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PC사랑=남지율 기자] 점수가 항상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겠지만 메타크리틱(다양한 매체의 리뷰를 집계하는 사이트)의 평균 점수는 게임을 판단하는 데 있어 유용한 척도이다. 실제로 메타크리틱에서 100점 만점 중 90점 이상의 점수를 획득한 ‘GTA5’, ‘젤다의 전설’ 시리즈 등은 게임사의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면 메타크리틱의 심해는 어떨까? 메타크리틱의 바닥에는 스크린샷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 게임들이 분포해있다. 60점대의 게임만 하더라도 그리 잘 만든 작품이라고 하기는 어려운데 20점대 10점대의 게임들이 있었다.
끝까지 내려가 보니 10점도 받지 못한 작품이 하나 존재했다. 바로 이번 기사를 통해 소개할 ‘빅 릭스’(Big Rigs: Over the Road Racing)이다. 장르는 트럭을 운전하는 레이싱 게임이다. 게임이 얼마나 망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더라도 메타크리틱 점수가 8점이라는 것만으로 감이 올 것이라 생각된다.
메인 메뉴에서부터 느껴진 불길함
게임을 실행해봤는데 시작부터가 다른 게임과 달랐다. 보통 일반적인 게임의 경우는 제작사의 로고나 오프닝이 나온 뒤 메뉴로 진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빅 릭스는 그런 요소들이 모두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픽 옵션과 조작키를 확인하기 위해 십자키를 눌러봤지만,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게임 플레이에서는 마우스가 사용될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옵션을 변경하거나 게임을 시작하려면 마우스를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그래픽 옵션을 확인해보니 텍스쳐의 설정이 Low로 세팅되어있다. 이를 High로 바꾸기 위해 변경해봤으나 높은 옵션은 존재하지 않았고 Low 옵션과 Normal 옵션만 존재했다. 이렇게 만들거라면 Low와 High 옵션만 제공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또한, 보통 중간 옵션은 Medium으로 표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Normal이라고 표기한 점도 독특했다. 키 설정이나 사운드와 관련된 옵션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다른 메뉴들도 상태가 좋지 않다. High Scores는 아예 작동조차 하지 않았다. 플레이를 아무리 해도 아무런 기록도 남지 않는다. 크레딧 역시 한 장의 이미지로만 구성돼 별 의미가 없다.
유일하게 제대로 만든 메뉴는 Quit 뿐이다. 그 이유는 종료버튼을 누를 때 ‘이 게임을 종료하시겠습니까?’라고 다시 묻지 않아서이다. 이 고통스러운 게임을 즉시 종료시켜준다는 점은 칭찬할만한 요소이다.
기묘한 버그들이 한 가득
메뉴에서 느꼈던 당혹감을 뒤로한 채 Forgotten Road라는 맵을 선택해 게임을 진행해봤다.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할지 모르겠다. 우선 시간 표시부터가 UI의 바깥으로 삐져나와 상당히 어색했으며, 미니맵이 없어 상당히 불편하다.
게다가 플레이어와 레이싱 대결을 펼칠 트럭이 아예 움직이지도 않는다. 설정이 잘못되었거나 일시적인 버그일 거라 생각했으나 원래 이런 게임이라고 하여 대단히 당황스러웠다. 이겨도 별 의미는 없지만 지는 것도 불가능했다.
또한, 물리 엔진도 기묘하다. 기본적으로 다른 차량이나 건물들을 모두 관통하고 지나갈 수 있으며, 경사진 산을 오르더라도 속도의 저하가 없다. Forgotten Road의 초반에 위치한 다리에서도 재미있는 버그가 발견되었다. 다리가 플레이어의 차량을 빨아들였다가 다시 내뱉는 버그이다. 게다가 계속 한 방향으로만 가면 맵을 뚫고 나갈 수도 있었다.
가장 하이라이트는 후진 버그이다. 후진하면 전진할 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레이싱을 즐길 수 있다. 전진의 경우 최대 속도가 80 정도에 불과했으나 후진은 10,000을 넘어선 무서운 속도에도 쉽게 도달할 수 있었다. 비록 High Scores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게임이지만 높은 기록을 얻고 싶다면 후진은 선택이 아닌 필수 테크닉일 것이다.
돈을 받고 판매한 것이 가장 큰 실수
모든 것이 충격적이지만 이런 미완성된 게임을 돈을 받고 판매했다는 점이 가장 큰 실수라고 생각된다. 게임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이 프로그램을 돈을 주고 해보라고 해도 고민될 정도인데 돈을 받고 판매했다는 점은 2000년대 게임사의 가장 큰 흑역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