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PC사랑=남지율 기자]PCIe 4.0 NVMe SSD는 PCIe 3.0 NVMe SSD 대비 최대 2배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그러나 올해 초만 해도 PCIe 4.0 NVMe SSD의 최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PC는 한정된 편이었다.
일반 소비자용 데스크톱 PC의 경우 라이젠 3000, 5000 시리즈와 B550, X570 칩셋 메인보드를 조합해야만 PCIe 4.0 NVMe SSD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었다. 또한, 노트북의 경우 타이거레이크 CPU가 장착된 제품들이 PCIe 4.0을 지원하긴 했으나, 고성능 타이거레이크 노트북이 출시되기 전이라 큰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데스크톱용 인텔 11세대 로켓레이크S가 출시됐으며, 타이거레이크 노트북도 고성능 H45 라인업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PCIe 4.0 NVMe SSD로 업그레이드를 고려해도 좋은 걸까? 이번 기사에서는 PCIe 4.0 NVMe SSD가 PCIe 3.0 NVMe SSD 대비 실사용에서 얼마나 빠른지와 업그레이드할 가치가 있는지를 살펴보자.
하이엔드 시스템을 위한 PCIe 4.0 NVMe SSD
커세어 MP600 PRO M.2 NVMe
이번 기획에서 테스트에 사용된 제품은 ‘커세어 MP600 PRO M.2 NVMe(이하 커세어 MP600 Pro)’다. 커세어 MP600 Pro는 PCIe 4.0 NVMe SSD 중에서도 최상위급의 속도를 지녔다.
상자에서부터 이를 확인할 수 있는데, 1TB 모델 기준 연속 읽기는 최대 7000MB/s, 연속 쓰기는 최대 5500MB/s에 달한다. IOPS 읽기/쓰기(랜덤 읽기 및 쓰기 속도)도 각각 360K, 780K로 준수한 편이다. 보증기간도 5년으로 넉넉하다. 낸드플래시는 3D TLC 방식이다.
패키지를 개봉해보니 프리미엄급 SSD에 걸맞은 포장이 눈에 들어왔다. 플라스틱이 아닌 압축 스펀지에 NVMe SSD가 정갈하게 담겨있었다.
방열판의 디자인이 강렬했다. 발열 제어에 최적화된 알루미늄 방열판이 적용됐는데, 프리미엄급 컴포넌트와 조화를 이루는 색상이다. 또한, 게이밍 기어가 아닌 컴포넌트임에도 커세어 특유의 디자인 랭귀지가 적용된 점이 인상 깊다.
방열판의 두께도 상당하다. 스마트폰 2대를 올려놔야 방열판과 비슷한 두께가 될 정도다. 이 정도 두께면 굳이 별도의 방열판을 구매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이다. 방열판을 분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별도의 공구 없이 손톱만으로 방열판을 쉽게 분리할 수 있었으며, SSD의 상단뿐만 아니라 하단에도 써멀패드가 부착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발열로 인한 쓰로틀링을 최소화하겠다는 커세어의 의지가 느껴진다.
무게는 실측 기준 42g. NVMe SSD치고 아주 무거운 무게지만, 무게의 대부분은 방열판으로 인한 것이다.
SSD를 설치한 뒤 CrystalDiskInfo를 실행해보니 PCIe 4.0 x4, NVMe 1.4 인터페이스 기반으로 S.M.A.R.T와 TRIM, VolatileWriteCache를 지원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AS SSD 테스트에서는 읽기 점수 2,616점, 쓰기 점수 5,825점, 종합 점수는 9,762점을 기록했다.
이어서 진행된 ATTO Disk Benchmark에서는 최대 읽기 속도는 6610MB/s, 최대 쓰기 속도는 4980MB/s로 확인됐다.
벤치마크가 진행되는 중에 SSD 온도는 45도를 넘지 않았다. 참고로 테스트가 진행된 PC는 오픈 케이스 상태였으며, 장소는 에어컨이 꺼진 회의실이다.
발열 제어 성능이 충분한 것으로 보이지만, 극한의 발열 제어 성능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수랭 쿨러 장착 모델(HYDRO X SERIES MP600 PRO HXE)도 선택할 수 있다.
커세어 MP600 Pro(1TB)의 8월 2일 오픈마켓 최저가 기준 322,030원이며, 2TB 모델은 617,750원이다.
