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물 등급 분류 집단 민원 사태
위원회의 설립 목적이 게임물의 사행화 방지와 청소년 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다 보니, 이에 따라 사행성, 선정성에 대한 등급 분류 정책을 보수적으로 유지해 왔다. 그러나 게임의 장르가 다양해지고, 이용자층이 확대되면서 위원회의 보수적인 행정 조치가 게임 이용자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특히 2022년 10월에는 일부 일러스트의 선정성을 이유로 게임물 ‘블루 아카이브’의 등급을 기존 15세 이용가에서 청소년 이용불가로 직권재조정하여, 해당 게임 이용자의 많은 항의와 민원이 발생하였다. 이용자들은 항의 과정에서 등급 심의 사항을 검토했고, ‘바다이야기’와 유사한 게임인 ‘바다신’이 전체이용가 등급으로 심의를 받은 것이 드러났다. ‘바다신’은 아케이드용 게임이 아닌 모바일 기기용 게임이고, 현금 등을 통해 코인을 구입하는 기능이 없어 '바다이야기'와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바다신’을 불법적으로 활용해, 태블릿PC를 통해 게임장을 운영하는 이른바 ‘패드방’이 성행하면서, 소홀한 등급 분류로 사행성을 방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게임물 관리 위원회 규제의 핵심과 선결 조건
2024년 상반기 모바일 상위 매출 상위 5위 중 중국 게임이 5건을 차지할 정도로 국내 게임 업계가 전반적으로 불황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강력한 확률형 아이템 법적 규제를 시행하고 있어 업계에서 역차별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렇듯 위원회는 이용자와 업계, 사회 모두로부터 신뢰를 충분히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차기 위원장은 어려운 과제를 마주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위원회 규제의 핵심은 등급분류 기능에 있다. ‘게임산업법’에 따르면 등급분류를 받지 못하거나 등급분류 거부를 받은 게임물을 유통하는 경우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다만 많은 게임 숫자로 인해 청소년 이용불가 이하의 게임물에 대해서는 각 플랫폼에서 등급을 부여하는 ‘자체등급분류제도’ 및 게임위가 지정한 특정 단체가 등급을 부여하는 ‘등급분류 업무 위탁’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의 등급분류는 현재까지 위원회의 고유 업무로 남아 있다. 올해 1월 30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에서 게임 관련 정책을 발표하며 “게임이용자 친화적 게임물 등급분류체계 구축”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이를 민간에 이양하여 등급분류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으며, 위원회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등급 기준을 마련하고, 등급 분류의 적정성에 대한 사후 관리를 맡는 방식이다. 따라서, 차기 위원장은 ‘청소년이용불가’ 민간 등급분류제도를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윤석열 정부의 등급분류 '민간이양' 계획
게임 환경이 모바일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함에 따라 게임물의 업데이트 주기가 짧아져 하나의 기관이 게임물을 모두 모니터링해서 적절한 등급을 매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민원을 통해 검토하거나, 여건이 허락되는 일부 게임물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사후관리를 할 수밖에 없어 형평성 없는 등급 심의라는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한번 공개되면 대부분 바뀌지 않는 영상물 등급과 달리 업데이트를 통해 게임의 콘텐츠가 변화할 수 있는 게임은 최초 심의 의외에도 지속적인 관리와 모니터링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등급심의 민간이양과 '내용 수정 신고 제도'
이를 위해 현재 위원회에서는 등급 분류를 받은 게임물의 내용을 수정한 경우 24시간 내 위원회에 신고해야 하는 ‘내용수정 신고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사업자 입장에서는 게임 업데이트 후 내용 수정 신고를 해야 하고, 위원회에서 수정 내용을 같은 등급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등급 재분류 대상으로 처분할 경우 업데이트 등을 취소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게임 이용자에게도 새로운 콘텐츠를 즐길 기회를 박탈하고, 등급이 변경되는 경우 해당 나이까지 게임을 하지 못하는 청소년 이용자가 생기는 등의 문제가 있어 ‘내용 수정 신고 제도’의 개선은 필요한 상황이다. 민간등급 분류 기관은 기관의 책임하에 ‘내용 수정 신고 제도’를 업데이트 전에 검토하거나 절차를 단순화할 수 있으므로 업계와 이용자 모두에게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신뢰를 회복하는 게임위가 되어야
더 나아가 등급 분류의 민간 이양이 이루어진다면 다수의 등급 분류 기관이 각자의 역량에 따라 게임물을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된다. 위원회가 만든 통일된 기준을 통해 등급을 분류한다면 형평성 논란 등에 더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차기 위원장은 등급 심의 권한을 민간에 빠르게 이양하고, 다수 등급 분류 기관에 대한 관리와 감독, 기준 마련 등에 힘쓸 필요가 있다. 개별 게임물에 대한 직접적인 행정처분보다는 각 기관이 적정한 절차에 따라 분류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평가를 통해 민간의 자율성을 최대한 확보해 줄 필요가 있다. 물론 현재 ‘게임산업법’ 하에서는 민간이양이 불가능하므로 국회에서 ‘게임산업법’ 개정이 있어야 정책 실현이 가능한 상황이다. 현재 민간이양에 대한 여야의 의견의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차기 위원장은 이에 대한 대비를 임기 초부터 빠르게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이용자와 업계, 사회 모두로부터 신뢰받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위상을 되찾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디지털포스트(PC사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