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정보'가 불러온 폭력사태, 온라인 책임론으로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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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정보'가 불러온 폭력사태, 온라인 책임론으로 격화
  • 정혜
  • 승인 2024.08.08 1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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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rtPC사랑=정혜]

무슬림 향한 차별과 혐오, 폭력시위로 확산

지난달 29일 영국 사우스포트에서 어린이 댄스 교실에 괴한이 난입해 흉기를 휘둘러 어린이 3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해당 사건의 용의자가 ‘보트를 타고 입국해 영국 정부에 망명을 신청한 무슬림계 난민’이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SNS를 통해 확산되며 전국 단위의 극우 폭력사태로 이어졌다.

지난 2일 밤부터 런던을 비롯해 리버풀·사우스포트·브리스틀 등에서 소요 사태가 본격화되며 일부 참가자는 경찰에게 벽돌, 의자, 유리병을 던지고 이슬람 사원에 공격을 가했다. 경찰서, 도서관 등 공공시설이 방화로 불에 타거나 훼손되기도 했다.

5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이번 주말 사이 잉글랜드와 북아일랜드 주요 도시에서 벌어진 폭력 시위로 인해 378명이 체포됐으며, 체포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약 13년 만에 영국에서 발생한 역대 최악의 폭력시위로 기록될 전망이다.

문제는 흉기난동 사건의 범인이 '무슬림 망명신청자'라는 거짓 정보로 인해 극우 세력이 주도하는 폭력 시위로 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이 사건 당일 흉기 난동 사건의 피의자가 웨일스 카디프 태생의 17세 남성 액설 루다쿠바나라는 사실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위 참가들은 이민자를 표적으로 삼아 공격을 가하고 있다.

법원은 신상 비공개로 허위정보가 퍼질 우려가 있다며 피의자 이름 공표를 허용했지만 폭력시위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출범한 지 한 달 만에 예상 밖 난관에 봉착한 영국 노동당 정부는 '불법 폭력 시위'에 대한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영국정부, 온·오프라인 폭력선동에 강경 대응

영국 극우 활동가 토미 로빈슨과 (옛 트위터)에 900만명 팔로워를 거느린 우익 인플루언서 앤드루 테이트 등은 SNS에 "우리 아이들의 안전이 박탈당했다" 등의 주장을 게시했고, 이는 급속히 퍼져나가 시위를 부추겼다. 피의자를 무슬림이나 이주민, 난민, 외국인으로 언급하거나 추정하는 X 게시물은 2700만회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극우 폭력 시위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격화되자, 영국 총리는 선동적 콘텐츠에 대한 엄중 단속을 선포한 상태이다. 5일(현지시간) 영국 매체인 가디언·더타임스에 따르면 키어 스타머 총리는 이날 긴급안보회의(코브라) 이후 “동기가 무엇이든 이번 시위는 항의가 아니라 그야말로 폭력”이라며 “폭력을 선동하는 것이라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관계없이 모든 이들에게 법의 집행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베트 쿠퍼 영국 내무장관은 더타임스에 실린 기고문에서 “SNS에서 증오를 선동하는 이들은 (시위 현장의) 폭도들과 같은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론 머스크의 '불난 집 부채질'

영국 내각이 극우 폭력 시위의 시발점으로 SNS를 지목하고 강력 대응을 천명한 가운데 SNS X를 소유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SNS 책임론을 일축하며 충돌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영국 당국의 조치를 간접적으로 비난하며, 시위와 관련된 선동적 콘텐츠에 느낌표나 댓글을 달며 동조하는 모습을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가디언은 머스크가 이러한 콘텐츠의 확산에 일조했다고 지적하며, 그가 가져온 콘텐츠 중에는 영국 극우 운동가인 토미 로빈슨이 게시한 폭동 영상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보도했다.

 

사진: Unsplash의Jorge Franganillo
사진: Unsplash의Jorge Franganillo

 

왜 온라인은 거짓정보를 확산시키는 도구가 되고 있나

영국 정부가 폭력뿐 아니라 거짓정보 유포자 및 선동자에 대한 강경 대응을 예고한 가운데, 표현의 자유와 악의적 선동을 어떻게 구분하며 질서를 확립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실 온라인 환경은 거짓 또는 허위 정보가 사람들에게 퍼져나가더라도 ‘객관적 사실’이 확인되면 이를 바로잡고 ‘진실’이 확산되는 자정 능력이 작동되는 공간이도 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거짓과 허위 정보가 '객관적 사실'과 '진실'보다 더 큰 힘을 가지고 사람들을 움직이며, 사회 질서를 파괴하고 있다.

오보나 허위정보로 사람들이 현혹되는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빠르게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영국의 폭력사태의 원인인 어린이들에게 흉기를 휘두른 범인이 무슬림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나서 무슬림에 대한 공격이 중단되고 빠르게 수습되어야 했다. 하지만 확증편향된 선동에 더 사람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자유와 책임의 균형, 온라인에서 만들어야

사회에 깊이 박힌 차별과 혐오적 정서가 '거짓 정보'와 결합되어 온라인에서 퍼지는 것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적 정서를 불식시키고 공동체적 정서로 변화하기 위한 사회 전반의 노력이 요구된다.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나아가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우리나라도 인구소멸로 외국인들의 유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어느 사회든 외부 인구 유입으로 새로운 공동체가 건설되는 시기에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디지털 세계는 이 갈등을 해소하기도 증폭시키기도 한다. 차별과 혐오를 바탕으로 한 가짜뉴스가 확산된다면 디지털 공간은 갈등 유발자가 될 것이고, 다양성을 상호 인정하는 문화가 만들어진다면 디지털 공간은 갈등 치유자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사진: Unsplash의Alexander Shatov
사진: Unsplash의Alexander Shatov

 

디지털 공간의 공동체성을 회복해야

디지털 세계는 현재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가짜 뉴스와의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공간이 공동체성을 회복해야 하며 온라인 이용자들이 디지털 시민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 필요하다. 온라인 공간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공간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상호 존중의 시민성을 실현하는 새로운 정치사회적 리더십과 규율이 요구된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가는데, 기존 언론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언론은 온라인에 유포되는 가짜 뉴스와 선동에 맞서 끈질기게 진실을 추구하며 거짓과 싸워야 한다. 당장의 조회수에 눈이 멀어 이 역할을 포기하고 가짜 뉴스의 유포 공범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허위 정보 유포자에 대한 신속한 규제와 처벌도 강화되어야 한다. 단순히 개인의 책임을 묻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이 허위 정보 유포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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