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시티> - 여러분의 도시는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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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시티> - 여러분의 도시는 안녕하십니까?
  • PC사랑
  • 승인 2013.05.2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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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첫 번째 게임 <심시티>가 출시된 이후 후속작들의 연이은 흥행 성공으로 경영 시뮬레이션 장르의 대표 게임 시리즈가 된 심시티 시리즈는 국내외의 많은 게이머들이 가장 사랑하는 도시경영 게임이며, 심시티라는 단어 역시 PC게임 이외의 분야에도 빈번하게 쓰일 정도로 높은 인지도를 지니고 있다. <심시티 4> 이후 약 10년 간 후속작이 나오지 않았던 심시티 시리즈의 정식 후속작이 오랜 기다림 끝에 지난 2013년 3월 다시 <심시티>라는 이름으로 돌아왔지만 그 앞길은 기대와는 달리 순조롭지 않고 험난하기만 하다. 심시티 시리즈와 함께 해 온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고, 새로운 <심시티>에 대해 게이머들이 내리는 평가와 복잡한 감정의 원인은 무엇인지 살펴 보자.
박원기 [email protected]
 
 
 
‘심시티’는 어떤 게임인가?

경영 시뮬레이션의 대표 게임인 심시티 시리즈는 게이머가 한 도시의 지도자가 되어 지도 위에 자신의 도시를 건설하고, 운영하며, 만들어진 도시를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게임이며, 무엇인가를 부수고, 파괴하고, 섬멸하는 것으로 즐거움을 느끼는 게임과는 달리 생산적이고 파괴적인 활동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구조를 지닌 게임이다. 물론 시뮬레이션 게임이라 해도 엄연히 게임이므로 실제 도시 건설에 드는 비용과 시간, 과정에 비해 많은 부분들이 생략되어 있지만 그 체계를 경험해 보면 실제 일상 생활을 영위하는 게이머들이 현실적이라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매우 많다. 독자 여러분들도 잘 아는 상식처럼, 어떤 도시가 좋은 도시이자 가치 있는 도시가 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도시에는 사람이 많이 살아야 할 뿐만 아니라 사람이 많이 오고 가야 하며, 아무리 땅이 넓고 설비가 많다 한들 사람이 살지 않고, 사람이 오지 않는 도시는 도시의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도시에 사람이 많이 살고 유동인구가 늘어나도록 하려면 무작정 주택만 건설해서는 안 된다. 물건을 판매하기 위한 상업 공간도 있어야 하고, 시민들에게 팔 물건을 생산하는 공장 등의 산업 공간도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이런 공간들이 한 도시의 좁은 구역 안에 뒤섞여 있으면 편리할 것 같지만, 도시의 구획이 그렇게 배정되어 있으면 공장에서 내뿜는 가스 때문에 도시가 스모그로 뒤덮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도시에서 사람이 사는 주거 지역과 상업 지역, 그리고 산업에 필요한 지역은 구분되어야 한다. 어느 지역이든 도시 안에는 수도와 전기가 충분히 공급되어야 하고, 사람들이 더 쉽게 오가게 하려면 버스나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 수단도 있어야 한다. 도시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치우기 위한 쓰레기 처리장과 복지와 치안을 위한 공원, 도서관, 학교, 병원, 경찰서, 소방서 등의 시설도 필수적이다.
 
또한 도시를 운영하는 것은 무료봉사활동이 아니기 때문에, 운영자금을 모으기 위해서는 상업 활동 같은 곳에 세금을 거두는 등 행정적 체계도 필요하며, 갑자기 발생하는 자연재해에 대한 피해복구 작업이나 기존 시설의 노후를 막고 더 나은 시설로 교체하기 위한 작업도 해야하는 등, 도시를 경영하고 다스리는 데에는 신경을 쓰고 일일이 살펴야 하는 일들이 엄청나게 많다. 혹시 여기까지 듣고 이 내용들이 도시를 경영하는 지도자들에게 필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반만 맞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열한 내용들은 어디까지나 심시티 시리즈 내에서 도시 경영에 필요한 작업들을 ‘간략하게’ 요약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심시티 시리즈는 도시의 경영과 운용에 필요한 요소들이 상당히 사실적으로 구현되어 있기 때문에 심시티 시리즈에서 도시를 경영하는 게이머는 만만치 않은 현실의 벽을 자연스럽게 느끼게되며, 이것을 극복하는 과정 역시 다른 게임과 차별화된 재미 요소로 자리잡아 왔다.
 
 
<심시티>의 출발은 콘솔 게임이었다. 사진은 슈퍼 패미콤판 <심시티>.
 
 
가상의 도시 속에서 게이머들을 때로는 정비공으로, 때로는 건설업자로, 때로는 사업가로, 때로는 시장이나 작은 나라의 대통령으로 변신시키는 심시티 시리즈는 지금은 EA에 인수된 게임사인 맥시스에 의해 탄생하였으며, 맥시스의 중심에는 유명 게임 개발자 윌 라이트가 있다. 그는 자신이 최초로 만든 비행 슈팅 게임 <번겔링 만 공격작전>의 지도 편집기를 가지고 여러 가지 조작을 하다가 지도 편집기를 통하여 맵이나 시설물 등을 만들고 배치하는 것이 게임으로서의 재미요소를 내포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고, 이것에 착안하여 도시를 건설하고 경영해 나가는 컨셉트의 게임을 기획했다. 윌 라이트는 이 게임을 시장에 ‘마이크로폴리스’라는 이름으로 출시하려 했지만 마이크로폴리스라는 이름은 다른 회사가 선점하고 있었고, 하는 수 없이 다른 명칭을 찾다가 동료 중 누군가가 게임 속에 등장하는 가상의 시민들을 ‘심즈’(Sims)라고 부르는 것에서 착안해 게임의 이름을 <심시티>로 정하게 된다.
 
 
어떤 건물인지도 구분하기 어려웠던 <심시티>의 초기 모습
 
 
1989년에 출시된 <심시티>의 초기 모습은 <번겔링 만 공격작전>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빼 닮은 콘솔 게임이었다. 당시 그래픽 기술의 한계 때문에 게임 속에 구현되는 도시는 실제 도시와 많은 차이를 보일수밖에 없었고 콘솔 기기를 연결한 TV나 모니터가 천연색 색상을 지원하지 않으면 건물을 지어도 어떤 건물인지 구분하는 것도 매우 어려웠다. 만들어 낸 도시를 볼 수 있는 시점도 탑 뷰로 고정되어 있었고 지금 심시티 시리즈 하면 으레 떠올리는 도시와 도시 간의 연계 시스템은 아직 구현되지도 않은 시기였다. 지원하는 지도의 면적도 매우 좁았기 때문에 현실에 존재하는 초대형 도시를 실제 게임에서 비슷하게 구현할 정도의 수준까지 도달하는 것은 어려웠고 게임 속에서 25만 명 이상의 인구를 유치하면 달성할 수 있는 메갈로폴리스 (Megalopolis) 단계까지 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심시티>는 <심시티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출시되며 계속 인기를 누렸다.
 
