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PC사랑=임병선 기자] SSD의 성능을 확인할 때 D램(DRAM)이 탑재되어 있는지를 따진다. SSD에 D램이 있는 경우, 다양한 작업에서 더 빠르고 안정된 속도로 사용할 수 있지만 그만큼 가격이 비싸지는 단점도 있다. 따라서 저가형·보급형 SSD에는 온보드 캐시 메모리가 없는 D램리스(DRAM-Less) 방식이 일반적이다.
특히 최대 6Gbps의 대역폭을 지원하여 600MB/s 이상의 속도로는 데이터 전송이 힘든 SATA 인터페이스 SSD에서는 D램 유무가 성능 차이를 가르는 척도일 만큼 핵심 부품 중 하나였다.
하지만 속도가 3,000~7,000MB/s를 넘어서는 PCIe 인터페이스의 NVMe SSD에서는 시스템 메모리의 일부를 SSD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HMB(Host Memory Buffer) 기술이 도입되며 D램이 없어도 속도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는 인식이 더러 생겼다.
그러나 과연 NVMe SSD에서 D램이 없어도 성능에 관계가 없을까? D램이 탑재된 PCIe 3.0 방식과 D램이 탑재되지 않은 PCIe 4.0 방식의 NVMe SSD를 통해 짚어보자.
DRAM이란 무엇인가?
DRAM(Dynamic Random Access Memory)은 임의 접근 기억 장치 중 하나로, 컴퓨터 메모리에 사용되는 매우 빠른 저장장치다. PC를 구성하는 부품 중 DDR4나 DDR5라고 부르는 DDR RAM도 D램의 일종이다. 이외에 D램이 탑재되는 제품으로는 고성능 컴퓨팅에 최적화된 HBM(High Bandwidth Memory), 그래픽카드에 들어가는 GDDR 등이 있다.
D램을 포함한 모든 유형의 RAM은 데이터의 비트를 트랜지스터에 저장하는 휘발성 메모리다. PC의 CPU가 데이터를 연산할 때 HDD나 SSD 같은 저장장치에서 직접 읽어 들이면 매우 느리다. 따라서 빠른 속도의 RAM에 HDD나 SSD의 데이터를 옮겨 놓고 CPU가 RAM에 접근해 데이터를 연산하도록 한다. 단, 모든 RAM은 휘발성 메모리이기 때문에 PC가 꺼지면 저장된 데이터가 모두 소멸된다.
SSD에서 D램의 역할은?
SSD 제품 중에는 D램이 있는 SSD와 D램이 없는 SSD가 있다. 흔히 D램이 없는 SSD를 D램리스(DRAM-Less) SSD라고 한다. 당연히 D램이 있는 SSD가 성능이 좋은데 D램이 어떤 역할을 하기에 SSD에서 성능 차이가 생길까?
SSD는 크게 낸드 플래시와 컨트롤러, D램으로 구성된다. 낸드 플래시(NAND FLASH)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로, 전원이 차단되더라도 데이터가 사라지지 않고 보존된다. 컨트롤러는 데이터 분석 및 데이터 분산 능력 등을 담당하며, 컨트롤러 성능에 따라 SSD의 읽기/쓰기/수명이 좌우되기도 한다. SSD를 판매하는 업체 중 자사 컨트롤러를 사용하는 곳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WD(샌디스크), 키오시아(도시바) 정도만 있다.
마지막으로 D램은 데이터 매핑 테이블을 저장하는 데 사용된다. 데이터 매핑 테이블을 통해 낸드 플래시에서 논리 블록 및 해당 논리 블록의 물리적 위치를 추적한다. SSD 내부 데이터를 읽고/쓰기 위해서는 매핑 테이블을 무조건 불러와야 한다. D램이 없는 SSD는 매핑 테이블이 낸드 플래시에 저장되는데, D램보다 속도가 훨씬 느려서 D램이 있는 SSD보다 전체적인 속도가 느릴 수 있다.
매핑 테이블 자체 용량은 실제 저장공간의 1/1000 수준으로, 1GB 기준에 1MB 정도기 때문에 그리 크지는 않은 편이다. 하지만 데이터를 읽고 쓰는 데 모든 성능을 집중하기도 바쁜 와중에 매핑 테이블 역할까지 하고 있다면 그만큼 성능도 손해 볼 수밖에 없다. 대신 D램리스 SSD는 D램이 빠진 만큼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다. 그래서 D램 유무가 제품의 등급을 나누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PCIe NVMe에서는?
