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방송 시대 개막... 무늬만 디지털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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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방송 시대 개막... 무늬만 디지털 시대?
  • PC사랑
  • 승인 2013.01.3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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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방송 시대가 2012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1961년 한국방송공사(KBS)에서 흑백 방송으로 첫 송출을 시작한 이후 52년 만의 일이다. 1981년에 컬러 방송이 도입된 이후 우리나라 방송 역사의 세 번째 장이 시작된 것이다.

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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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2월 31일 새벽 4시, 아날로그 방송 시대가 저물고 디지털 방송 시대가 도래했다.
 
디지털 방송은 대용량의 정보를 압축해 전송하는 방식으로 대형 TV화면에서도 아날로그보다 5~6배 선명한 HD(고화질) 영상을 제공하는 방송이다. 음향 또한 고음질을 구현할 수 있어 프로그램 방송 장비에 따라 5.1채널 서라운드 음향을 들을 수 있다.

시청자는 리모컨 조작으로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디지털 방송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자막과 해설, 수화방송은 물론 1주일 치의 편성정보와 날씨, 뉴스 등의 정보도 디지털 방송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장애인들을 위한 자막방송이나 해설방송이 가능하다. 이러한 디지털 방송은 디지털 콘텐츠의 유통공간을 TV로 확대해 방송과 통신의 융합서비스를 가속화해 새로운 컨텐츠 산업 및 서비스 산업의 신 성장 동력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영국과 미국, 독일 등 선진국들은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을 마친 상태다. 미국은 2009년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했고, 독일과 프랑스도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을 마쳤다. 이웃나라 일본 역시 2011년 디지털 방송을 시작했으며 영국은 우리나라와 함께 지난 해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하고 디지털 방송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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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공영방송 BBC의 주도로 시작된 무료 다채널 지상파 서비스 '프리뷰'를 통해 저렴한 셋톱박스만 있으면 누구나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디지털 방송 전환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01년 10월 수도권 지역에서 디지털 지상파TV 방송이 시작된 시점이다. 2006년에는 전국의 시·군 지역으로 디지털 방송이 확대됐으며 2008년에는 지상파TV의 디지털 전환 특별법이 제정돼 아날로그 방송 중단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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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울진군은 전국 최초로 디지털방송 100% 전환에 성공하고 디지털방송 전환 선포식을 가졌다.
 
디지털 방송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는 디지털로 전환하는 이유에 대해 고화질의 방송과 다양한 양방향 서비스를 통해 시청자의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라고 밝혀왔다. 또 방송기술 발전에 따라 노후화된 제작설비와 송신설비를 첨단 디지털 장비로 교체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디지털TV나 디지털 콘텐츠 등 관련 산업의 수요를 창출해 경제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어 유료방송을 디지털로 전환할 경우, 네트워크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방송채널사업자(PP)의 경영환경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디지털 방송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디지털 방송 전환 대상은 지상파 방송을 직접 수신하는 가구들로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KBS나 MBC, SBS, EBS, 지역 민방 등 방송국에서 직접 송출한 전파를 안테나를 통해 무료로 방송을 시청하는 가구들은 디지털 방송 전환이 의무사항이다. 우리나라 전체 1천 734만 가구 중 3.2%가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들 가구들은 정부 지원을 받아 디지털 안테나를 달거나 컨버터 또는 디지털 TV 구입으로 디지털 방송 준비를 끝냈다.

문제는 약 97%의 대다수 유료 방송을 시청하는 가구들이 이번 디지털 방송 전환 과정에서 소외됐다는 것이다. 유료 방송은 케이블방송과 위성방송, 인터넷TV(IPTV) 등 월 이용료를 내고 방송을 시청하는 가구로서 이번 디지털 방송 전환에 해당되지 않는다. 유료 방송 업체가 지상파 방송국에서 보내주는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방식으로 다시 바꿔 가정으로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유료 방송 시청 가구들은 디지털 전환을 하지 않아도 되는 대신에 디지털 방송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이다.
 