 
<심시티>는 IBM PC로 이식된 이후 한층 개선된 그래픽과 사운드를 선보이며 게이머들의 호감을 얻었다. 다른 게임의 지도 편집기였던 게임의 출발점을 응용하여 지도 편집기를 탑재한 타이틀을 추가 출시하고, 그래픽의 임의 변경을 지원하는 <심시티 그래픽스> 패키지를 출시하여 게이머가 조정할 수 있는 요소를 한층 더 늘려 가기도 했다. 추가 패키지에서 드러난 요소와 함께 도시에 발생하는 재해 등의 돌발상황과 그에 대한 대처법, 실제 역사에 근거한 시나리오 모드 등은 심시티 시리즈가 고유의 재미를 가진 게임으로 인정받는 토대를 만들었으며 이 요소들은 심시티 시리즈의 향후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스템이 되었다. <심시티>는 PC의 운영체제가 DOS와 윈도우 등으로 바뀐 이후에도 여전한 인기를 얻어 1994년에 <심시티 클래식>이라는 이름을 달고 DOS 버전 PC 게임으로 재 출시되기도 했으며, PC버전에서 보여준 확장성과 기능 개선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 때문에 지금은 <심시티>를 초기의 콘솔 버전 대신 PC 버전으로 많이 기억한다.
 
 
성공과 확장, 실패와 재도약

4년 뒤인 1993년, 심시티 시리즈의 두 번째 게임 <심시티 2000>이 출시된다. <심시티 2000>에서는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는데, 바로 탑 뷰에서 쿼터 뷰로 게임의 시점을 바꾼 것이다. 시점 변환이나 회전 등이 자유로운 3D 게임이 대세가 된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게임의 시점변화가 중대한 변화라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1990년대 초반에 시점을 바꾸고 시야를 회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 전작과 달리 게이머가 자신이 세우고 관리하는 도시를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대격변’ 수준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 변화는 이후의 심시티 시리즈에서 도시의 관리와 건설을 더욱 입체적으로 가능하게 하였고 그로 인해 게임성은 한층 성장했다. 쿼터 뷰로의 변경과 시야 회전 기능등의 편의가 지원되며 정착된 <심시티 2000>의 인터페이스는 이후에<심시티 3000>과 <심시티 4>에도 계승되었고, 지금도 심시티 시리즈하면 가장 많이 떠올리는 게임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데에 공헌했다.
 

지금도 심시티 하면 가장 먼저 <심시티 2000>을 떠올리는 게이머들이 많다.
  
<심시티 2000>이 만들어 낸 것은 새로운 인터페이스만이 아니었다. 주변 도시와 공항, 항만, 도로 등을 통해 연결하는 도시와 도시 사이의 연계 시스템의 기초도 이 때 만들어졌다. 비록 주변 도시의 인구가 게이머의 도시로 유입되면서 자신의 도시가 보유하는 인구가 늘어나는 정도의 효과에 불과했지만 도시와 도시 간의 연계 시스템은 이후의 심시티 시리즈에도 계승되며 게임의 스케일을 더욱 크게 키우는 역할을 했다. 다양한 건물이 추가되면서 자유도도 높아졌고, 전작부터 진행되었던 확장팩을 통해 시나리오나 추가 콘텐츠를 보급하는 업데이트 방식도 <심시티 2000>에 들어서 더욱 늘어났다. <심시티 2000>에서는 <심시티>와의 호환도 지원했기 때문에 <심시티>에서 플레이 한맵을 불러 오는 것도 가능했고, <심콥터>와 같이 <심시티 2000>으로 만든 도시를 기반으로 즐길 수 있는 다른 게임 타이틀도 만들어졌다.

이렇듯 <심시티 2000>은 한층 더 강화된 게임성을 바탕으로 게이머들에게 심시티라는 이름을 각인시키는 데에 성공하며 지금도 고전 게이머들이 심시티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타이틀이 될 만큼 인기와 인지도를 얻었다. 그 덕에 <심시티 2000>은 DOS, 윈도우 등의 PC로 즐길 수 있는 형태는 물론 닌텐도, 플레이스테이션, 슈퍼 패미콤, 세가 새턴 등의 주요 콘솔 기기에도 컨버전되었고 출시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 판매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도 <심시티 2000>의 인기가 매우 높았는데, 비슷한 장르에 한글화 게임이 드물었던 대한민국 현지화 버전인 <심시티 2000 코리아>가 출시되면서 영어를 잘 모르는 게이머들에게도 인기를 얻었으며 <심시티 2000>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된 유사 게임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 중에는 서울시에서 한겨레 소프트에 의뢰해 만들어낸 서울 홍보 게임 <버추얼 서울>이 눈길을 끌었는데, 출시 당시 서울시에서 학교 등을 통하여 유료로 배포하고 지하철 광고도 하는 등 서울시의 홍보를 위하여 상당히 의욕적으로 배포한 게임이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얻은 <심시티 2000>은 결과만 놓고 보면 맥시스를 위기에 빠뜨리는 발단을 제공한 셈이 되고 말았다. <심시티 2000>의 성공으로 시리즈의 토대가 굳건하게 서고, 맥시스 역시 주식회사가 되며 규모가 커지고 외부의 자본을 유치할 수 있게 된 것까지는 좋았지만 주식회사가 된 이후 맥시스에 투자한 주주들이 더 큰 이익을 위해 심시티 시리즈의 이름을 딴 게임들을 가능한 한 빨리, 그리고 많이 만들어 출시하라고 압박하면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맥시스는 주주들의 무리한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고 말았고 심시티 시리즈의 이름값에 기댄 <심앤트>, <심라이프> 등의 게임이 주주들의 요구에 의해 연이어 출시되었다. 하지만 빠듯한 기간 동안 만들어 낸 게임이 제대로 만들어졌을리 없었고, 시장에서는 맥시스 사의 완성도 낮은 게임들에 대해 흥행실패와 함께 혹평을 안겨주었다. 결국 맥시스는 <심시티 2000>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회사 가치가 심하게 곤두박질치며 경영 위기에 놓였고 이후 EA에 인수되고 말았다.
 
 
<심시티 2000>의 성공 이후 무리한 요구에 의해 내놓은 맥시스의 졸작 게임들은 시장에서 ‘당연히’ 실패했다.
  