PCIe 4.0 NVMe VS PCIe 3.0 NVMe
그렇다면 커세어 MP600 Pro와 PCIe 3.0 NVMe SSD는 얼마나 차이 날까? 마이크론 Crucial P5를 대조군으로 설정해 직접 비교해봤다.
우선, CrystalDiskMark로 속도를 측정했는데, 커세어 MP600 Pro의 연속 읽기 속도는 7023MB/s, 연속 쓰기 속도는 5352MB/s로 확인됐다. 반면, 마이크론 Crucial P5의 연속 읽기 속도는 3418MB/s, 연속 쓰기 속도는 3007MB/s를 기록했다. PCIe 4.0의 최대 대역폭이 PCIe 3.0의 2배에 달하는 만큼, 속도 차이가 컸다.
실제 파일 복사 테스트에서는 어떨까? 고용량 오픈월드 AAA 대작게임 ‘사이버펑크 2077’을 SSD 내에서 복사해봤다. 커세어 MP600 Pro는 63GB의 대용량 게임을 완전히 복사하기까지 33초가 소요됐다. 마이크론 Crucial P5는 2분 22초가 소요됐다. 커세어 MP600 Pro가 약 4.3배 빨랐다.
게임 로딩 테스트도 진행했다. 사용된 게임은 사이버펑크 2077이며, 캐릭터 생성 후 플레이 진입까지의 시간을 측정했다. 커세어 MP600 Pro는 11.67초, 마이크론 Crucial P5는 15.88초로 커세어 MP600 Pro가 약 36% 더 빨리 로딩했다. 오버워치와 같은 오래된 게임들에서는 유의미한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
영상편집에서도 PCIe 4.0의 힘을 체감할 수 있었다. 5분 15초 길이의 4K 영상 프로젝트를 익스포트 해보니 커세어 MP600 Pro는 8분 53초, 마이크론 Crucial P5는 9분 6초 소요됐다. 간단한 편집물임에도 13초 차이가 발생했다. 영상이 복잡해지면 시간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게이머에게는 시기상조일까?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PCIe 4.0 NVMe SSD는 PCIe 3.0 NVMe SSD 대비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줬다. 영상편집 작업에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렇다면 게이머에게는 어떨까? 현재 출시된 게임들만 보면 굳이 PCIe 4.0 NVMe SSD로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없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PCIe 4.0 NVMe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10월 20일 출시를 앞둔 차세대 OS ‘윈도우 11’이 ‘다이렉트스토리지’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다이렉트스토리지란 GPU가 CPU를 거치지 않고 SSD에 직접 접근하는 API를 뜻한다.
이런 기술이 게임에 적용되면 기존보다 훨씬 빠른 SSD의 성능이 더욱 빛을 발휘할 것이다. 이는 최신 콘솔 게임기 ‘엑스박스 시리즈 X’와 ‘플레이스테이션 5’에 PCIe 4.0 NVMe SSD가 탑재된 것으로도 엿볼 수 있다.
플레이스테이션 5 독점작 ‘라쳇 & 클랭크: 리프트 어파트’가 초고속 SSD를 제대로 활용했다고 평가받고 있는데, 기존 게임과 달리 로딩 없이 다양한 차원을 자유롭고 빠르게 넘나들 수 있었다. 윈도우 11과 다이렉트스토리지, 이를 활용한 게임, 하드웨어가 결합되면 PC에서도 진정한 의미의 차세대 게임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미국 IT 웹진 '더 버지'가 진행한 테스트에 따르면, 커세어 MP600 Pro의 하위 모델 '커세어 MP600'으로도 플레이스테이션 5의 스토리지 확장이 가능한 것(베타 펌웨어 기준)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추후 플레이스테이션 5의 M.2 SSD 지원 정식 펌웨어가 출시되면 커세어 MP600 Pro를 플레이스테이션 5용으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치며
커세어 MP600 Pro를 통해 PCIe 4.0 NVMe SSD를 살펴봤다. 렌더링 시간이 생명인 영상편집자에게는 지금 당장이라도 PCIe 4.0 NVMe SSD로 업그레이드할 가치가 충분할 것이다. 또한, 사이버펑크 2077과 같은 일부 게임에서는 큰 차이는 아니지만, PCIe NVMe 4.0 SSD가 더 빠른 퍼포먼스를 보였다. 게다가 차기 OS의 다이렉트스토리지까지 고려하면, PCIe NVMe 4.0 SSD를 선택할 이유는 게이머에게도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