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게임’급 작품은 아니다
게임 시작 시 ‘V’의 인생 경로 3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는데, 이 중 어떤 인생 경로를 고르냐에 따라 초반 스토리가 달라진다. 하지만 이후의 메인 스토리는 동일하기 때문에 인생 경로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 1인칭 게임이라 자신의 캐릭터를 볼 일이 많지 않겠지만, 커스터마이징도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머리나 화장의 색상을 다양하게 설정할 수 없었으며, 정해진 파츠 내에서 신체 부위를 선택하는 정도가 커스터마이징의 전부다.매혹적인 나이트 시티와 수준급 현지화
게임의 배경은 권력, 사치, 그리고 신체 개조에 집착하는 2077년의 ‘나이트 시티’다. 나이트 시티는 PC의 사양만 충분하다면, 오픈 월드 게임 사상 가장 아름답고 매혹적인 도시 중 하나다. 나이트 시티의 디테일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큰 즐거움을 얻을 수 있으며, 레이 트레이싱 효과까지 더해지면 환상적이다.
나이트 시티에서 펼쳐지는 V의 이야기도 뛰어난 흡입력을 지녔다. 메인 스토리 자체의 퀄리티는 물론 사이드 퀘스트도 흥미로운 내용이 많다.
또한, AAA 게임 중 보기 드물게 한국어 음성 더빙이 적용됐는데, 더빙의 퀄리티가 높아 스토리에 몰입하기 쉬웠다. 게다가 지나가는 NPC의 음성은 물론 다양한 욕설까지도 생생하게 녹음된 점이 마음에 들었다.
미완성으로 출시된 게임
사이버펑크 2077은 기자가 2020년에 즐겨 본 게임 중 버그가 가장 많았다. 게임을 실행하고 3분 만에 음성 싱크와 관련된 소소한 버그를 만날 수 있었으며, 차량에서 내릴 수 없는 버그, 2명의 NPC가 겹치는 버그, 음식이 공중부양하는 버그 등 정식 출시 버전임에도 기상천외한 버그들로 가득했다. 심지어 ‘사이버펑크 2077 최적화 드라이버’를 설치하기 전에는 컴퓨터 전원이 꺼지는 심각한 현상까지 발생했다.
플레이할 때마다 좀 몰입할만하면 새롭고 신선한 버그가 발견되기 때문에 김이 빠진다. 기자가 플레이한 버전(1.03)이 사실은 얼리 액세스 버전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PS4 버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기본적으로 PC 버전처럼 버그 덩어리 게임인데, 플레이하다 보면 게임이 강제 종료되는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게다가 그래픽도 심각하게 나쁘다. 해상도나 텍스처 품질이 8세대 콘솔 게임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낮다. 약 7년 전에 출시된 GTA 5보다 특출나게 뛰어난 그래픽이 아님에도, PS4 노멀 기기로 구동 시 10프레임대까지 프레임이 떨어지는 현상도 있었다.
CD PROJEKT RED에 따르면 이 게임의 사전 예약 판매량 중 41%가 콘솔 버전이다. 콘솔 버전의 비율이 높음에도 이토록 처참한 퀄리티로 출시한 점은 상당히 실망스럽다.
마치며
사이버펑크 2077은 PC의 사양만 받쳐 준다면 굉장히 아름다운 그래픽을 감상할 수 있으며, 흥미로운 스토리를 지닌 오픈 월드 게임이다. 뛰어난 한국어 음성 더빙도 이 게임을 주목해야 할 이유다. 게임 플레이 자체도 명작의 반열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수작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현시점에서는 버그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에 감탄하는 일보다 버그에 분노하는 일이 훨씬 많았다. 게임을 즐겁게 즐기다가도 버그에 좌절해 게임을 끄는 일이 비일비재했을 정도다.
이 게임을 접하고 싶다면, 가급적 추후 버그들이 수정된 뒤 즐기는 것을 권장한다. 또한, 콘솔 버전의 경우 PS5/XSX 버전으로의 무료 업그레이드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기다려보는 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