주주들의 요구에 의해 무리하게 진행한 문어발식 확장이 모두 실패한 이후, 맥시스는 1999년에 <심시티 3000>을 출시했다. <심시티 3000>은 처음에 기획될 때에는 당시 모든 그래픽을 3D로 구현하고 모든 건물과 사물들을 하나에서 열까지 다 통제할 수 있는 실제 도시와 같은환경을 가상 공간에 만드는 게임으로 출발했지만, 당시는 3D 가속기능을 가진 그래픽카드가 막 대중화되던 단계였고 3D 그래픽의 기술역시 기획 의도를 살릴 만큼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초기 계획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맥시스는 차선책으로 전작의 시스템에서 큰 틀을 바꾸지 않는 대신 주요 시스템을 발전시키고 편의성을 늘리는 방식으로 <심시티 3000>의 개발 및 기획 방향을 전환하였고 그 결과 <심시티 3000>은 개발 과정에서 출시 연기와 출시 방향의 전환 등으로 아까운 시간을 소비하며 눈총을 받기도 했다.
 

게임성은 잘 계승했지만 전작에 비해 뚜렷한 변화는 없었던 <심시티 3000>
 
 
<심시티 2000>과 너무도 비슷했던 <심시티 3000>은 3D 그래픽 등의 발전적인 변화를 보여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고, 그 결과 출시 이후 엉뚱하게도 맥시스의 주가가 떨어지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심시티 3000>이 전작과 너무 유사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게이머들에게도 비판을 받는 요인이 되었다. 전작에 비해 주변 도시와의 연동 및 도시 법안 등이 강화되고, 쓰레기 처리 시스템과 특수 건물 시스템 등이 추가되는 등 기존의 재미 요소를 더 강화시켰기 때문에 재미면에서는 나쁘지 않았지만, 새로운 시도보다 전작의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선택한 게임사의 시도는 좀 더 새로운 것을 원하는 게이머들에게 달갑지 않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심시티 3000>은 전작부터 이어져 온 시리즈 전반의 게임성과 정체성을 거의 그대로 발전시켜 나간 게임이었고, 전에 비해 음향효과와 그래픽 역시 꾸준히 발전했다는 점에서 변화가 없다고 혹평만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게임이었다.
 
 
 
명암이 엇갈린 대작, <심시티 4>

심시티 시리즈에 3D 그래픽이 도입된 것은 2003년 <심시티 4>가 출시되면서부터였다. 그러나 <심시티 3000>이 출시되던 시기는 물론 <심시티 4>가 출시된 2000년대 초반에도 3D 그래픽만으로 사실적인 느낌을 주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기술이었기 때문에 <심시티 4>에서는 지형은 3D를 사용한 반면 건물이나 시설물 등의 오브젝트는 2D와 3D를 적절히 섞은 그래픽을 사용하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이전시리즈에 비해 더욱 실제 도시와 지형에 가까운 느낌을 구현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었으며 3D 그래픽 도입으로 높은 산이나 절벽 같은 지형을 더욱 세밀하게 만들 수 있게 되어 게임의 리얼리티는 더욱 높아졌다. 그래픽의 변화 외에도 <심시티 4>에는 중요한 변화가 세 가지 더 일어났는데, 게이머가 지을 수 있는 건물의 범위 개념과 방향 개념이 도입되었으며 더욱 큰 지도를 사용해 거대 도시를 만들 수 있는 기능이 구현된 것이다.
 
 
<심시티 4>부터 심시티 시리즈에도 3D의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다.
 
전작인 <심시티 3000>까지는 건물에 범위 개념이라는 것이 없었기때문에 시민에게 치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물들이 필요할 경우 이상현상이 발생하는 정도에 따라 적당한 개수를 지어 주면 그 건물이 어디에 있든 도시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건물마다 유효 범위를 가지게 된 <심시티 4>부터는 일정 범위 내에 필요한 건물이 없으면 필요한 개수 이상 편의시설이 있어도 도시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예를 들어 경찰서나 소방서, 병원 등이 도시의 왼쪽 구역에만 밀집되어 있을 경우, 그 건물들의 영향을 받지 않는 오른쪽 구역에서는 치안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화재가 생기거나, 환자가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 된다. 또한, 각 시설에 도입된 방향 개념으로 인하여 상업 시설이나 주거 시설은 건물의 정면 부분이 반드시 도로에 접해 있어야 제대로 된 역할을 하게 되었기 때문에 <심시티 4>를 플레이 하는 게이머들은 이전에 비해 좀 더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편의 시설을 배치하게 되었다.

범위 개념이 도시의 건물 배치를 좀 더 체계적으로 구상하도록 만들었고, 방향 개념이 도시의 짜임새에 리얼리티를 더한 요소라면 큰 지도를 통해 거대 도시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은 이전 시리즈에 비해 게이머가 다스리고 구성할 수 있는 도시의 면적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만들었다. 게이머가 만든 도시와 도시 사이에는 각 도시가 보유한 시설과 건물이 어떤 용도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서로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도 있고, 수도시설 및 폐기물 등을 거래하여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도시 하나만을 운용하면서 주변 도시와의 제한된 연계를 할 수 있었던 이전 시리즈가 도시 경영 게임이라면, 많게는 수십 개의 거대 도시를 운용하며 유기적인 연계를 할 수 있게 된 <심시티 4>는 작은 규모의 나라를 운용할 정도의 규모로 발전한 것이다.
 

큰 지도 시스템으로 작은 국가 규모의 도시 집단을 다스릴 수 있었던 <심시티 4>
 
 
이런 이유 때문에 지금도 <심시티 4>는 많은 게이머들에게 게임성 측면에서 호평을 받고 있지만, 게임의 실행 문제로 넘어가면 비판이 끊이지 않는 게임이기도 하다. 출시 초기에 ATi사의 Radeon 그래픽 카드를 탑재한 PC에서 실행할 경우 게임 스크롤 기술과 메모리 구조 간의 충돌로 인하여 건물 혹은 그래픽 효과가 사라지는 문제가 발생한것은 <심시티 4>를 설치했을 경우 발생하는 오류들 중 대표 사례였고, 설치 및 실행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게임을 제대로 실행할 수 없는 현상도 출시 이후 한동안 지속되었다. 이처럼 게임 품질이 이전 시리즈에 비해 불안하다 보니 전작부터 조금씩 제기되었던 최적화 문제에 대한 비판도 <심시티 4>에 들어서는 몇 배나 많이 제기되었다.
 