여기까지는 일반적으로 아는 내용이기도 하다. 특히 SATA SSD에서는 D램 유무는 여러 벤치마크 결과를 통해 성능 차이가 밝혀졌다. 대체로 D램이 있는 제품이 어떤 상황에서든 더 안정적이고 빠른 속도를 유지했다. 그렇다면 현재 메인 저장장치로 사용 중인 PCIe 인터페이스의 NVMe SSD에서는 어떨까?
SATA 방식의 SSD보다 훨씬 빠른 속도를 지닌 PCIe 방식의 SSD에서는 D램이 없어도 SATA SSD보다 빠른 속도를 보여주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하는 의견도 있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등급이 다른 버전에서 속도 차이가 발생하면 마냥 문제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D램이 있는 PCIe 3.0 NVMe SSD와 D램이 없는 PCIe 4.0 NVMe SSD로 테스트를 진행해봤다. PCIe 3.0과 PCIe 4.0의 대역폭은 두 배 차이다. 즉 PCIe 3.0과 4.0 방식의 NVMe SSD는 기본적인 읽기/쓰기 속도가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 점을 고려해 극단적인 테스트를 진행했다.
D램이 있는 PCIe 3.0 SSD는 SK하이닉스의 Gold P31 M.2 NVMe SSD(이하 Gold P31)를, D램이 없는 PCIe 4.0 SSD는 커세어의 Force Series MP600 M.2 NVMe SSD(이하 MP600)를 선택했다. 마침 두 제품의 2TB 용량 기준 가격도 약 188,000원 정도로 비슷한 수준이다.
PCIe 3.0 SSD(DRAM) vs PCIe 4.0 SSD(DRAM-Less) 속도 테스트
테스트는 크리스탈 디스크 마크 벤치마크와 대용량 파일 복사(100GB), 다중 파일 복사(160GB, 730개)를 할 때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로 비교했다. 또 실사용 환경에 근접할 수 있게 데이터를 채워, 사용 공간이 50% 이하일 때와 사용 공간이 75% 이상일 때도 각각 별도로 비교해봤다. 복사할 때 원본 데이터를 가진 저장장치는 D램이 있고 읽기 속도 7,000MB/s, 쓰기 속도 6,500MB/s의 PCIe 4.0 M.2 NVMe SSD인 SK하이닉스 Platium P41을 사용했다.
테스트에 사용된 시스템은 AMD 라이젠9 7950X CPU, GIGABYTE X670 AORUS ELITE AX 메인보드, 이엠텍 지포스 RTX 4070 GAMINGPRO D6X 12GB 그래픽카드, 마이크론 크루셜 DDR5-5600 CL46 16G x2 메모리, 키오시아 EXCERIA PRO M.2 NVMe 1TB SSD, 커세어 HYDRO SERIES H115i CPU 쿨러, 마이크로닉스 Classic II 850W 80PLUS GOLD 230V EU 풀모듈러 파워서플라이로 구성했다. OS는 윈도우 11 Pro 22H2 버전이다.
사용 공간 50%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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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 P31 |
MP600 |
대용량 파일 복사 |
1분 0초 72 |
32초 86 |
다중 파일 복사 |
1분 30초 64 |
1분 59초 84 |
대용량 파일 복사에서는 MP600이 빨랐지만, 다중 파일 복사에서는 오히려 더 느렸다. 용량이 제각각인 많은 파일을 복사할 때는 D램이 있는 SSD가 더 안정적이고 빠른 속도를 보였다.
사용 공간 75%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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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d P31 |
MP600 |
대용량 파일 복사 |
58초 95 |
1분 23초 73 |
다중 파일 복사 |
1분 31초 33 |
2분 31초 48 |
사용 공간이 75% 이상일 때도 Gold P31은 별 차이 없는 일정한 속도를 보였다. 반면, MP600은 심각한 속도 저하를 보였으며, 대용량 파일을 복사할 때도 Gold P31보다 느린 속도를 기록했다.
마치며
기본적으로 PCIe 4.0이 PCIe 3.0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를 지녔지만, 이번 테스트에서 D램이 없기에 발생하는 속도 저하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데이터를 75% 이상 채운 상태에서는 속도가 크게 느려지는 현상이 계속 일어났다.
최근 데이터 용량이 커지면서 SSD의 전체 용량을 사용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러한 사용 환경에서 D램이 없는 PCIe 방식의 NVMe SSD는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메인 운영체제(OS)용 SSD라면, 비슷한 가격이라도 무작정 최대 속도가 빠른 SSD가 아닌 D램이 있는지 없는지 체크하고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19년도에 출시된 mp600 모델은 완전 초창기 파이슨 컨트롤러로 23년에 올린 기사에 맞지 않는 물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