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디지털 전자시장에서 경험하는 AS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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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디지털 전자시장에서 경험하는 AS 체계
  • PC사랑
  • 승인 2007.01.0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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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한국으로 돌아갈래!”

김연수 연구원
미국 워싱턴대학교(UW) 로스쿨 졸업
저서로 <사이버범죄 총람>, <개인정보 보호>, <사이버 역기능>이 있고,
현재 컴퓨터/사이버 범죄와 정보보안, 프라이버시(개인정보), 지적재산, 형사법 분야의
법제와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미국의 디지털 전자시장에서 경험하는 AS 체계와 IT 환경

무언가를 사면 AS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집이나 차도 그렇지만 민감하게 작동하는 컴퓨터와 주변기기, 디지털 기기 등을 사용하다보면 갑자기 이상이 생겨 AS를 신청할 일이 꼭 생긴다. 문제가 있는 물건을 파는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구입 후 얼마 있다가 고장난 제품을 무상처리 해주는데서 소비자에게 불편을 끼치거나 AS 비용을 과다하게 부담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어 문제다. 아무리 기기를 잘 다루는 사람일지라도 물건이 고장이 나면 ‘두손두발’ 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업에 성공하려면 AS를 잘 해줘야한다. 특별히 IT 비즈니스로 성공하려면 AS 체계를 잘 마련해야 한다”는 불문율이 통하는 것이다.

 

AS 잘못하면 네티즌들 뭇매 맞아

한국에서 살 때, 용산 전자상가에서 집이 가까웠던 필자는 전자제품을 사고 나서 별로 AS 걱정을 하지 않았다. 제품에 문제가 있으면 꼭 용산전자상가가 아니더라도 주위 가까운 곳에 AS 대리점이 있어서 말만 잘하면 AS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주로 유명세가 있거나 대기업들이었지만.
그러다 미국에 왔는데, 이곳에서는 여러 경로를 통해 전자제품을 살 수 있어 편하다. 집 앞 10분 거리에 코스코(COSTCO)와 월마트(WAL MART)가 있으니 물건을 사는 것은 물론 혹시 문제가 생기더라도 바로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어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하지만 이것을 악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TV를 사서 몇 개월 실컷 보고나서 이유 없이 반품을 한다. 부피가 작은 노트북, 디지털 카메라, 프린터 등은 한참 쓰다가도 약간만 이상한 증세가 보이면 바로 반품해 버린다. 특히 미국으로 유학 온 학생들이 넉넉지 않은 주머니 사정을 이런 식으로 해결하다보니 전자제품 판매상들에게는 단기 유학생들이 요주의 인물로 찍혀 있다.
어쨌든 미국의 AS 시스템은 매우 극소수, 실제로는 이 두 업체에서만 일정기간 안에 무상으로 현금반환을 해 주고 있을 뿐(코스코는 6개월, 월마트는 3개월이지만 실제로는 그 기간을 경과해도 대부분 교환해 준다) 나머지는 모두 7~14일이 지나면 제품의 고장 문제를 하소연할 수 없다. 보증기간 이후에는 엄청난 AS 비용을 부담해야 할 뿐이다.
미국의 전자제품 AS 체계를 한국과 비교해 조금 더 살펴보자. 먼저, 우리나라는 제품을 쓰다가 고장이 나면 제조사나 판매사에 연락해 택배로 배달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물건을 직접 들고 가서 보증기간을 전제로 무상으로 수리를 받거나 교환한다. 그래서인지 진정으로 소비자를 위한 좋은 회사인지 여부는 AS 성실도에서 판가름이 난다. AS 과정에서 처리를 제대로 해 주지 않거나, 비합리적인 비용 부담을 전가하거나, 소비자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고 자사의 입장만 주장하며 소극적인 자세를 보일 때, 소비자들은 가차 없이 소비자보호원에 고발을 하거나 인터넷에 올려 네티즌들로부터 뭇매를 맞도록 한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떨까?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르다. AS 시스템이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뒤떨어진다고 해야 할까. 물론 그만큼 본체 값이 싼 이점이 있지만 한번 고장이 나면 고치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번거로워서 차라리 새로 사는 게 나을 정도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고장 없는 제품을 좋아하게 된다. 컴퓨터나 디지털 기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일본 제품들이 각광받는 이유는 잔고장이 없기 때문이다.


