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카멕, ID 소프트를 떠나 오큘러스 리프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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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카멕, ID 소프트를 떠나 오큘러스 리프트로
  • PC사랑
  • 승인 2014.02.0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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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프로그래머의 새로운 도전
 
ID 소프트웨어를 떠나는 존 카멕
 
전설의 프로그래머, 3D 게임의 살아있는 역사, FPS의 아버지. 이 모든 것을 단 두 글자로 간단히 줄이자면, ‘천재’다. 존 카멕은 천재라는 표현이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는 남자다.  ID 소프트웨어의 창립자이며, 전설적인 게임인 둠·퀘이크 시리즈로 게임 역사상 가장 큰 영향을 끼쳤고, 게임계의 가장 권위있는 시상식 중 하나인 AIAS에서 최연소(30세)로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천재라 당연한 걸까? 아니다. 존 카멕에게 성공을 가져다 준 건 무엇보다 도전 정신이었다. 그런 존 카멕이 새로운 도전을 위해 자기 손으로 세운 ID 소프트웨어를 떠났다.
 
김희철 기자
 

 
 
존 카멕, 이드 소프트를 떠나다
2013년 11월 22일, 존 카멕(John Carmack)은 자신이 설립한 ID 소프트웨어(이하 이드 소프트)를 퇴사했다. ID 스튜디오 디렉터인 팀 월리츠는 존 카멕이 퇴사한 이유에 관해 밝혔다. “존 카멕은 최근 게임 개발보다 다른 분야에 더 많은 관심이 있어 스튜디오에서 사임했다.”며 “그가 관련됐던 id Tech 5 엔진 및 현재 진행 중인 개발 작업에서 존 카멕이 할 일은 모두 마무리됐다. 그가 퇴사했어도 향후 프로젝트에는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존과 함께 최고의 게임을 만들던 프로그래머 그룹을 가졌던 것을 행운으로 생각한다. 오랫동안 존과 일했던 만큼, 우리는 그가 잘 지내길 빈다.”고 전했다.

존 카멕의 퇴사는 울펜슈타인 3D·둠·퀘이크를 즐겨 왔던 올드 게이머에겐 섭섭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천재 프로그래머가 게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건 그리 유쾌하진 않은 일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퇴사한 이유가 심상치 않다. 다름 아닌 ‘FPS 게임의 아버지’이자 전설의 게임 개발자 존 카멕이 게임 개발보다 더 우선으로 삼는 분야가 있었다니! 그건 다름 아닌 가상현실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 ‘오큘러스 리프트’였다.
 
▲ 현재 id에서 할 일은 모두 끝마친 상태다
 
가상현실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 오큘러스 리프트
오큘러스 리프트는 남부캘리포니아 대학의 20살 엔지니어 파머 럭키(Palmer Luckey)가 제작한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이하 HMD)다. 파머는 유년 시절부터 HMD를 모으고, 분해하는 등 범상치 않은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정부 경매나 병원에서 구형 기기들을 모으다 보니, 파머 럭키에겐 어느새 43개의 HMD가 생겼다. 그러나 하나같이 실망하게 됐고, 결국 파머 럭키는 가장 완벽한 VR을 스스로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역대 가장 높은 몰입도를 자랑하는 가상현실 시스템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오큘러스 리프트의 장점은 가벼운 무게, 빠른 반응속도, 기존 HMD에 비해 두 배 이상 넓은 시야각, 기존 HMD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이다. 실제 사람의 시야와 거의 1:1로 대응되는 시야각에, 고개를 돌리는 대로 볼 수 있는 헤드트레킹 기능까지 지원한다. 또한, 센서는 사람의 움직임을 정확히 감지해 아주 빠르게 반응한다. 이렇게 오큘러스 리프트는 완벽에 가까운 가상현실 세계를 구현할 수 있다.