유료 방송 시청 가구들 중 디지털 방송으로 가입한 가구는 49.8%(2012년 12월 5일 기준)에 불과하다. IPTV와 위성방송은 처음부터 디지털 방송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모든 가입자가 디지털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케이블TV 가입자 중 약 47% 가구들은 아날로그 유료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디지털 방송 전환을 위한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디지털 방송을 시청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실제 디지털 방송 혜택을 받는 가구가 천 만 가구 이상이 되지 않으면 진정한 디지털 방송 전환이 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케이블 방송 업체에서 일방적으로 아날로그 방송 중단을 시행하게 되면 아날로그 방송 시청자들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업계는 물론 학계에서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유료방송 디지털 전환 특별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0가구 중 9가구가 유료방송에 가입되어 있는 현실을 반영해 지상파 중심의 현 정책을 보완하자는 것이다.
 
새누리당 김장실 의원은 ‘유료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 제정법률안’을 통해 ‘유료방송의 디지털 전환 및 활성화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위해 관계 기관 및 전문가로 구성된 ‘유료방송디지털 전환 활성화 추진위원회’를 둘 것을 주장했다.
 
또한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에 대해 정부에서 디지털 전환을 지원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고 방송통신 발전기금을 디지털 전환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아날로그 유료방송 중단으로 시청자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유료방송 사업자가 이를 사전에 충분히 고지하고, 가입자 전환 대책 등을 방송통신위원회가 확인하도록 했다.
 
하지만 방통위와 지상파 방송국, 유료방송 업체들 간의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다. 그리고 그런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들이 떠안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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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케이블TV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이 지상파 3개 채널의 디지털방송 재송신을 중단했다.
 
 
디지털 방송 수신율도 제각각
디지털 방송은 방송국에서 송출하는 주파수를 직접 안테나로 수신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수신율 또한 디지털 방송 전환 과정에서 중요한 사안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안테나 수신은 난시청 지역이 아니더라도 날씨 등에 민감하기 때문에 방송이 잘 안 나오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서울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는 지난 해 6월 27일부터 7월 1일까지 4박 5일간 서울·수도권, 충청·전라권, 강원·경상권 등의 권역으로 나눠 디지털 방송 수신율을 점검해 발표했다.

먼저 실외 안테나로 지상파 디지털 방송을 수신했을 때는 KBS와 EBS는 95% 이상의 수신율을 보인 반면 MBC는 91.1%, SBS와 지역민방의 경우 82.3%까지 떨어졌다. 실내 안테나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모든 방송사가 30%도 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진 것. 한국지상파디지털방송추진협회(DTV)의 디지털 방송 홍보내용과는 다르게 나타난 것이다. 시청자시민운동본부는 또 가구별 구성원들의 개별 TV시청 성향과 아날로그 수상기의 보급률, 직접 수신율 등을 고려했을 때 디지털 전환과정에서 상당수의 가구가 방송중단 사태 등의 혼란을 겪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어 지상파 방송의 낮은 수신율로 인해 유료 방송에 가입한 가구들이 많다고 지적하면서 전체 조사대상 가구 중 61.5%가 안테나 또는 공시청 설비를 통해 지상파 방송이 잘 나오면 유료방송을 해지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아날로그 방송보다 높은 요금도 한 몫
디지털 방송 상품의 높은 요금도 케이블 디지털 방송 전환을 망설이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아날로그 케이블 방송 대비 디지털 케이블 방송은 평균 1만원, 표준화질(SD)대비 HD위성방송은 기본요금 기준 5천원의 가격차이가 존재하고 있다. 케이블 방송의 아날로그 상품 평균 요금이 7,700원인데 비해 디지털 상품 평균 요금은 1만 7천원(셋톱박스 포함)이다.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디지털TV를 별도로 구매해야 하고 셋톱박스 이용 요금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디지털 전환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저소득층 디지털 전환을 활성화하기 위한 저소득층 전용 요금제와 이용요금 감면폭 확대 방안을 위해 논의중에 있다”며 “저소득층 대상 디지털TV 보급 시범사업을 위한 2013년도 예산안을 마련해 국회 심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 전환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방통위와 지상파 방송사들은 디지털 전환과정에서 시청자들을 위한 정확한 정보제공과 시청자 편의보다 디지털 전환이라는 명분만을 앞세워 디지털 전환과정에서 여러 가지 준비부족과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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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화면을 통해 정부의 아날로그 방송 종료와 디지털 방송 전환에 대한 자막고지홍보는 행정편의주의라는 비판과 국민의 시청권을 박탈했다는 주장을 불러 일으켰다.
 
컬러 방송이 첫 도입된 당시, 컬러TV를 사지 못한 사람들이 TV 화면에 오색 셀로판지를 붙이고 컬러TV 분위기 냈다는 우스갯소리가 2013년에 재연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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