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3위→1위로...리딩뱅크 탈환
4대 은행 중 해외 법인 순익 1위
굵직한 금융사고 無...내부통제 관리 호평
[디지털포스트(PC사랑)=김호정 기자] 주요 은행장들의 임기 만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차기 행장 인사 윤곽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주요 은행들은 고금리 기간 호실적을 바탕으로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지만, 금융사고 등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변수로 떠오르며 주요 수장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전임 회장의 부당대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우리은행은 행장 연임에 제동이 걸렸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는 지난 22일 정기 이사회를 열고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연임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사회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이 460억원대 부당 대출을 받은 의혹으로 조 행장의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타 은행에서 내부통제 문제가 연임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지만, 올해 굵직한 금융사고가 없는 신한은행은 현 정상혁 행장의 연임 가도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업계 평가가 나온다. 정 행장이 이끄는 신한은행은 우수한 실적을 바탕으로 내부통제와 경영 안정화를 실현하며 '리딩뱅크'를 수성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순이익으로 전년 대비 19.4% 증가한 3조 1028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 1분기와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실적 성과를 내며 리딩뱅크 자리를 유지했다. 업계에서는 지금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연간 기준 신한은행이 리딩뱅크의 지위를 가져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통상 4분기의 경우 계절적 요인과 일회성 비용 등으로 실적 규모가 크지 않아 순위를 뒤바꿀 정도의 변동성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성과의 배경에는 정상혁 행장의 리스크 관리 및 '고객몰입' 경영 철학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행장은 연초 고객 중심의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고객의 니즈가 다양해지고 개인화된 솔루션 요구가 커지는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객몰입' 조직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은행의 핵심 경쟁력은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에서 비롯되며 은행의 본질은 고객에게 선택받는 은행이 되는 것임을 줄곧 강조했다.
앞서 신한은행은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금융권 최초로 내부통제 책무구조도를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지난 7월에는 AI 기술을 활용한 금융사고 방지 시스템 고도화 프로젝트를 도입했다. 지난해 10월 직원의 이상 거래를 자체적으로 탐지하는 AI 점검 시스템 개발을 적용한 이후 AI가 학습 데이터로 금융사고 징후를 폭넓게 탐지할 수 있도록 기능을 고도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한은행은 2023년 초부터 책무구조도 기반의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책무구조도를 준비해 왔으며, 이는 정 행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쟁력 입증
해외법인 실적 최다 순익
정 행장은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며 외연을 확장하는데도 역량을 집중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3분기 누적 해외법인 실적으로 4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 중 가장 많은 순이익을 거뒀다. 해외법인 순이익은 3분기 누적 4343억 원으로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주요 해외법인인 신한베트남은행과 일본 SBJ은행이 순항하며 각각 2076억원, 1069억원의 이익을 거뒀다. 국내 은행권의 격전지인 인도네시아에서는 신한인도네시아은행이 143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신한카자흐스탄은행은 753억원의 순익을 올리며 1년 전보다 68.6% 급성장했다. 정 행장은 지난 6월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카자흐스탄 경제사절단에 참여하며 현지 사업 다각화를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 기업들이 주요 생산거점으로 진출하며 투자 확대 중인 멕시코에선 지난 7월 멕시코신한은행이 몬테레이지점을 신설하며 전략적 거점 확대에도 나섰다.
국내외 실적과 내부통제를 바탕으로 성과를 입증한 정 행장에 대해 내부에선 연임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정 행장이 취임한 지난해 2월 신한은행은 전임인 한용구 신한은행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취임 38일만에 사임하고, 실적마저 부진한 상황을 겪고 있었다. 리딩뱅크 지위를 내준데 이어 실적마저 하락하며 2023년 주요 은행 중 3위에 자리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정 행장은 취임 1년만인 올해 1분기 리딩뱅크 타이틀을 되찾아오며 신한은행을 다시금 1위 자리에 올렸다. 안팎에선 정 행장의 현장 중심, 실용주의 리더십이 발휘되며 올라운더 CEO로서 신임을 얻은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한금융은 9월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를 가동하며 승계절차를 개시했다. 심층 심사를 통한 숏리스트를 발표 후 이르면 다음달 초 최종 결과를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정 행장의 연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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