최초 발표 당시 <심시티 4>를 구동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펜티엄3500MHz에 128MB 이상의 RAM, 32MB 이상의 메모리를 보유한 비디오카드가 탑재된 PC를 필요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최소 사양으로는 게임을 제대로 구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권장 사양으로 발표된 펜티엄3 1GB급 마이크로프로세서와 256MB 이상의 RAM, 32MB 이상의 메모리를 가진 비디오카드를 구비한 PC 정도가 되어야 <심시티 4>를 겨우 가동할 수 있었다. 그리고 원활하게 <심시티 4>를 구동하기 위해서는 RAM만 해도 1GB 이상이 되어야 가능했다는 것이 그 당시 <심시티 4>를 경험한 게이머들의 보편적인 주장이다. 물론 심시티 시리즈의 구조상 다른 게임에 비해 계산하여야 하는 변수가 엄청나게 많고 그로 인해 다른 게임보다 고사양을 요구하게 되는 구조적 문제는 반드시 뒤따라오게 될 수밖에 없었지만, 그것만으로 실행 문제를 이해하기에는 초반에 발생한 문제의 빈도가 이전 시리즈에 비해 너무 잦았다.
 

이런 도시를 제대로 가동하려면 PC가 두 대 있어도 모자랄 것 같다.
 
 
실행 및 설치와 관련된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고도 <심시티 4>의 최적화나 하드웨어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도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는다. 과거의 PC에서 그런대로 잘 돌아가던 <심시티 4>가 멀티코어 CPU를 탑재한 최신형 PC에서 실행할 때에 비정상적으로 종료되거나 세이브가 불가능한 문제가 생기는 일이 간혹 있는데, 이런 현상의 원인은 <심시티 4>가 멀티코어 CPU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이머들은 출시 이후 상당 기간이 지난 지금도 <심시티 4>의 실행을 위해 자체 문제 해결 방법까지 공유할 정도로 열성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이전 시리즈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된 지형 및 오브젝트 편집 기능을 통해 엄청나게 많은 자작 건물들과 MOD들을 만들어 냈다. <심시티 4>는 확장팩 ‘러시아워’를 통해 추가 건물들을 지원하고 ‘운전대를 잡아라!’모드와 같이 자신이 경영하는 도시를 레이싱 모드로 돌아보는 신규 게임 시스템과 자신의 도시에 살고 있는 주민(Sim)들을 파견해 다양한 반응을 얻는 시스템을 추가하는 등 재미 요소를 더욱 추가시켰다.
 
 
오랜 기다림의 시간

<심시티 4>가 출시된 지 몇 년 후 EA는 심시티 시리즈의 새로운 후속작을 발표하겠다고 언급하여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었고 일부 언론은 공개 초기에 EA가 <심시티 5>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EA가 들고 나온 심시티와 관련된 새 게임은 정식 후속작이 아니라 <심시티 소사이어티>라는 심시티의 이름을 딴 별도의 게임이었다. EA는 출시 전 발표를 통해 게이머들이 <심시티 소사이어티>에서 여섯 개의 사회 에너지를 조합하여 단순히 성장하는 도시가 아니라 자신이 꿈꾸는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하였으며, 지금까지 출시된 심시티 시리즈보다 난이도는 낮추고 재미를 보강하는 게임을 만들었다고 언급했다. 소사이어티(Society)라는 이름처럼 사회적인 가치에 중심을 두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 동안 심시티 시리즈를만들어 낸 맥시스와 윌 라이트 대신 EA 산하의 다른 게임사인 틸티드밀 엔터테인먼트에 <심시티 소사이어티>의 개발을 맡긴 EA의 선택은 심시티 시리즈의 팬들에게 많은 우려를 자아냈고, <심시티 소사이어티>가 출시되자 그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다른 재미를 시도했으나 게이머들에게 외면 받았던 <심시티 소사이어티>
 
 
기존에 심시티 시리즈를 플레이 했던 게이머들은 <심시티 소사이어티>에 대해 가차없는 혹평을 쏟아냈다. 맥시스가 그 동안 심시티 시리즈를 통해 펼쳐 왔던 심시티 시리즈의 정체성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때문이다. <심시티 4>까지의 심시티 시리즈에서 게이머는 자신이 운용하는 도시와 주변 영역에 필요한 요소들을 조절하여 도시를 발전시키고, 도시 구성원들의 요구와 발생한 재해에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는 지도자이자 경영자의 입장이었다. 그렇지만 <심시티 소사이어티>에서 게이머들의 포지션은 도시를 경영하는 위치라기보다는 도시의 제한된 부분을 단순하게 조정하고, 계획을 세울 필요 없이 그때그때 필요한 건물만 지을 줄 알면 되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심시티 시리즈의 폭넓은 자유도를 <심시티 소사이어티>에서는 느낄수 없었던 기존 게이머들이 이 게임의 재미 요소를 납득하기 어려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심시티 소사이어티>가 기존의 심시티 시리즈를 즐기던 게이머들에게 다소 좋지 않은 평을 들었다 해도 그 전에 심시티 시리즈를 접해 보지 않은 게이머들을 많이 끌어들였다면 괜찮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심시티 소사이어티>는 신규 게이머들을 끌어들이는데에도 성공적이지 못했다. 단순한 인터페이스 때문에 경영 시뮬레이션을 처음 즐겨 보는 게이머들에게 적합한 수준의 난이도를 제공하기는 했지만 정작 게임의 재미 요소들이 게이머들에게 좋은 평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EA와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사가 <심시티 소사이어티>를 통해 지구 온난화 원인과 영향을 학습하는 협력을 맺고, 일부 언론에서 환경과 개발과의 관계를 게임에 빗대어 설명할 때 <심시티 소사이어티>가 언급된 것 정도가 게임성이 인정받은 몇 안 되는 사례였으며, 열악한 대한민국 PC 패키지 게임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지화까지 지원했던 <심시티 소사이어티>의 대한민국 흥행은 유감스럽게도 실패하고 말았다.
 

