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MB, 1.44MB, 80MB, 700MB, 30GB, 80GB, 200GB, 640GB, 1TB, 2TB, 4TB. 기자가 초등학교 시절(당시엔 초등학교였지만) 처음 사용했던 5.25인치 플로피디스크부터 현재의 4TB HDD까지 거쳐 온 저장장치의 용량들이다. 이들을 사용하며 가장 우려했던 것은 물리적 손상과 데이터 손실이었다. 지금은 엄지손가락만한 M.2 SSD까지 플랫폼이 발전했지만, 가정용 NAS부터 거대한 데이터센터까지 가장 폭넓게 사용되는 것은 플래터가 돌아가는 HDD다.

 

몇 년 전 SSD가 등장하며 시장은 HDD가 사장될 것처럼 술렁였지만, 아직은 HDD보다 SSD의 가격 대비 저장용량이 최대 10배 이상 높기에 시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HDD의 가장 큰 단점은 물리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인데, 필연적으로 플래터나 헤드의 손상으로 인한 내부 데이터의 파손 위험이 뒤따른다. 이 때문에 모든 HDD 제조사들은 최근 NAS, 서버 등의 대용량 데이터 저장을 위한 전용 HDD를 내놓고 있다. 씨게이트, 웨스턴디지털, 히타치(HGST), 도시바 등 4대 HDD 제조사에서 출시한 서버용 HDD를 소개한다.

 

여기 소개하는 제품들은 가정용이나 사무용 PC의 메인 저장장치가 아닌, 별도의 대용량 데이터 저장용 제품들이다. 일반 데스크톱에 사용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전문가가 아니라면 높은 가격 대비 용도로 봤을 때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NAS에 일반 HDD를 장착해 사용하는 것은 사용량이 많지 않다면 큰 무리가 없지만, 같은 용량이라도 안정성이 더 높은 전용 HDD를 사용하는 것이 데이터 손실에 대한 우려가 줄어든다. 서버용 HDD가 같은 용량의 일반 HDD보다 많게는 두 배 가까이 비싼 이유다.

? HDD의 제품명 뒤에 ‘_서버’, ‘_영상감시’ 등의 용도를 별도 표기했다. ‘_서버’는 NAS와 맥락을 같이 한다. 모든 제품은 3.5인치 크기에 인터페이스는 SATA3(6Gb/s)로 같고, 각 제품 소개 하단에 표시된 제원은 메모리/동작속도를 뜻한다.

 

 

 

사무실 뿐 아니라 개인용 NAS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지며 자연히 HDD의 안정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아무래도 일반 PC보다 데이터의 저장 및 이동 속도와 양이 월등히 많은 만큼 용량보다는 안정성이 우선시 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업계 최초로 NAS용 스토리지를 출시한 씨게이트의 NAS 시리즈는, 플래터의 회전 속도를 일반 HDD의 7200rpm보다 약간 낮은 5900rpm으로 제한해 안정성을 높였다. 데이터센터에서 운용되는 스토리지의 특성상 읽기/쓰기 속도를 약간 양보하더라도 데이터를 지키는 것에 좀 더 힘을 기울인 것. 자체 제공하는 NAS 관리 프로그램 ‘NASworks’를 활용하면 RAID 구성이나 전원 관리가 간편하다. 64MB / 5900rpm. 4TB 22만 원대.

 

 

블랙박스를 사용하는 운전자라면 플래시 메모리의 용량에 대한 한계를 한 번 이상은 느꼈을 것이다. 고화질 영상의 경우 수백 GB를 넘는 건 우습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엔 쌓여 있는 녹화 영상을 함부로 지울 수도 없다. 단어 자체를 제품명으로 활용한 ‘서베일런스 시리즈’는 24시간 가동·녹화되는 영상 감시 시스템을 위해 제작된 스토리지다. HDD의 카르마와 같은 진동을 감지하는 RV센서가 내장돼 있어 갑작스런 진동 등의 돌발상황에서 헤드의 위치를 정밀하게 조절해 준다.  최근에는 데이터 복구 서비스 ‘+Rescue’를 포함해 90% 이상의 복구율을 자신한다고. 1/2/3/4TB 64MB / 5900rpm, 5/6TB 128MB / 7200rpm. 6TB 47만 원대.

 

 

‘엔터프라이즈 캐퍼시티’ 시리즈는 서베일런스 시리즈보다 한 단계 높은 레벨의 기업용 스토리지다. 6TB 제품에는 SATA가 아닌 SA-SCSI(Serial Attached SCSI)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데, 자체 호스트 컨트롤러 기능으로 SATA보다 많은 명령어 셋을 유지하고 있어 SATA 방식보다 두 배 가량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최대 128개의 스토리지를 동시 연결할 수 있어 중견 규모 이상의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할 만한 제품이다. 128MB / 7200rpm. 6TB 60만 원대.

