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집에서 유난히 PC를 많이 사용한 때가 있었다. 게임도 보고 TV도 보고, 아무튼 PC로 즐길 거리가 넘쳤던 때였다. 어느 날 어머니의 매운 손이 전기요금 고지서와 함께 기자의 등에 날아와 꽂혔다. 평소 사용하던 때보다 한 단계가 더 나와, 누진세 때문에 전기요금이 껑충 뛴 것이다.
사용량 299kWh는 괜찮지만 300kWh를 넘어가면 1kWh 당 단위 요금이 47% 상승한다. 적절한 사용량 관리로 아까운 전기요금을 아끼면, 월말에 치킨을 한 마리, 혹은 두 마리 더 시켜먹을 수 있다.
아래는 주택용 전기 사용에 따른 요금표이다. 지난 1973년 석유파동을 계기로 에너지 절약을 목적으로 시행됐다는데, 여러 용도 중 산업용 전기가 전체 전기 사용량의 절반을 넘는데도 요금이 가정용보다 더 저렴하다. 게다가 산업용 전기는 누진세도 없어 사용량 단위별 요금이 똑같다.
심지어 우리나라의 가정용 전력 소비량은 OECD 34개 가입국 중 26위밖에 안 될 정도로 낮은 편이다. 정부가 국민과 기업 중 어느 편을 들어주는지 전기요금 제도를 봐도 알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사용량 구간 (kWh) | 기본요금 (원) | 사용요금 (원/kWh) |
100 이하 | 410 | 60.7 |
101 ~ 200 | 910 | 125.9 |
201 ~ 300 | 1,600 | 187.9 |
301 ~ 400 | 3,850 | 280.6 |
401 ~ 500 | 7,300 | 417.7 |
501 이상 | 12,940 | 709.5 |
같은 전기 사용량에 대한 요금을 주택용과 산업용으로 나눠 계산해 보니, 계약전력 100kW, 월 사용량 1500kWh를 기준으로 주택용은 94만 원대, 산업용은 89만 원대로 측정됐다. 특히 산업용은 계약전력을 낮추고 시간당 사용량을 조절하는 등, 월 사용량이 같아도 전기요금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주택용 전기요금은 사용량에 따라 100kWh 단위로 요금이 50% 가까이 상승하는데,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것 말고는 요금을 절감할 방법이 없다.
그럼에도 전경련이나 기업단체들은 산업용 전기요금을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전이 산업용 전기요금을 할인해준 덕에 7천억 원이 넘는 손실을 보고 있고, 그 적자가 국민들에게 돌아오고 있는데도 말이다.
실제로 2003년부터 10년간 현대제철, 포스코, 삼성전자 등 10개 기업이 실제 전기요금에서 할인받은 금액은 총 5조 8,325억 원에 달한다. 100개 기업으로 넓히면 할인 금액은 9조 4,300억 원까지 올라간다. 같은 기간 주택용 전기세의 전체 할인 금액은 산업용 요금 할인액의 1/10에도 못 미치는 7,300억 원 정도였다.
매년 여름마다 ‘블랙아웃’을 외치며 전기 절약을 강요하는데, 그 방향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는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월평균 사용량 측정
사실 PC의 성능이 4K 게임도 60프레임을 우습게 넘길 정도의 고성능이 아니라면, PC의 월 사용량이 가정의 전기요금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기자의 집에서 한 달에 약 350kWh 정도를 사용한다. 이런 경우 PC의 월 사용량이 50kWh를 넘지 않는다면 굳이 사용량과 전기요금을 계산해 아끼려는 시도를 하지 않아도 큰 상관이 없다.
하지만 모든 가정이 비슷한 사용량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기에, 사정에 맞춰 PC의 사용량을 조절하는 것으로 다만 치킨 한두 마리 값이라도 아낄 수 있다. 바로 100kWh 단위를 넘기지 않는 것이다.
전기요금 측정기를 이용해 해당 CPU 장착 PC의 전력 사용량을 측정했다. 컴퓨터를 24시간 풀로드로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주중과 주말에 달리 사용하는 시간을 나눠 평균 시간당 사용량을 사용시간으로 곱해 총 사용량을 산정했다.
