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앤소울의 아트디텍터였던 인기 일러스트레이터 김형태가 엔씨소프트를 나와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수익을 위한 게임이 아닌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위해 시프트업이란 신생 게임 회사를 차린 김형태는 ‘드래곤 플라이트’로 유명한 넥스트플로어와 함께 모바일 게임 개발에 들어갔다.
2년여 간의 개발 기간을 거친 후 지난 10월 27일, 그의 첫 모바일 게임 ‘데스티니 차일드’가 공개됐다. 출시 닷새 만에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3위안에 들며 화제가 되더니 4주동안 계속해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과연 이 순풍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악마랑 놀자
데스티니 차일드는 스토리 중심으로 진행되는 모바일 롤플레잉 게임으로 서큐버스 모나에게 속아 마왕쟁탈전에 참가하게 된 의욕 없는 마왕 후보생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악마와 계약한 인간에게서 태어나는 ‘차일드’를 모아 다른 마왕 후보생들과 경쟁해야 한다.
현재 게임에 적용된 차일드는 300여명 정도로 모든 차일드가 저마다의 고유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국내 정상급 일러스트레이터로 알려진 대표 김형태와 꾸엠의 미려한 일러스트들은 이미 출시 전부터 기대와 호평을 받고 있었고 국내를 넘어 일본을 대표하는 일러스트레이터까지 참여해 퀄리티면에서는 어느 게임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
메인 스토리와 모든 차일드는 전문 성우 더빙이 적용됐으며 심지어 목소리가 필요 없을 것 같은 외형의 차일드마저 담당 성우와 대사가 있을 정도로 캐릭터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았다.
무엇보다 2D그래픽을 움직이게 만드는 Live 2D기술이 모든 캐릭터에게 적용돼 다른 게임들과 차별화를 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일부 차일드가 어색한 움직임을 보여주지만 전체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며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듯 살아 움직이는 모습은 정적인 이미지만 봐왔던 유저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다만, 타 Live 2D 기술이 적용된 게임보다 과도하게 움직이고 전투 시 빠르게 일렁거렸다 사라지는 캐릭터 때문에 어지럽다는 의견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벗어날 수 없는 과금의 굴레
김형태는 출시 전 간담회를 열고 데스티니 차일드는 현금을 투자해 캐릭터 뽑기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게임 진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수긍할 만 하다. 스토리모드는 노멀, 하드, 엘리트(준비중)의 세 가지 단계로 진행할 수 있는데 준비 중인 엘리트 모드를 제외하고 노멀과 하드 모드의 경우 게임 도중 얻을 수 있는 차일드나 퀘스트 성공 시 지급되는 아이템으로 얻는 차일드로도 충분히 클리어 가능하다.
하지만 차일드간의 성능 차이가 크고 좋은 차일드를 얻었어도 그 안에서도 또 등급이 존재해 같은 차일드끼리의 성능 차이도 무시하지 못한다. 상위 등급으로 올라가기 위해선 또 다른 차일드가 필요하며 스토리 모드만 즐길 것이 아니라면 결국 원활한 진행을 위해 캐릭터 뽑기에 손을 뻗을 수밖에 없다.
거기다 미리 안내된 5성 차일드 뽑기 확률이 실제 수치와 다르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비난 여론이 더욱 거세졌다. 제작사 측에서 “안내된 확률이 누적 마일리지를 포함한 수치”라며 “변명할 여지가 없는 불찰”이라고 공식 사과를 했지만 수익성을 노리고 일정 기간 결제 시 특정 차일드를 지급하는 이벤트를 개최하자 과도한 과금 유도를 하는 다른 게임들과 무슨 차이가 있냐며 여전히 날선 혹평이 계속되고 있다.
돈을 쓰는 사람과 안 쓰는 사람 모두 즐겁게 할 수 있는 게임에 대한 기대가 컸던 탓이었을까. 분명 비슷한 장르의 다른 게임보다 과금 유도가 적은 편이지만 데스티니 차일드의 평점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