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키보드에도 볕들 날 있다
멤브레인 키보드를 청소해 보자
현재 플런저·기계식 키보드가 시장에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시장의 중심은 멤브레인 키보드다.
멤브레인 키보드는 익숙한 타건감을 제공하며 소음도 적고 아주 저렴하다. 이 저렴하다는 특성 덕분에, 고장 유무에 상관없이 더러워지면 새로 하나 사는 게 더 편할 정도다.
그래도 오랜 시간 정든 물건인데, 더러워졌다는 것 하나만으로 버리기는 아쉽다. 다가오는 2016년을 맞아 먼지 쌓인 멤브레인 키보드를 깨끗하게 청소해 보자.
DT35와의 우연한 만남
기자의 집 앞에는 폐가전제품 수거통이 있다. 평소 출퇴근길에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쳐 가는데, 어느 날 PC가 버려져 있는 것이 눈에 띄어 가까이 가 봤다. 본체와 키보드가 버려져 있었다.
본체는 겉면을 보니 아주 오래된 시스템이라 현역으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다. 그 옆에 버려진 키보드를 보니, 오랜 시간 밖에서 방치돼 때와 이물질이 묻어 있었다. 외관을 보니 어디 부서진 곳은 없어 보였다. 특히 키보드 위에 돈까스 소스 비슷한 게 그다지 만지고 싶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키보드 왼쪽 상단의 삼성 로고가 뭔가 익숙했다. 꺼내 보니, 구형 DT35(SEM-DT35)였다. DT35는 많은 사랑을 받았던 멤브레인 키보드다. 원래 삼성전기에서 만들었는데, 최근에는 블레스정보통신에서 이어받아 판매 중이다. 타건감은 멤브레인 키보드 중에서도 뛰어나다는 평을 많이 받았다.
덕분에 프로게이머들이 애용했었고, PC방에도 널리 보급됐었다. 기자 개인적으로 많이 좋아했던 키보드였다. 그런데 PC방에서나 몇 번 썼을 뿐, 정작 집에서는 써 본 적이 없었다. 그런 DT35가 무슨 인연인지 이런 식으로 기자의 삶에 등장하다니 반가웠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목욕탕에 가듯 DT35의 묵은 때를 시원하게 벗겨 주고 싶다.
시작하기에 앞서
키보드 청소를 시작하려면 간단한 장비를 갖춰야 한다. 키캡 리무버, 칫솔, 틀니 세정제, 대야 정도를 들 수 있는데, 키캡은 손으로 뽑을 수 있지만 리무버가 있는 게 편하다. 칫솔은 상판, 하판을 닦을 때 필요하며, 틀니 세정제는 키캡을 편히 세척할 수 있게 돕는다. 대야는 키캡을 틀니 세정제를 풀은 물에 키캡을 담글 때 필요하다.
▲ 키 리무버가 있다면 편하게 작업할 수 있다.
▲ 키보드의 상태. 외관상 썩 좋지 않다.
시작해 보자
▲ 키 리무버를 사용해 키캡을 제거해 주자.
▲ 스페이스바나 시프트 등의 길쭉한 키캡 밑에는 균형을 잡아주는 스태빌라이저가 포함돼 있다. 기계식 키보드보다는 쉽긴 하지만 조심해서 분리하도록 하자.
▲ 키캡을 모두 분리했다.
▲ DT35의 내부 사진. 참고로 먼지와 이물질을 한 번 털어낸 상태다. 그런데도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
▲ 하판의 나사를 풀고 손으로 사이를 벌려 분리해 주자. 참고로 분리할 때 엄지손가락이 누르고 있는 부분에 주목하자. 그 상태로 당겨 주면 쉽게 분리된다.
▲ 분해가 끝났다.
▲ 키캡 청소는 매우 간단하다. 우선 키캡을 적당히 물로 행궈 주자. 다음으로는 대야에 물을 채운 뒤, 틀니 세정제 두 알을 넣는다. 그 다음에 헹궈둔 키캡을 넣기만 하면 된다. 기자는 이 상태로 30분을 둔 뒤, 물로 헹궜다.
▲ 흐르는 물에 키보드 상판, 하단을 가져다 둔 뒤, 안 쓰는 칫솔을 사용해 닦았다. 외관이 너무 더러워 주방세제를 묻혀 닦았다.
▲ 세척이 끝난 후의 사진. 물기를 제거해 주고 결합하면 된다. 키캡 내부의 물기는 탁탁 흔들어 제거하고 내부를 면봉으로 닦아 주면 빠르다.
▲ 세척이 끝나니 보기 좋은 키보드가 됐다. 타건감도 예전 그대로의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