Wii용과 닌텐도DS용 게임이 서로 다른 구성으로 출시되었던 <심시티 크리에이터>
 
 
<심시티 소사이어티> 이후 PC 게임으로는 심시티 시리즈의 이름을 딴 게임들이 나오지 않았지만 다른 플랫폼으로는 심시티 시리즈의 외전 격인 게임들이 나왔는데 허드슨소프트에서 닌텐도 DS와 Wii용으로 개발한 <심시티 크리에이터>와 심시티 시리즈의 모바일 버전에 해당하는 <심시티 디럭스> 등이다. 먼저 <심시티 크리에이터>는 대한민국엔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콘솔 기기의 특색을 살려 기기마다 다른 시나리오가 주어진 점이 눈길을 끌었던 게임이다. Wii 버전은 곡선 컨트롤러를 이용한 조작법을 사용하여 13가지의 도시 테마속에서 반드시 헤쳐나가야 하는 다양한 자연재해와 재앙 등의 시나리오를 극복하는 것이 게임의 주요 내용인 반면, 닌텐도 DS 버전의 <심시티 크리에이터>는 고대부터 미래까지 순차적으로 나열된 일련의 도시 생성 과제가 주어졌다. 두 게임은 같은 이름을 가졌지만, 완전히 다른 내용, 다른 조작법을 가진 게임이었던 것이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태블릿PC 등에서 즐길 수 있었던 모바일 게임 <심시티 디럭스>는 <심시티 3000>을 모태로 제작된 게임이며, EA의 아이폰 게임들 중 최초로 한글이 지원된 게임이기도 하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게이머들에게 도로, 수도, 전력망의 확충과 주거, 상업, 산업 지역의 설정을 요구하는 <심시티 디럭스>의 소개글처럼 게임의 기본 토대는 심시티 시리즈의 전통을 충실히 따르고 있고, PC로 심시티 시리즈를 접해 보지 않은 게이머들을 위해 튜토리얼을 통하여 자동적으로 게임을 학습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스마트폰 및 태블릿PC 등의 화면을 터치하는 것으로 지형 조정과 회전, 스크롤, 확대 등의 게임에 필요한 행동들을 손쉽게 할 수 있으며 40여 개의 유명한 랜드마크를 포함한 다수의 건물들과 폭설, 메뚜기 떼 등의 재난 시스템도 충실히 반영되어 있는 등, 출시된 지 약 2년 가량 지난 지금도 심시티 시리즈의 재미를 잘 살린 모바일 게임으로 평가되고 있다.
 

심시티 시리즈의 재미를 모바일 환경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심시티 디럭스>
 
 
하지만 다양한 기기로 ‘심시티’의 이름을 딴 게임들이 나온다 한들, 심시티 시리즈의 팬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오로지 PC를 통해 정식 후속작이 출시되는 것이었다. <심시티 소사이어티>에 크게 실망했던 심시티 시리즈 팬들의 갈증은 날로 커질 수밖에 없었고, 심시티 시리즈의 게임성을 가장 잘 살릴 수 있고 심시티 시리즈의 게이머들이 가장 익숙하게 여기는 것은 PC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심시티 시리즈의 신작 소식이라 여겼던 소식이 다른 플랫폼의 게임 출시 소식이라는것을 알게 되거나 출시 소식이 루머로 밝혀질 때마다 게이머들의 실망은 커져갔지만 그것이 심시티 시리즈의 후속작을 기다리는 게이머들의 바람을 꺾지는 못했다. 정식 후속작에 대한 요구는 줄기차게 이어졌고, 그 기약 없는 기다림에 EA가 마침내 응답하는 시간이 왔다. 마침내 맥시스에서 심시티 시리즈의 정식 후속작이 개발되고 있다는 공식 발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온 <심시티>

EA 산하 맥시스의 루시 브래드쇼 수석 부사장은 2012년 3월 GDC 2012에서 심시티 시리즈가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 장르의 대명사가 되도록 성원한 팬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새로운 세대의 게이머들을 위하여 다시 창조한 심시티를 선보이게 되어 무척 기쁘다는 말로 새로운 심시티 시리즈의 소식을 알렸다. 이 날 발표된 바에 의하면 새로운<심시티>는 맥시스가 보유한 글래스박스 엔진을 사용해 PC와 MAC 전용으로 제작될 예정이며, 심시티 시리즈가 선보인 이래 줄곧 유지해 온 고유의 재미와 분위기, 그리고 게임성을 두루 반영하는 데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새로운 <심시티>를 통하여 가장 정교한 도시 건설 시뮬레이션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했다.

공식 발표 이후, 심시티 시리즈의 최신작에 대한 정보가 속속 밝혀졌다. 미국의 게임 전문 웹진 게임스팟에서는 2013년 출시 예정인 새로운 <심시티>가 멀티플레이 콘텐츠 위주로 만들어지고 있고, EA의 게임 유통 플랫폼 오리진을 통해 서비스되기 때문에 인터넷 접속이 반드시 필요하게 되며, 패키지 버전과 함께 오리진에서 판매하는 디지털 버전이 동시에 유통될 것이라는 정보가 공개되었다. 2012년 6월 E3의 EA 컨퍼런스에서도 <심시티>에 대한 발표는 계속 이어졌다. <심시티 3000>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페이스북용 <심시티 소셜>의 정보 공개와 함께 이루어진 새로운 <심시티>에 대한 발표에서 EA 측은<심시티>가 멀티플레이를 통해 주변 게이머들과 건물과 자원을 공유하여 자연스러운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이루는 게임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그리고 그 전까지 일부 언론을 통해 <심시티 5>등으로 언급되었던 신작 명칭은 명칭 리부트를 통해 공식 발표된 <심시티>로 통일되었다.
 
 
10년만에 돌아오는 정식 후속작의 이름은 <심시티>로 정해졌다.
 

E3 이후에도 새로운 <심시티>에 대한 정보는 출시 전까지 지속적으로 발표되었으며, 이 정보들 중 대부분은 <심시티>에 도입한 멀티플레이의 플레이 양상과 긍정적인 전망, 그리고 게임사가 의도하는 방향성 같은 것들이었다. 공개된 정보에 의하면 EA의 게임 서비스 플랫폼 오리진 안에서 <심시티>를 플레이 하는 게이머가 친구 등록된 게이머와 함께 <심시티>를 하게 될 경우 소셜 게임처럼 게이머 주변에 친구의 도시가 추가되며, 친구의 도시가 범죄율을 낮추고 자원을 많이 생산하게 되면 자신의 도시는 친구의 인접 도시로 인해 긍정적 영향을 받고 친구가 생산한 자원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좋은 영향뿐만 아니라 나쁜 영향도 같이 받게 되는데, 인구 증가로 인한 교통체증이나 산업 활동으로 인한 환경오염 등이 자신의 도시에서 발생하면 인접한 친구의 도시에서도 자신의 도시로 인한 악영향이 발생한다.
 