시간당 사용량은 웹서핑과 게임 등 소모량이 적거나 많은 작업이 있으므로 변수가 다양하다. 때문에 사용량은 최대 전력 그대로 계산하고, 사용 시간을 월평균 약 120시간으로 설정했다.
기자의 사용 패턴을 기준으로 산정했으니 평균 사용량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길 바란다. i5 2종과 i7 2종은 평균 사용량이 거의 비슷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테스트 시스템
GTX970 기반 게이밍 PC
쿨러: 써모랩 트리니티
VGA: 기가바이트 지포스 GTX970 SOC D5 4GB G1 Gaming
RAM: 삼성전자 DDR4 PC4-17000 8GB x2
SSD: 킹스톤 퓨리X 240GB
HDD: WD 블루 1TB
P/S: 마이크로닉스 클래식2 시리즈 700W
테스트 프로그램
퍼마크 + CPU-Z 벤치
CPU와 VGA를 모두 최대한 사용해 PC의 최대 사용 전력을 체크할 방법이 필요했다. 가장 쉬운 방법인 CPU, GPU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CPU-Z에 포함된 벤치마크로 CPU 사용량을, 퍼마크의 GPU 스트레스 테스트로 VGA 사용량을 100%에 가깝게 끌어올렸다. 게임 벤치마크나 3DMark 등 여러 프로그램으로 테스트해봤지만, 위 두 프로그램을 혼용하는 것으로 가장 높은 사용량을 끌어낼 수 있었다.
i5-6600
4개 제품 중 막내인 i5-6600은 터보부스트 시 3.9GHz로 빨라지지만, 코어 4개/스레드 4개로 전력 사용엔 한계가 있다. 6600K와 달리 강제로 속도를 끌어올릴 수도 없어, 강제로 경제적인 프로세서가 됐다. 측정된 최대 소비전력은 시간당 343W다. 일평균 4시간, 월 120시간 사용하는 것으로 계산했을 때 약 41kWh를 사용하게 된다. 기자가 이 시스템을 사용할 경우, 집에서 보통 350kWh를 넘지 않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20여 시간 정도는 더 있는 셈이다.
i5-6600K
배수락 해제 프로세서의 경우 구매 목적이 비교적 뚜렷하다. 때문에 메인보드에서 기본 지원하는 수치인 4.4GHz로 오버클럭한 뒤의 전력을 측정했다. 측정된 최대 소비전력은 365.8W, 월 사용량 44kWh 정도다. 아래 i7-6700K와 거의 비슷한 소비량으로 4개 제품 중 2위를 차지했다. 격차는 2kWh 정도로 가정에서의 가변적인 소비량을 감안하면 큰 차이가 없다. VGA의 종류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고, VGA 없이 내장그래픽을 사용한다면 소비전력은 절반으로 줄어든다.(사실 VGA가 없으면 소비전력을 측정할 필요도 없다)
i7-6700
보통은 i5와 i7 제품들의 설계전력이 같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i7-6700은 i5-6600과 같은 65W다. 배수락 해제 버전인 i5-6600K와 i7-6700K가 91W로 같다. 때문에 오버클럭을 하지 않는 i5-6600과 비슷한 소비전력이 측정됐다. 최대 소비전력 348.6W, 한 달에 약 42kWh를 사용한다. 4개 제품의 소비량이 40~46kWh 정도로 비슷하게 측정됐는데, 이는 사실상 CPU를 성능과 가격 이외에 소비전력으로 고르는 게 무의미하다는 뜻도 된다. VGA를 2개 이상 사옹하며 소비전력이 600W 이상 나오는 PC도 있는데 350W 정도면 검소한 편이다.
i7-6700K
i7-6700K의 최대 시간당 전력 사용량은 384W로 나타났다. 정해진 사용 시간으로 계산한 결과 월 46kWh로 측정됐다. 800L가 넘는 용량의 냉장고가 24시간 가동해도 월 35kWh 정도인데, 생각보다 PC의 전기 사용량이 높은 편이다. 물론 이는 최대치에 가까운 수치를 산정한 것이기에 실제 측정값은 이보다 낮게 나올 확률이 높다. 기자가 집에서 PC를 이만큼 사용한다면 400kWh 누진세에 걸려 요금이 지난달보다 3~4만 원 가까이 높게 나올 공산이 크다. 결국 이 시스템이 기자의 PC라면 게임하는 빈도를 줄여야 한다는 슬픈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