 
존 카멕, 파머 럭키를 만나다
파머 럭키가 부모님 차고에서 HMD를 디자인하기 시작한 뒤, 5번째 작품(오큘러스 리프트 개발자 키트)에 이르러 자신이 활동하던 VR 온라인 포럼에 디자인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존 카멕은 둠3의 업데이트 버전에 사용할 가상 현실 하드웨어를 찾고 있었다. 그 때, 파머 럭키의 오큘러스 리프트 개발자 키트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 오큘러스 리프트 개발자 키트.
 
존 카멕은 파머 럭키에게 기기 하나를 자신에게 팔 수 없냐고 물었다. 그러자 파머 럭키는 아직 프로토타입 단계라 파는 것은 곤란하고, 무상으로 대여하겠다고 답했다. 오큘러스 리프트를 손에 넣은 존 카멕은 곧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다. 미국 LA에서 개최한 E3 2012에 오큘러스 리프트를 들고 가 Doom 3 BFG 에디션에서 구동되는 것을 선보인 것. 둠3를 가상현실로 구현해 낸 오큘러스 리프트는 E3 최고의 하드웨어 어워드 후보에 올랐고, 게임 업계는 난리가 났다. 전에 없던 ‘완벽하게 새로운 경험’이었던 것이다.
 
게임 업계의 뜨거운 반응을 본 뒤, 파머 럭키는 초기에 계획했던 사업 방향(오큘러스 리프트 개발자 키트를 DIY 킷으로 판매)을 바꿨다. 오큘러스 리프트 개발자 키트 ‘완제품’을 300달러에 판매했던 것. 그렇게 빠른 시간 내에 250만 달러를 모금 받으며, 개발을 진행해 나갈 수 있었다.
▲ 오큘러스 리프트에 대해 설명 중인 존 카멕
 
 
오큘러스 VR에 합류한 존 카멕
존 카멕은 오큘러스 리프트와 인연을 맺게 된 후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초창기 SDK(소프트웨어 개발 키트)조차 없었을 때 시제품에 직접 연결해 개발하는 등 열정을 보이며 본격적으로 VR을 파고 들게 된 것. 결국 존 카멕은 2013년 8월 오큘러스 VR의 새로운 CTO(최고 기술 책임자)로 합류하게 됐다.
 
사실 오큘러스 리프트와의 오랜 인연을 생각하면 오히려 조금 늦은 감이 있다. 오큘러스 리프트를 게임에 최초로 접목시키고 본격적으로 세상에 처음 주목받게 한 장본인이 존 카멕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미리 정해진 운명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당시엔 존 카멕이 ID소프트웨어를 완전히 나간 것은 아니었고, 겸업 형태였다. 그렇게 이드 소프트 기술 고문 역할을 같이 맡아 왔지만, 오큘러스 VR에 더 집중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해 마침내 11월 22일 이드 소프트에서 퇴사하게 된 것이다.
 
▲ 존 카멕, 파머 럭키, 오큘러스 VR 브렌단 이리브 대표
 
존 카멕은 댈러스에 위치한 오큘러스 팀 사무실에서 일하게 됐다. 그는 오큘러스 VR의 커뮤니티에 “지금 게임 업계의 멋진 일들을 이루는데 밑바탕이 된 일을 진행해 오면서 재미있는 추억이 많이 있다. 강렬했던 1인칭 게임, LAN과 인터넷 플레이 등이다. 초기 파머 럭키가 오큘러스 리프트 초기 버전을 보여줬을 때 강력 접착 테이프를 감아 줄을 연결하고 센서를 열간 접착제로 붙여 이에 대한 코드를 작성했던 것도 그것에 버금가는 일이었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어 존 카멕은 "가상현실이 다가올 미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믿는다. 이 일을 하고 있는 모두가 개척자라 생각한다. 여기에는 아직도 많은 과제들이 남아있고, 어떤 부분을 해결해야 되는지 모르는 문제도 있다. 나는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의욕이 넘친다. 앞으로 닥칠 일들은 아주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천재 프로그래머가 만들어 낼 진정한 가상현실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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