EA는 <심시티>에 이런 상호작용 시스템을 넣게 된 이유에 대해 도시의 개발과 환경 보존을 동시에 진행하는 균형의 어려움을 학습하고, 이를 토대로 게이머들 사이에 경쟁뿐만 아니라 공존해 나갈 수 있는 형태의 게임을 만들기 원했다고 언급했다. 이런 취지를 살리기 위해 EA는 지구 온난화에 대한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을 감독한 데이비스 구겐하임을 초청하기도 했으며, 게임 쇼를 통해대략적 정보가 발표된 이후에는 언론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플레이 영상을 공개해 게임의 의도와 완성도를 알리는 데에 주력했다. 몇 번에 걸쳐 공개된 <심시티>의 플레이 영상에서는 좀 더 단순화되고 편리해진 인터페이스 속에서 이전 시리즈와는 달리 도로만 있으면 상수도 설비를 할 수 있게 된 모습, 모든 그래픽을 3D로 만들어 낸 영상과 효과, 이전보다 발전된 건물의 건설 장면, 도시에 사는 심(Sim)들을 더욱 자세히 확인할 수 있는 기능 등의 여러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정보 공개가 하나 둘 이루어지는 동안 <심시티>의 출시 시기는 계속 다가오고 있었다. 제작 발표 초기에 2013년 2월경으로 언급되었던 출시 시기는 북미 기준 2013년 3월 5일로 약 한 달 가량 늦춰졌지만, 그 이후에는 출시 연기 이슈 없이 순조로운 게임 개발이 계속되었고 게이머들은 <심시티 4> 이후 10년만에 나타난 심시티 시리즈의 정통 계승자가 시장에 나오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다. 일부 게이머들이 싱글 플레이 모드 지원이 불투명해진 데에 대해 불안감이나 불만을 드러내긴 했지만, ‘우리가 보는 것이 가상 현실이 된다’(What we see is what we simulate)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대다수의 게이머들은 새로운 <심시티>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현실 같은 가상 현실을 체험하고 스스로 만들어 갈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대한민국에서도 <심시티>의 소장판이 하루 만에 매진되기도 했다.
 

출시 당일, <심시티>는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대한민국 여러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는 <심시티>와 함께 ‘심시티 최신작’, ‘심시티 구입’, ‘심시티5’ 등의 검색어가 높은 순위에 등장했고, 일부 포털사이트에서는 한때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하기도 하며 심시티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핫 이슈가 되는 등, 2010년 말 <문명 5>의 출시와 그로 인해 탄생한 필수요소들의 인기를 떠올릴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이 발생했다. 대한민국 내 게임 판매도 순조로워 단 하루 만에 소장판과 초도 수량이 모두 품절되었으며 <심시티>의 실행을 위해 오리진을 이용하는 방법을 문의하는 게이머들도 생겨났다. 국경을 뛰어넘은 초반 성공에 고무된 EA 측에서는 <심시티>출시 2일 만에 프랑스, 영국, 독일의 유명 건물들을 그대로 재현한 아이템 세트를 출시했다. 그러나 새로운 <심시티>의 열기가 모든 도시를 휩쓸어 버릴 정도의 자연재해로 되돌아오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혹독한 재앙을 만나다

기대를 모았던 게임이 출시되었을 때, 처음에는 게이머들이 웬만큼 문제가 있어도 그 게임에 대해 좋은 점을 더 많이 생각하고 별다른 불만 없이 게임을 즐긴다. 하지만 게임의 열기가 식거나 게임 품질 때문에 발생한 문제의 심각성이 게임의 열기를 뛰어넘게 되면 혹독한 비판과 함께 게임의 인기가 추락하고 그로 인해 게임에 대한 평이 더욱 나빠져 쉽게 회복하지 못하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게 된다. <심시티>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심시티>의 플레이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점에 대한 지적은 출시 열기에 휩싸인 순간부터 바로 시작되었다. 가장 빈번하고 격렬하게 제기된 불만 사항은 서버의 안정성에 대한 부분이었고, 과거 <심시티 4>에서 지적된 일이 있었던 PC 요구 사양문제와 전작보다 컨트롤할 수 있는 도시와 맵이 적어진 부분 등이 주요 불만 사항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서버 문제를 알리는 <심시티>의 게임 화면. 어디선가 봤던 악몽의 광경이 떠오른다.
 

불편 및 불만 사항들 중 서버 문제가 가장 크게 이슈화된 것은 새로운<심시티>의 경우 전작들과는 달리 온라인 상태여야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플레이에 필요한 게임 서버의 접속 및 이용이 모두 불안정한 상태는 <심시티>의 출시 이후부터 거의 매일 지속되었고, 어쩌다가 서버에 운 좋게 접속할 수 있었다해도 비정상적인 게임 종료 현상 때문에 게이머가 쫓겨나는 듯한 느낌을 받는 일도 빈번했다. 이런 <심시티>의 서버 문제는 대한민국에서만 벌어진 일은 아니어서 미국에서도 출시 직후부터 서버 접속 문제를 겪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보고되었고, 아시아나 북미 지역을 비롯한 세계 각지의 서버들에 접속해 봐도 원활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시간대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게임 서버 문제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하나 더 있었다. 심시티를 즐기기 위해 EA가 설정해 놓은 정품 인증 절차가 EA의 서버 불안정으로 인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EA는 자사가 유통하는 게임의 불법 복제를 막기 위하여 대부분의 상용 게임에 DRM을 적용하고 게이머들이 정품 인증을 해야 게임을 실행할 수 있도록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게임사의 당연한 권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평소에 EA 오리진에서 정품 인증을 담당하고 있는 서버의 안정성이 그다지 좋지 않은 편이었으며, 이미 다른 게임의 정품 인증을 할 때 문제가 발생하여 게이머들의 원성을 산 사례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심시티>가 전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했으니 그렇잖아도 문제가 있었던 EA 오리진의 정품 인증 서버가 제대로 작동할 리 없었던 것이다.

구입한 게임이 정품이라는 것을 인증 받기까지 두세 시간을 기다리는것은 기다림 축에도 들지 못할 정도로 정품 인증 문제는 심각했고, 그렇게 어려운 정품 인증 과정을 뚫으면 어디로 들어가야 게임을 할 수 있을지 전혀 답이 나오지 않는 게임 서버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덧 <심시티>에 대해 불만을 가진 게이머들은 <심시티>의 비교 대상으로 큰 성공을 거두며 게이머들에게 유행이 되었던 <문명 5>대신 지난 해 서버 문제로 몸살을 앓았던 <디아블로 3>을 떠올리고 있었다. 게다가 이렇게 <심시티>를 구매한 게이머들이 서버 문제로 재난을 맞이하고 있는 상황에서 EA코리아의 직원이 페이스북에 남긴 어이없는 답변은 대한민국에서 <심시티>를 구입한 게이머들의 분노를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것처럼 더 타오르게 만들었다.

문제의 발언은 EA코리아 페이스북에 서버 증설을 요구한 게이머들의건의사항에 대하여 EA코리아 관계자가 페이스북 답글을 통해 "불법복제가 많아 아시아 서버의 증설이 어렵다"고 한 것이다. <심시티>가 <디아블로3>처럼 온라인 환경이 반드시 필요한 패키지 게임이고 <심시티>의 서버 문제가 EA 오리진의 서버 문제와 EA의 정품 인증 정책때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인과관계를 도저히 찾을 수 없는 불법복제 이야기를 꺼낼 당위성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게이머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EA코리아 페이스북 담당자는 게이머들의 항의가 제기되자 자신의 무지로 인한 잘못된 발언을 사과했지만, EA코리아 직원이 자사에서 판매하는 소프트웨어의 유통 방식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불법복제를 핑계 삼은 것은 정당한 이유를 찾기 어려운 변명에 불과했다.
 

