DOTA라는 이름의 상표권을 취득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후 <DOTA 2>를 만들어 대규모 인기몰이를 기획하고 있고 라이엇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는 성장을 거듭하며 최근에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액티브 플레이어수를 능가한 것으로 알려져 세간을 놀래켰다. 정액제 게임과 부분유료화 게임을 단순히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만한 성과를 거둔 게임이 북미에서 한동안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AOS 장르의 원조는 다름 아닌 <워크래프트 3>의 유즈맵인 DOTA다. 말하자면 블리자드는 지금까지 AOS 게임 부문에서 블리자드 답지 않게(?) 남 좋은 일만 시켜주고 있은 셈이다. <워크래프트 3>은 더 이상 수익을 내기 어려운 게임이 되버렸지만 유즈맵 시스템을 기반으로 만든 AOS 게임들은 어느 새 블리자드의 영역을 침범할 정도까지 성장해버렸다. 따라서 <블리자드 도타> 발표는 AOS 게임들의 싸움에 블리자드가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것으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블리자드는 자신들이 만들어낸 유산을 이어받은 게임들에게 도전을 받는 상황에서 벗어나 <블리자드 도타>로 반전을 노리고, 경쟁에서 성공해 ‘원조’의 다른 맛을 보여줄 목적인 듯하다. 기존 AOS 장르의 답답한 부분을 개선한 점과 쉽게 진입할 수 있는 게임성 때문에 <블리자드 도타>에 대한 게이머들의 반응은 지금까지 호의적인 편이다. 블리자드가 그 동안 선보인 여러 게임들에서 나온 캐릭터들과 익숙한 영웅들을 조작할 수 있는 것만으로 적어도 블리자드 게임들 중 하나를 한 번이라도 해봤던 게이머머라면 충분히 흥미를 가질 수 있다. 그만큼 전망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이미 다른 게임사들이 굳건히 자리잡고 있으며 많은 경쟁작들이 출시되고 있는 시장에 도전하는 것이어서 블리자드라고 반드시 성공한다고 보는 것은 곤란하다. <블리자드 도타>가 과연 얼마나 성공을 거둘 지에 대해서는 게임이 나온 후라야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정확한 출시 일정은 예정하고 있지 않으나 관계자 언급 등을 근거로 <스타크래프트 2> 확장팩 <군단의 심장>이 출시되는 시기 전후로 정식 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장 설득력 있다.
공개되자마자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 <리니지 이터널>.
1. 해외 시장을 노린 엔씨소프트의 야심작. <길드워 2>.
2. 아온 리치 왕, 그리고 돌아온 원조. <블리자드 도타>.
과연 도타류 게임 시장의 주도권을 블리자드가 되찾아올 수 있을까?
마치며
물론 지스타 2011에 등장한 게임들을 통해 엿볼 수 있는 관전 포인트가 이것 뿐인 건 아니다. 지스타를 통해 알 수 있었던 변화 양상은 대작들이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웹게임과 소셜 게임은 어느덧 게임의 한 축을 당당히 차지하며 경쟁을 가속시키고 있으며 모바일 게임도 컴투스가 처음으로 단독부스를 마련해 나오며 변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다만 필자는 지스타를 통해 여러 크고 작은 신작 게임들이 공개된 후 나타나고 있는 다양한 기대 심리 중 많은 게이머들이 납득하고 기대하는 관전포인트를 네 가지로 추려냈을 뿐이고, 이것이 영원한 가치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게임시장은 항상 변하기 때문이다. 영원한 왕이 존재하지 않듯 시장을 영원히 지배하는 게임도 없다. 빨리 퇴장하느냐 서서히 멀어져가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지금은 본문에 나열한 신작들과 관전 포인트들이 기대를 모으지만 실제로 2012년 상반기나 그보다 좀 더 먼 미래라도 지금 주목받는 신작들과 흐름이 유효하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만큼 한국 게임시장은 지스타 2011을 기점으로 매서운 변화을 바람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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