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PC 시장이 침체를 면치 못하는 가운데, 제조사들의 신제품 출시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는 교육용, 업무용으로 태블릿PC의 꾸준한 수요가 이뤄진 덕분이다. 최근엔 모바일 게임용으로도 주목받음에 따라 시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를 공개한 2010년, 모바일 시대를 이끌 차세대 기기로 주목받았던 태블릿PC는 어떻게 변화하며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태블릿PC가 우리 곁에 자리 잡게 되기까지의 그 흐름을 짚어보자.
태블릿PC의 도약
“PC도 트럭처럼 될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지난 2010년, 아이패드를 선보이며 했던말이다. 그가 PC를 트럭에 비유한 이유는 무엇일까?
농업국가에서는 주요한 탈것은 트럭이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이 대중화된 시점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트럭보단 갖가지 혁신기술을 갖추고 운전하기 편리한 승용차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PC와 태블릿PC와의 관계도 이와 같다는 게 잡스의 생각이었다. PC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여전히 존재하겠지만, 트럭처럼 일부 사람들에게만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 것이다.
태블릿PC(혹은 태블릿 컴퓨터, 태블릿)란 터치스크린 방식을 기본으로 해, 각종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는 모바일 인터넷 기기다. 스마트폰의 전신이라고 불리는 PDA의 휴대성과 노트북의 기능을 합쳐 놓았다고 보면 된다.
이러한 태블릿PC의 명칭이 대중적으로 알려지게된 시점은, 2001년 마이크로소프트가 화면에 스타일러스 펜을 직접 사용할 수 있는 PC를 ‘마이크로소프트 태블릿PC’라고 정의한 이후부터다.
초기의 태블릿PC는 노트북의 키보드와 트릭패드를 스타일러스 펜과 터치스크린으로 대체한 것에 불과했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층에게만 사용됐으며, 이후 등장한 태블릿PC 또한 크게 대중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애플의 ‘아이패드’(iPad)가 출시되고 대중화된 이후부터 상황은 변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이을 차세대 모바일 기기로 태블릿PC가 주목받은 것이다.
잡스가 제시한 새로운 세상
아이패드는 지난 2010년 출시된 이후 한동안 스마트폰과 노트북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며 PC시장의 높은 벽을 허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두고 누가 아이패드를 사겠냐는 의견이 많았지만, 세대를 거듭하며 스마트폰과 함께 모바일 시장을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플랫폼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큼직한 화면과 모바일 기기 대비 높은 사양은 고사양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기에 충분했고, 자연스럽게 태블릿PC는 스마트폰과 함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기기로 떠올랐다.
이어 2010년 11월, 삼성전자가 보다 휴대성을 강조한 ‘갤럭시 탭’(Galaxy Tab)을 출시했고, 이후 안드로이드OS를 중심으로 한 중저가형 태블릿PC가 빠르게 대중화되면서 본격적으로 태블릿PC 시대가 열렸다. 전 세계 태블릿PC 시장의 판매량은 대폭 늘어났다. 2010년 1,900만 대에서 2014년엔 약 24,250만 대로 정점을 찍었다.
이 과정에서 데스크톱PC시장은 가파르게 추락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01년 개인용 컴퓨터 기기 시장 80% 이상을 점유하던 데스크톱PC는 2011년엔 45%로 반토막이 났다. 반면 같은 기간 태블릿PC 등 스마트패드의 공급 규모는 3배 이상 증가했다.
가트너는 이에 대해 “데스크톱PC는 일체형PC로 진화해 제조·방송·출판 등 대형 화면을 필요로 하는 업종에서 사용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패블릿과 노트북의 반격
승승장구하던 태블릿PC의 위상은 ‘패블릿’이 등장하면서 한계를 맞닥뜨렸다. 패블릿(Phablet)은 폰(Phone)과 태블릿(Tablet)을 합친 신조어로, 5인치 이상의 대형 화면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일컫는다.
태블릿PC는 스마트폰보다 화면이 커 각종 영상 혹은 게임 등 콘텐츠를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기였다. 하지만 이러한 강점이 패블릿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면서, 태블릿PC만의 강점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이에 대해 “대화면 스마트폰의 보편화와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노트북 출시가 태블릿PC 시장 축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노트북이 점차 경량화 되는 점도 태블릿PC 시장이 추락하는 원인 중 하나다. 두께 21mm 이하로 휴대성을 높인 ‘울트라슬림 노트북’이 대중화된 것이다.
모바일 운영체제 기반의 태블릿PC는 가벼운 무게와 직관적인 입력방식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노트북을 통해 다양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태블릿PC는 일반 노트북에 비해 문서를 작성하기 불편하고, 지원되지 않는 프로그램이 많아 활용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바닥모르는 태블릿PC 시장
3,195만 대. 올 1분기 전 세계 태블릿PC 출하량이다. 숫자만 보면 꽤나 규모가 있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10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줄곧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분기당 6,000만 대 이상을 기록한 출하량은 현재 거의 반토막 났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전 분기 대비 출하량은 34.5%, 전년 동기대비 9.3%나 감소했다. 올해 2분기도 반전은 없었다. 11분기 연속, 판매량은 뒷걸음질 쳤다.
태블릿PC 업계에서 1강으로 분류되는 애플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 1분기 애플 아이패드 판매량은 890만 대에 불과했다. 전 분기에 비해 30% 이상 줄어든 꼴로, 3분기 연속으로 판매량이 떨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23.5% 감소한 610만 대를 팔았다.
부진한 판매량 뿐 아니라 시장형성구조도 고착화되고 있다. IDC의 자료에 따르면 2017년 2분기 기준으로 애플(30.1%)과 삼성전자(15.8%) 등 대표적인 기업만 시장을 이끄는 중이다. 뒤를 이은 기업은 화웨이(8.0%), 아마존(6.4%), 레노버(5.7%)로, 상위 5개를 제외한 다른 기업의 전체 점유율은 전년동기대비 24.6%나 감소했다.