<심시티>의 게임 반응과 여론에 대한 조작이 이루어졌다고 주장한 Play4Real
 
 
EA 본사 역시 운영 관련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외국 게임 매체 Play4Real은 EA 본사가 수백 명의 중국인을 섭외하여 <심시티>의 온라인 서비스와 게임 품질에 대한 우호적인 댓글을 달게 했으며, 댓글 하나 당 1RMB을 받기로 약속한 이후 780개의 댓글을 달았다는 증언을 메일 인터뷰로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EA는 이 주장에 대해 “온라인 접속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우리(EA)가 중국인들을 고용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하면서 댓글을 통한 여론조작 주장을 부인했으나, IGN 등의 해외 전문 웹진들이 중국 IP로 확인된 신규가입회원을 차단하는 일이 있었던 점을 살펴보면 그 주체가 누구이든 간에 <심시티>의 여론을 둘러싼 중규모 이상의 조직적 움직임이 실제로 있었을 가능성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EA가 <심시티>에 대해 불만을 품고 환불 요청을 할 의도로 고객센터 전화번호를 물어보는 게이머들의 게시물 댓글을 삭제한다는 제보가 나오면서 EA의 고압적인 고객 서비스 정책에 대한 비판과 정품 인증 제도 폐지 요구 등이 더욱 힘을 얻게 되었다. 이처럼 대한민국과 북미 지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심시티>의 서버 문제에 의한 민원과 고객 불만 사례가 빈번해지자, EA는 게이머들에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EA에서는 밤낮없이 일하고 있으며 며칠 안으로 추가 게임 서버를 증설하겠다”고 밝혔고 이와 함께 서버 접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전과제, 지역 필터링, 리더보드 기능과 같은 <심시티>안의 부가기능을 비활성화하여 게임 서버의 부하를 조금이라도 줄여 보려는 노력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심시티>의 서비스 문제는 거의 나아지지 않았고 게이머들의 불만도 전혀 진정되지 않았다. 오히려 서버 문제를 개선한다는 목적으로 게임의 최대 속도를 제한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EA의 서비스 정책에 대한 비판만 늘어 갔다.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Amazon)의 미국 사이트는 고객의 불만을 비롯한 여러 원인 때문에 <심시티>의 디지털 판매를 일시중지하기도 했고, 게이머들은 게임의 품질 문제에 대해 게임 전문 웹진과 온라인 사이트 등에 최저 평점을 주고 <심시티>에 대한 불만의 글을 남기는 것으로 대응했다. 그 결과 게임스팟은 극심한 고객 불만과 서버 문제를 기록한 <심시티>에 평점 5점을 부여하는 등, <심시티>에 대한 게이머 평가와 전문가 평가는 심시티 시리즈 중 역대 최악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심시티>에 대한 평가는 도시에 발생한 재해 수준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한편 EA의 존 리치티엘로 CEO가 <심시티> 출시 이후 2주 만인 3월 18일에 사임을 발표하자, 이 일이 <심시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존 리치티엘로 CEO가 사임한 것은 2007년 EA의 CEO로 부임한 이후 주가가 최대 40%까지 폭락하며 EA가 몇천 명 규모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벌일 정도로 영업이 부진했고, 스타워즈 프로젝트를 비롯한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수익을 악화시키는 등 이미 영업부진 및 흥행실패 요소가 누적되어 회사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심시티>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기에는 당위성이 약했지만, 사임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심시티>의 품질 논란과 연계되는 것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CEO의 사임에 뒤이어 <심시티>가 출시 2주 만에 110만 장 이상 판매되면서 EA 사상 최고의 출시 기록을 경신하였다는 소식도 전해졌지만, 흥행 성공에도 불구하고 게이머들과 게임 관계자들은 반가움보다 아이러니함을 느껴야 했다.
 
 
<심시티>에 대한 문제점과 불만의 원인
 
<심시티>의 문제에 대해 게이머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으며 가장 많이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심시티>에서 새로이 도입한 글래스박스 엔진에 대한 것이다. 글래스박스 엔진이 화려하고 깔끔한 그래픽을 제공하기는 했지만 대규모 연산 시뮬레이션을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처리하는 과정이 게임 서버의 연산용량을 초과하게 만들어 각종 이상현상을 발생시킨다는 것이 게이머들이 주장하는 이상현상의 원인이다. 또한 일부 게이머들은 EA에서 글래스박스 엔진 및 클라우드 컴퓨팅 때문에 오프라인 모드를 도입하기 어렵다고 해명한 것 역시 거짓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심시티>의 게임 코드로 여러 가지조작을 하던 게이머들 중 일부는 <심시티>를 오프라인으로 진행할경우 강제 종료되게 만드는 코드를 지우는 방법 등으로 <심시티>를 오프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하였으며, 그들은 UCC나 온라인 게시판 등을 통해 오프라인 모드를 플레이 하는 방법을 확산시켰다.

이런 일부 게이머들의 행동은 게임 프로그램 변조에 해당하므로 정당하다고 볼 수는 없으나, 전문 개발자도 아닌 게이머들이 오프라인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은 EA의 오프라인 모드 도입과 관련된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서버 문제와 아울러 그 전부터 EA 오리진 시스템 상에서 문제가 되어 왔던 온라인 정품 인증 완화 요구도 <심시티>의 정품 인증 문제 및 서버 문제가 발생한 이후 더욱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심시티>의 접속 불가 및 서버 불안정 문제에 대하여 EA에서는 서버의 용량 및 과부하 문제가 원인이라고 공식 발표했지만, 온라인 정품 인증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게이머들은 DRM 등의 온라인 정품 확인 시스템이 게임의 다운로드와 인증 절차뿐만 아니라 게임 실행 시 서버 접속과 이용 문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면서 온라인 서명운동과 같은 조직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글래스박스 엔진의 기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게이머가 업로드한 UCC 영상
  