 

 

 

 

 

 

씨게이트보다 약간 늦게 서버용 스토리지를 내놓은 웨스턴디지털(이하 WD)은 특유의 브랜드 컬러링에서 NAS에 붉은색을 부여했다. 세계 유수의 NAS 제조사들과의 협력을 통해 다양한 NAS 시스템에서의 호환성을 입증했고, 3D 액티브 밸런스 기술로 진동과 소음을 최소화해 성능과 안정성을 유지했다. 자체 프로그램 ‘NASware’는 대용량 랙 시스템은 물론 1~2베이 소규모 NAS에서도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64MB / 5400rpm. 4TB 22만 원대.

 

WD RED 시리즈의 상위 제품인 ‘WD RED pro’는 아예 기업용 솔루션으로 8~16베이 용량의 NAS에 최적화된 스토리지다. 2TB, 3TB, 4TB 등 세 가지 용량으로 출시됐고, 기업용인만큼 제한보증기간도 5년으로 늘었다. 속도 또한 RED 시리즈보다 빠르다. 64MB / 7200rpm. 4TB 30만 원대.

 

 

가장 최근에 출시된 WD HDD는 (원색을 모두 제품명에 활용한 이후인지) 보라색을 내세운 ‘Purple 시리즈’다. CCTV와 영상 감시 시스템 전용으로 출시된 퍼플 시리즈는 독점 펌웨어 업그레이드로 녹화된 영상을 저장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픽셀 깨짐과 영상 끊김을 줄여 준다. 최대 8개의 스토리지와 32개의 카메라가 상시 동작하는 환경에 최적화돼 있다. 영상 저장을 위해 태어난 스토리지인만큼, 개별 보안 시스템으로부터 전달되는 영상을 가장 안전하게 저장하고 재생할 수 있는 HDD다. 64MB / 5400rpm. 6TB 39만 원대.

 

 

 

이름도 긴 ‘히타치 글로벌 스토리지 테크놀로지’(Hitachi Global Storage Technology, HGST)는 지난 2012년 웨스턴디지털이 인수·합병했다. 그 결과 WD는 씨게이트와 함께 스토리지 시장 2강 체제를 구축했고, 끊임없는 신제품 출시로 시장 점유율 1위 탈환을 노리고 있다. HGST와 WD는 사실 같은 계열사라 봐도 무방하나 제품군은 다르게 출시되고 있다.

목적에 맞는 접두사를 제품명으로 사용하는 HGST는 ‘Travelstar’(노트북용), ‘Deskstar’(데스크톱용), ‘Ultrastar’(서버용) 등 세 가지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그 중 Deskstar 시리즈에서 NAS 장착용으로 내놓은 ‘데스크스타 NAS’는 말 그대로 NAS에 장착했을 때 빛을 발하는 서버용 HDD다. 세계적인 HDD 검증 단체인 ‘백블레이즈’가 공개한 자료에서 3년 생존률이 96.9%로 가장 높았다는 것으로 데스크스타 시리즈의 안정성을 입증할 수 있을 듯하다. 3/4TB 64MB / 7200rpm, 5/6TB 128MB / 7200rpm. 6TB 36만 원대.

 

 

처음부터 일반 사용자용과 기업 사용자용으로 구분돼 있는 ‘울트라스타 시리즈’는 일반인이 굳이 선택할 이유는 없다. 무상보증 기간이 5년으로 좀 더 길고 MTBF(평균 무고장 시간)이 200만 시간으로 안정성이 확인된 것이 일반 HDD와 다른 점이다. 또한, 최근 출시된 7K6000(6TB)는 5TB와 함께 메모리 용량도 늘어 안정성 뿐 아니라 저장 및 읽기 속도도 일반 데스크톱용 HDD와 같은 수준이다. 괜히 세계 서버 HDD 시장에서 5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게 아니다. 2/3/4TB 64MB / 7200rpm, 5/6TB 128MB / 7200rpm. 6TB 59만 원대.

 

 

도시바는 서버용 라인업이 상대적으로 적다. 라인업도 ‘MC04ACA’ 시리즈 하나고, 용량도 2~5TB까지 4개 제품이 라인업의 전부다. 하지만 메모리 용량과 읽기/쓰기 속도는 2TB와 5TB 제품이 같은 성능을 내고, 연간 최대 180TB의 작업량을 소화할 수 있다. 플래터의 자기 입자를 수직으로 배열하는 방식(Perpendicular Magnetic Recording, PMR)을 처음 개발한 만큼, 그 기술력을 총동원해 타사에 뒤지지 않는 서버용 HDD를 만들어냈다. 128MB / 7200rpm. 5TB 32만 원대.

 

 

smartPC사랑 | 정환용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