틈새시장 노린다
그러나 태블릿PC 시장에 대한 전망이 마냥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속단은 아직 이르다는 목소리도 높다. 일반 소비자 수요는 줄어들고 있지만 교육, 보험이나 금융, 레스토랑 등 B2B(기업과 기업 사이에 이루어지는 전자상거래) 수요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 교과서 전환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태블릿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이란 의견도 많다. 디지털 교과서 시장 규모는 약 250조 원으로 추정된다.
또한 최근에는 리니지2 레볼루션 등과 같은 고사양 모바일게임을 위해 태블릿PC를 구매하는 사례도 2030 직장인을 중심으로 늘고 있다. 보다 큰 화면에서 쾌적하게 게임 그래픽을 감상하고, 전화나 SNS 등 방해 없이 안정적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인기 이유다.
가격비교사이트 ‘에누리 가격비교’에 따르면 최근 두 달(7월~8월)간 태블릿PC 및 전자책 판매가 지난 5월~6월과 비교해 약 30% 가량 증가했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내 태블릿PC 시장은 교육 콘텐츠와 접목돼 인터넷 강의 용도로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고, 장시간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들이 큰 화면으로 게임을 구동하기 위해 많이 찾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식지 않는 교육 열풍과 대형 모바일 게임의 출시로 국내 태블릿PC는 한 동안 인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태블릿PC 시장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애플, 삼성전자, LG전자, 레노버 등 기존 업체들은 꾸준히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최근 애플은 전작보다 처리 속도가 30% 빨라진 ‘아이패드 프로’(iPad Pro)를, LG전자는 지난 7월 ‘G패드4’,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일주일 간격으로 ‘갤럭시 탭 S3’와 ‘갤럭시 북’을 각각 내놓았다.
이에 따라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글로벌 태블릿PC 시장이 올해 바닥을 찍고 내년부터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내년 1억 9660만 대로 바닥을 찍은 후 2019년 2억 160만 대, 2020년 2억 760만 대를 기록한다는 것이다.
아빠! 일어나!!
지난 2010년, 아이패드 국내 출시를 앞두고 시장선점을 위해 국내 기업들이 잇달아 태블릿PC를 출시했다. 그러나 독자적인 OS를 하드웨어에 최적화해 선보인 애플과 달리, 삼성전자와 같은 경쟁사들은 자체적인 OS가 없었다. 때문에 해당 제조사들은 스마트폰처럼 태블릿PC에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하는 것을 선택했다. 대표적으로 기기가 바로 삼성전자의 ‘갤럭시 탭’이다.
2010년 9월, 삼성전자는 태블릿PC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당시에는 이미 모바일 디바이스 시장에서는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군림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갤럭시 탭에 또 다른 차별화를 둬야만 했다.
그 차별화된 요소가 바로 ‘휴대성’이다. 9.7인치의 아이패드에 비해, 갤럭시 탭은 7인치에 불과했다. 11.98mm의 두께로 13.4mm의 아이패드보다 얇았다. 무게의 경우 380g 정도로 한손으로 들기 버거웠던 아이패드보다 절반정도로 가벼웠다.
실제로 갤럭시 탭 미디어데이에서는 갤럭시 탭을 양복 안쪽 주머니에서 꺼내는 퍼포먼스가 이뤄졌다고 한다. 이 퍼포먼스에는 아이패드는 불가능했지만, 갤럭시 탭은 가능하다는 의도가 숨어있었다.
지금 와서 본다면, 그저 투박하고 성능도 좋지 않은 태블릿PC에 불과하겠지만, 당시에는 최고의 기술력이 더해진 기기였다. 우선 최신 OS인 안드로이드 2.2. 버전을 탑재했고, G메일 등 구글의 각종 서비스를 쾌적한 환경에서 누릴 수 있었다. 인코딩을 할 필요 없이 각종 동영상도 수월하게 감상하는 것도 가능했다.
특히 실생활에 유용한 기능인 음성통화, DMB, 네비게이션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당시엔 터치 반응이나 스크롤링 속도도 우수하다는 의견도 종종 볼 수 있었다.
1세대 태블릿의 무한도전
모바일 기기는 세대교체의 주기가 빨라, 시간이 지날수록 대다수가 높아진 성능을 자랑하며, 이전 세대 대비 부담 없는 가격에 고성능의 제원을 갖추게 된다.
그렇다면 당시 삼성전자 최초의 안드로이드 태블릿PC인 갤럭시 탭과, 보급형 태블릿PC인 ‘갤럭시 탭A 10.1’(2016년 출시)을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의 성능 차이가 나게 될까?
출시년도가 6년이나 차이나고, 당시 하이엔드 태블릿PC와 현재 보급형 태블릿PC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둘의 성능 비교를 통해, 그 시간동안 많은 변화가 이뤄졌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는 테스트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갤럭시 탭은 안드로이드 2.3.6 버전인 진저브레드에서 지원이 종료됐다. 때문에 AnTuTu 벤치마크, 3DMark, Geekbench 4 등의 대표적인 벤치마크 앱, 또한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대부분의 고사양 모바일 게임은 지원이 되지 않는다. 애초에 다운조차 불가능하다.
때문에 테스트는 벤치마크 및 게임 앱 구동을 위해 커스텀롬인 CM10을 설치해 4.1.2 젤리빈으로 버전을 올린 뒤에야 비로소 진행할 수 있었다. 삼성 순정 펌웨어가 아니기에 정확한 성능이라고 볼 수 없지만, 그래도 결과는 참고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