더 나아가, 서명운동을 주도하는 게이머들 중 일부는 온라인 서명으로 모인 게이머 의견을 바탕으로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에 온라인정품 인증을 완화할 것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EA의 임원진들을 비롯한 여러 관계자들은 게이머들의 요구와 온라인 청원, 정품 인증 시스템에 대한 불신에도 불구하고 DRM은 서버 접속 불가 현상의 원인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EA 내에서도 DRM 등의 일부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대부분의 이슈가 서버 문제와 정품 인증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읽으면 <심시티>가 가지고 있는 문제가 게임 외적인 문제에 국한되었다고 인식할 수 있지만, 조금 더 깊이 파고 들어가 보면 <심시티>의 게임 내적인 문제도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임 내적인 문제 중 가장 많은 불만이 발생하고 있는 부분은 인공지능 문제와 거대 도시를 만드는 시스템이 미 구현된 것이다. 도시에 사는 심(Sim)들과 차량 등의 구성 요소가 보유하고 있는 인공지능이 뛰어나지 못하여 도시의 운영에 반드시 필요한 쓰레기 수거 차량, 건설용 덤프트럭, 구급차, 경찰차 등이 제대로 운행을 하지 못하고, 심(Sim)들이 특정한 도로만 선호하여 교통체증을 유발시키는 등 부족한 인공지능의 폐해는 게임 속의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심시티 4>에서 큰 지도 기능을 통해 거대 도시를 만들 수 있는 즐거움을 만끽했던 게이머들은 새로운 <심시티>에서 거대 도시를 만들 수 없는 데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지만 EA 측에서는 지도의 확장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고 있다. 게다가 EA에서 당초 의도했던 게이머 간 협동을 통한 선순환도 EA의 기대만큼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온라인 게임에서 으레 벌어지는 악순환들이 <심시티>에서도 발생하며 새로운 문제를 낳고 있다. 환경오염 등을 발생시켜 의도적으로 주변 게이머들에게 악영향을 주는 행위는 게이머들 사이에 분쟁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있고, 게이머가 오랜 시간 동안 노력해서 만든 도시를 핵 프로그램을 통해 크래킹하여 이를 파괴하는 피해 사례도 발생하는 등, 게이머들은 온라인화된 <심시티>에서 자신의 도시가 원하지 않는 피해를 당할 수 있는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다. 결국 <심시티>는 자연재해와 서버 문제뿐만 아니라 부족한 인공지능 등의 시스템적인 한계로 게임에서 누릴 수 있는 자유가 제한된 상태에서 악의적인 다른 게이머의 공격까지 막아내야 하는 삼중, 사중의 고난을 게이머들에게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원성이 높아지고 불만이 팽배하다 보니 그 전에는 별로 없었던 게임사들의 개발 및 운영 능력에 대한 비판까지 발생하고 있다. 먼저 게임 제작사인 맥시스에 대해서는 그 동안 심시티 시리즈나 <심즈>등을 비롯한 PC 패키지 게임을 잘 만들어 온 게임사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번 <심시티>에서도 최적화 문제 등의 그 동안 지적되어 왔던 기술적 약점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 비판을 받고 있으며 다중사용자 접속 게임을 만들어 본 경험이 적었던 것도 비판을 받고 있다. EA에 대해서는 혹평의 강도가 더 심해서 <심시티>가 원활히 서비스되도록 보조해줘야 하는 EA의 시스템 운용 능력과 고객 관리 능력은 평가할 수 있는 수준이 안 될 정도라는 혹평을 받고 있으며, 고객에 대해 고압적 태도로 일관하는 점에 대해서는 분노를 넘어 냉소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필자의 생각에도 최소한 출시 당일 몇 십만 명이 몰릴것이 예상되는 글로벌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소수의 서버만 준비하고, 최적화 문제에 대한 개선 작업과 고객에 대한 소통을 소홀히 하는 태도를 곳곳에서 보여 준 것은 변명하기 어려운 잘못이라 생각한다.
  
 
EA는 <심시티>의 문제 등으로 2년 연속 미국 내 최악의 회사가 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EA와 맥시스는 출시 이후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된 게임의 품질 문제와 고객 불만에 대하여 책임을 인정하는 한편 3월 26일까지 <심시티>를 구입한 모든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배틀필드 3>, <데드 스페이스3>, <매스 이펙트 3>, <심시티 4 디럭스 에디션>을 포함한 EA 오리진의 8개 게임 중 하나를 무료 제공하겠다는 보상책도 내놓았다. 그러나 서버 증설 이후에도 빈도가 좀 덜해졌을 뿐 <심시티>의 정품 인증문제와 서버 불안정 현상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이런불만들 때문에 북미 소비자 매거진 컨슈머리스트(The Consumerlist)는 2013년에도 EA를 미국 내 최악의 회사(Golden Poo)로 선정하고 말았다. EA는 2012년에도 게임의 품질과 고압적인 서비스 태도,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담은 콘텐츠 등이 소비자에게 악평을 받으며 컨슈머리스트 선정 미국 내 최악의 회사로 선정되었는데, 올해에도 선정되어 2년 연속 미국 내 최악의 회사가 되는 불명예를 안은 것이다. 이처럼, <심시티>의 문제가 계속되면서 인해 활짝 열려야 했던 가상 세계의 미래는 하늘을 뒤덮은 대기오염과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자연재해처럼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
 
마치며

우여곡절 끝에 출시 한 달을 막 넘긴 <심시티>에 대해 지금 시점에서 내릴 수 있는 평가는 우호적인 평가보다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2주동안 110만 장 이상을 판매하여 흥행에 성공한 것은 인정할 만 하지만, 그 동안의 실책으로 서비스와 게임성 등에서 게이머들에게 좋은게임으로 불리기에는 상당히 먼 길을 가고 말았기 때문에 지금의 <심시티>는 게이머들은 물론 게임 관계자들까지 악평하는 천덕꾸러기가 되어 버렸다. 10년만에 돌아온 <심시티>가 이런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필자를 비롯하여 심시티 시리즈를 그 동안 사랑하고 기대해 왔던 게이머들에게 실망을 넘어 크나큰 상처가 되고 있다.

게이머들은 올해 출시될 <심시티>에 대해 최초의 <심시티>가 출시되던 1989년부터 약 25년 간 이어져 온 심시티 시리즈의 게임성을 집대성하며, 꿈꾸던 가상현실을 현실화하는 최고의 게임이 되리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심시티>의 가상 현실은 잔혹한 재앙으로 변했고, 게이머들이 꾸려고 했던 꿈은 열매를 맺지 못하고 가상현실에서 헤매고 있다. 물론 지금 <심시티>가 가진 부족한 부분이 언젠가는 개선이 될 수 있고 그 때가 되면 게이머들의 꿈이 이루어질 날도 올 수 있겠지만, 지금은 ‘여러분의 도시는 안녕하십니까?’라는 말을 해도 될 날이 언제일지 아직 알 수 없는 혼돈의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많이 어려운 일이겠지만, 새로운 <심시티>가 하루빨리 개선되어 이름값에 걸맞은 서비스와 게임성을 보여주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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