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스웰 라인업 출시가 거의 끝날 때쯤 의례적으로 조용히 모습을 드러내는 형님이 계시다. 이름부터 ‘익스트림’한 E 시리즈다. 샌디브릿지부터 빌트인 GPU를 목놓아 부르짖던 인텔이지만, E 시리즈는 GPU가 자리 잡을 곳이 없다. 여섯 개의 코어로 속을 꽉 채운 i7-4930K는 12MB 캐시메모리, 12스레드, 최대 3.9GHz의 클럭 등 모든 숫자들이 성능만을 향해 달린다. 게다가 배수락도 해제돼 있어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이 질주에 발맞추려면 메인보드, RAM, VGA 등 모든 하드웨어들도 숨가쁘게 달려야 할 것이다.
전작 i7-3930k보다 20% 가량 성능이 향상된 워크스테이션급 CPU다. 예전에는 전문가들만 사용하는 전용 CPU의 뉘앙스를 풍겼지만, 더 좋은 환경을 구축하려는 일반 사용자들이 증가하며 고성능 조립PC를 주문할 때 E 시리즈를 염두에 두는 비중도 조금씩 늘고 있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i7-4930K는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얘기다. 6개의 코어, 12개의 스레드는 게임을 즐기거나 게임을 만드는 등 어떤 작업에서도 탁월한 속도를 발휘해 주고, 오버클럭을 통해 더 빠른 속도를 만끽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 형제인 i7-4820K와 i7-4960K도 PC 마니아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무조건 고성능만을 추구한다면, 같은 라인업의 맏형인 i7-4960K을 추천하겠지만, 현재 100만 원이 넘는 가격이 걸림돌이다.
주된 취미생활에 한 번쯤 과감한 투자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i7-4960K에 걸맞는 하드웨어를 가조합해 보니, VGA를 크로스파이어 구성하는 단계에서 이미 300만 원을 넘겼다. 통장에 동그라미가 일곱 개는 있어야 여유 있게 조립이 가능하다고 판단돼 i7-4960K는 PC로 먹고사는 전문가들의 영역으로 남겼다. i7-4930K의 경우 2월 중순 현재 60만 원 후반에 최저가가 형성돼 있어, 약 160만 원을 상한선으로 조합하면 최고급 게이밍 PC를 구성할 수 있다. 사무실에서 공랭식 쿨러를 포함한 하드웨어 세팅을 통해 테스트한 결과 ‘배트맨: 아캄 오리진’, ‘어쌔신 크리드 Ⅳ’ 등의 게임들을 최고 옵션으로 프레임 저하가 거의 없이 즐길 수 있었다. 스팀의 은혜로 수많은 정품 게임들을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세상이니 더욱 훌륭한 취미생활을 위해 과감하게 카드를 꺼내 보자.
SMART PC사랑 정환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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