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량 속에서 출시된 신작
지난 호에서 밝힌 바 있듯이, 팬택은 2011년 이후로 어려움에 빠졌다. 베가 레이서의 후속작이 연달아 흥행에 실패한데다가 마케팅에서의 무리한 출혈 경쟁으로 인해 부채가 급속히 불어났기 때문이다. 삼성, 애플, LG와 달리 펀더멘탈이 약한 팬택으로서는 치명적이었다. 이렇게 힘든 상황 속에서도 팬택은 승부수를 던졌다. 첫 번째 모델로는 5.9인치 FHD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국내 최초의 FHD 스마트폰이 된 '베가 No.6'가 있었다. 이후 2개월 뒤에 출시된 모델이 이번에 소개할 베가 아이언이다.메탈 소재 적용된 베젤리스 디자인
베가 아이언은 이름대로 금속 소재를 사용했다. 그동안 출시되었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플라스틱에 크롬 도금을 입혀 금속의 느낌을 흉내 내는 것에 그쳤다. 이와 달리 베가 아이언은 진짜 스테인리스 스틸로 테두리를 구성해 신선한 디자인을 보여줬다.만만치 않은 스펙과 UI
베가 아이언은 스펙도 당시 출시된 플래그십 스마트폰과 붙어 볼만 했다. AP는 퀄컴 스냅드래곤 700을 사용했으며, 디스플레이는 5.0인치 HD IPS TFT-LCD를 적용했다. 2GB LPDDR4 SDRAM과 32GB eMMC 내장 스토리지 등도 채택됐다. 그동안 팬택 스마트폰에서 쓰여 왔던 플럭스 UI는 베가 아이언에서 대폭 개선됐다. 훨씬 깔끔한 디자인에 안드로이드 4.1 OS에서의 최적화도 준수했다. 후면에는 13MP AF 카메라가 배치됐고, 전면 카메라는 2.1MP였다.갤럭시 S4, 게섯거라
베가 아이언보다 한 달 정도 먼저 발표된 삼성갤럭시 S4는 당시 삼성 스마트폰 전성기의 정점에 있었다.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였던 LG 옵티머스 G Pro도 등장한 상황에서 베가 아이언은 호기롭게도 갤럭시 S4의 라이벌을 대놓고 표명했다. 갤럭시 S4와의 승부를 위해 팬택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먼저 출고가가 824,900원으로 갤럭시 S4보다 7만원 더 저렴했다. 메탈 소재를 활용한 것을 이용해 베젤에 각인 서비스도 진행했다. 레드와 골드 컬러를 조합한 한정판을 출시하기도 했다. 연예인을 비롯한 VIP를 대상으로 판매되었는데, 당시 스마트폰 유저들은 이를 '아이언맨 에디션'이라 불렀다.단언컨대 메탈은 가장 완벽한 물질
특히 베가 아이언 출시에 맞춰 진행한 TV광고는 '단언컨대'라는 유행어를 낳았다. "단언컨대, 메탈은 가장 완벽한 물질입니다"라는 캐치프라이즈는 2010년대 TV를 자주 봐 온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때마침 패러디 광고로 유명했던 팔도 왕뚜껑은 팬택에 패러디 허가를 요청했고, 팬택은 이를 허락했다. 팔도는 이전에 스카이 뮤직폰 CF를 패러디한 광고로 재미를 본 적이 있었는데, 이때도 신박한 센스 덕분에 화제가 되었다. 나중에는 팔도에서 베가 아이언으로 촬영한 왕뚜껑 광고를 선보이기도 했다.생각보다 신통찮은 성적
이렇게 베가 아이언은 소비자에게 어필할만한 포인트가 있었고, 독특한 광고도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것이 흥행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베가 아이언의 누적 판매량은 80만대로 집계되었는데, 날로 힘들어지고 있던 팬택 입장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었다. 근본적으로는 라이벌을 천명했던 갤럭시 S4가 너무 강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아무리 팬택이 노력해도 당시 최고 수준의 사양을 보유했던 갤럭시 S4를 프리미엄 시장에서 이긴다는 것은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다. 완성도 문제도 베가 아이언의 발목을 잡았다. 스펙에 비해 부족한 배터리 용량 때문에 배터리가 빨리 소모된다는 문제가 있었고,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배터리 스웰링 현상이 종종 발생하기도 했다. 모 리뷰에서는 음질 측정에서 저음 부분이 실종되는 현상이 관측되어 논란이 일기도 했다.시장이 야속했던 베가 아이언 2
2014년, 팬택은 베가 아이언의 후속작인 베가 아이언 2(모델명: IM-A910/S/K/L/SD)를 선보였다. 전반적인 디자인은 전작과 비슷했으되, 이번에는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했다. 이전의 스카이 베가 이후 처음으로 AMOLED 디스플레이를 채택하기도 했다. 퀄컴 스냅드래곤 801 AP와 OIS 기술이 적용된 13MP 카메라도 탑재했다.저작권자 © 디지털포스트(PC사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