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쯤 외국계 기업 회사에서 DVD의 데이터복구를 의뢰했다. 의뢰한 DVD에는 외국에 있는 사장에게 보낼 국내외 시장 동향에 대한 임원진의 의견과 회사의 중요 연구개발에 대한 회의를 촬영한 영상 자료가 담겨있었다. 하지만 DVD 데이터 손상으로 동영상 파일이 재생되지 않는 상태였다.
데이터복구를 의뢰한 고객은 DVD 영상 자료에 한국에 있는 30여명의 임원 및 연구원 들이 참석한 회의의 주요 내용과, 연구개발 과제에 대한 임원들의 의견 또한 담겨 있기 때문에 이 자료가 없어진다면 인사고과에 대한 불이익을 받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사직서까지도 써야 한다며 꼭 복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의뢰한 DVD 영상 자료는 Tape나 외장하드로 저장하지 않고 카메라에서 DVD recorder 로 바로 녹화하였기에 하나 밖에 없는 동영상 자료였다. 이 때문에 복구 말고는 다른 수단으로 대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의뢰한 DVD는 당일 퀵서비스로 전달 받을 수 있었다. 이제까지 경험법칙으로 미루어 볼 때 DVD와 CD는 대부분 물리적으로 뒷면에 스크래치가 발생하여 데이터를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DVD의 외관을 우선 확인해보았다. 그러나 의뢰한 DVD의 뒷면에는 스크래치가 없었고, DVD 데이터 라인이 3/4 가량 육안으로 확인 되는 것으로 보아 외관상으로는 물리적인 증상에 해당하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과연 데이터의 손실은 어느 시점에서 이뤄진 것 일까? 테스트를 위해 컴퓨터 DVD ROM 및 DVD 플레이어에서 각각 실행을 시켜 보았지만 챕터 목록만 나오고 동영상 자료는 없었다. 데이터복구 작업 진행을 위해서 고객에게 데이터 손실 당시 구체적으로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는지 상세한 설명을 요청했다. 고객과의 상담을 통해 들은 내용은 카메라로 촬영을 완료한 후 녹화 종료 버튼을 누르고 finalize 를 진행 했고, 이 과정에서 ‘finalize 오류가 발생’ 됐다는 메시지가 출력됐다고 했다.
고객은 인터넷에서 finalize 오류 해결 방안을 검색해서 촬영은 바르게 완료됐으니 finalize 작업만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면 영상을 제대로 저장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finalize작업을 재시도 했음에도 불구하고 ‘finalize 오류’ 메시지는 계속 출력되었다고 설명했다.
촬영한 영상자료를 DVD에 데이터로 저장하는 방식은 피사체가 빛의 세기에 따라 아날로그 신호가 IEE1394보드를 통해 디지털 신호로 바뀌게 되며 신호들이 메모리에 입력되면서 데이터로 변환돼 DVD에 기록 된다.
기록을 마친 DVD-R을 일반 DVD플레이어에서 재생하기 위해서는 파이널라이즈(Finalize)라는 작업을 꼭 거쳐야 한다. 파이널라이즈는 단어 자체의 의미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캠코더를 통해 저장된 영상을 DVD플레이어에서 재생할 수 있는 파일로 교정해 주는 작업이다. 만약에 이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DVD롬이나 플레이어를 통해 재생되지는 않는다.
고객에게는 파이널라이즈 작업을 마친 정상적인 DVD-R이 필요했던 것이다. 의뢰한 고객과의 상담을 통해 데이터복구의 방향성을 정할 수 있었다. finalize 진행 중 오류가 발생했다면 데이터 영역은 손상되지 않았으며 영상이 재생이 되기 위해 재생영역을 설정해 주는 Finalize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된 것이기 때문에 데이터 영역 외 다른 파일 시스템영역을 분석 한다면 정상적으로 재생이 될 거라 판단했다.
복구를 위해선 고객이 사용 중인 DVD recorder의 파일시스템 구조분석이 필요했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레코딩된 DVD를 요청했다. 30초가량 정상 기록된 DVD 4장을 고객에게 받아서, 작업이 용이 하도록 IMG파일로 변환해 작업을 진행했다.
파일 시스템 구조 비교분석을 위해 정상적으로 파이널라이즈 작업이 완료된 30초 분량의 DVD 파일을 의뢰한 원본과 비교분석한 결과 원본에 없는 일정한 패턴과 헤더 값을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 했다. 이는 파이널라이즈를 작업 완료 했을 때에는 DVD recorder 에서 일정한 패턴의 파일 시스템 구조를 생성해주는 것으로 볼 수 있었다.
파일시스템의 파일 시그니처와 같은 구조적 맥락이다. 의뢰한 DVD가 파일시스템 구조상 데이터 영역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30초가량의 정상 DVD 파일시스템 구조에서 데이터 영역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을 분석 대입하고 일정한 패턴을 입력하는 복구 작업을 진행했다.
완료 후에 의뢰한 DVD 영상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미지 파일을 가상의 드라이브로 연결해 미디어플레이어에서 DVD로 인식 하게끔 설정했다. 복구된 영상에는 여러 개의 탁자가 길게 연결돼 있고 거기에는 20~30명 정도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고객은 30초분 량의 복구된 영상이 의뢰한 DVD의 데이터라고 말했다.
고객은 30초가 아닌 1시간 40분가량의 완전한 동영상 복구는 힘들겠느냐고 물었다. 30초 정도 동영상이 복구 된 것으로 보아 파일시스템 구조상 DVD 재생길이를 나타내주는 정보가 있을 거라 생각됐다.
고객에게 그 부분만 찾아 시간에 맞게 조절을 하면 원하는 동영상 전부를 완벽하게 복구 할 수 있다고 말한 후 의뢰한 원본 DVD와 재생시간이 비슷한 1시간 30분에서 1시간 50분 사이의 파이널라이즈 작업이 완료된 DVD를 각각 보내줄 것을 재요청했다.
고객은 다음날 직접 방문해 DVD 2장을 더 맡겨 줬고, 새로 받은 DVD를 통해 파일시스템 구조를 비교 분석한 결과 NTFS, FAT 에서 하드디스크의 총 용량을 나타내는 정보 값이 있는 것과 같이 DVD의 총 재생시간을 나타내주는 정보 값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1시간 30분 영상과 1시간 50분 시간이 다르게 기록된 두 장의 DVD 를 통해 정상적인 영상의 파일시스템 구조를 토대로 데이터복구 작업을 완료 했고, 다시 한 번 이미지 파일을 가상의 DVD로 설정을 한 후 동영상을 재생해 보았더니, 1시간 40분가량의 시간만큼 재생이 되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기쁜 마음에 고객에게 전화를 해 원격으로 동영상을 직접 한번 보시고 복구된 DVD 데이터를 찾아가시면 된다고 안내했다. 1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 만에 고객이 와서 방긋 웃으며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때, 엔지니어로서 큰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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