제품 가격에 AS 비용 포함되어 있지 않아

제품의 구성 가격을 세분화한 미국에서는 AS 비용이 제품 가격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상품마다 표시된 가격만 보고 덥석 사기로 마음먹고 막상 계산을 하려고 하면 세금부터 운송료, 워런티(보증)까지 전혀 예상지 못한 비용을 지불해야 할 때가 많다.
미국에 온지 얼마 안 되었을 때다. 다니는 워싱턴대학교 컴퓨터실과 도서관에서 학과 과제물을 복사하고 인쇄를 했다. 그런데 리포터 파일을 외장장치에 저장해 학교에 가서 출력하거나 때로는 e-메일로 보내놓고 인터넷에서 내려 받아 인쇄를 하는 것이 여간 번거롭지 않았다.
전공이 법률인지라 수많은 페이지 판례를 출력해야 하는데 도서관이나 컴퓨터실을 이용할 수 없는 날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어차피 인쇄를 하거나 복사를 할 때 돈을 내야 하므로(복사 카드를 사서 쓰거나 급할 때는 학교 앞 복사 집에서 몇 불 더 주고 인쇄해야 한다) 레이저 프린터를 하나 사기로 결심했다.
미국에서 발급받은 신용카드가 없어 인터넷에서 전자거래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려고 베스트바이(BestBuy)와 서킷시티(CircuitCity), 컴퓨USA(CompUSA) 등을 돌아다녔다. hp와 삼성 브랜드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가격대 성능비가 좋아 보이는 삼성으로 결정했다.
직원과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고 맘에 드는 프린터 모델을 결정하자 직원이 새 박스를 들고 와서 계산대까지 동행했다. 미국에서는 매장의 세일즈 직원들이 직접 계산을 하거나 계산대 옆에서 계산을 마치기까지 도와준다.
그런데 그 직원이 “워런티를 사시겠어요?” 하는 것이다. 아니, 웬 워런티? 처음 듣는 소리여서 되물었다.
“워런티가 뭐에요?”
“일정한 기간 안에 제품에 문제가 있으면 무상으로 고쳐주는데, 제조사에 보낼 필요 없이 여기로 가져오시면 ‘바로’ 고쳐주거나 교환해 줍니다. 상황에 따라서 우리가 직접 배달도 해 주고요.”
제조사에 보내면 이것저것 불편하지만 판매사 체인점에 가져오면 어느 때나 어떤 문제도 다 무상으로 처리를 받으므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지혜라는 설명이 장황하게 이어졌다. 그제야 워런티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 워런티가 얼마인가요?”
직원은 자잘한 글씨가 새겨진 종이 한 장을 꺼내 들고 유심히 내역을 살펴보고는 “2년에 27불, 3년에 35불”이라고 했다.
순간, 나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우리나라의 AS와 같은 거 같은데 그 돈을 갑자기 더 내야 한다니 왠지 바가지를 쓰는 기분이었다. 그러면서 워런티를 꼭 사야 하는 것인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워싱턴 주는 세금으로 제품 값의 8.8%를 내야 한다. 프린터 값이 150불이니 워런티까지 합치면 200불(20만 원)이나 되는 것이었다. 하는 수 없이 직원에게 “좀더 생각해보고 오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결국 며칠 뒤 그곳에 가서 프린터를 사긴 했지만 돈 때문에 결국 워런티를 포기해야 했다.

 

한국보다 불편한 AS

우리나라는 제품을 사면 일정기간 AS를 판매사가 아닌 제조사가 책임을 진다. 그러나 미국은 판매처에서 워런티나 AS 쿠폰을 사고, 물건이 고장이 나면 제조사에 물건을 보내고, 수리 후 우편으로 받는 절차가 매우 번거롭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는 제조사에 전화해서 연락처를 받아 일일이 소포로 안전하게 포장해 우체국에 가서 비싼 운송료를 직접 지불하고 보내야 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도 빠르면 10일, 보통은 20~30일을 기다려야 수리된 제품을 우편으로 받아볼 수 있다. 일부 좋은 기업들은 택배 서비스를 이용하지만 손에 꼽을 정도다. 미국에서 AS를 해야 할 때면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나, 한국으로 돌아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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