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artPC사랑=임병선 기자] PC 성능은 매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다. 특히 PC 성능을 크게 좌지우지하는 CPU와 그래픽카드의 성장세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CPU는 듀얼(2) 코어, 쿼드(4) 코어 정도 수준이었고 그래픽카드는 존재조차 잘 모르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CPU에서 헥사(6) 코어, 옥타(8) 코어는 기본이고 그래픽카드는 일반 PC에서도 전문가용 작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고성능화되었다.
이와 함께 저장장치의 성능도 놀라울 정도로 향상되고 있다. 20년 전에는 HDD가 일반적이었지만, 10년 사이 SATA SSD가 자리를 차지하더니 이제는 NVMe SSD가 저장장치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단순하게 최고 읽기 속도만 따져본다면 100MB/s였던 HDD에서 7,000MB/s인 PCIe 4.0 NVMe SSD로 약 70배 이상 빨라졌다.
소비자용 제품으로는 PCIe 4.0 NVMe SSD도 충분히 빠른 수준인데 이보다 더 빠른 PCIe 5.0 NVMe SSD까지 시장에 하나둘씩 발을 들이고 있다. 과연 PCIe 5.0 NVMe SSD가 현시점에 필요할지, 아직은 시기상조일지 PCIe 4.0 NVMe SSD와 비교해서 확인해 보자.
PCIe 4.0 NVMe SSD
SK하이닉스 Platinum P41
Platinum(플래티넘) P41은 명실상부한 탑티어의 PCIe 4.0 대표 모델로 현재 판매 중인 SSD 중 가장 선호도가 높은 제품이다. 최신 176단 낸드플래시와 D램, 컨트롤러에 이르기까지 핵심 부품을 SK하이닉스가 자체 설계·생산했으며, 독자적인 ‘하이퍼라이트(HYPER WRITE) 기술’이 탑재돼 고성능은 물론 업계 최고 수준의 전력 효율성을 구현했다. 최대 7,000MB/s의 순차 읽기 속도와 최대 6,500MB/s의 순차 쓰기 속도를 제공한다.
PCIe 5.0 NVMe SSD
씨게이트 FireCuda 540
FireCuda(파이어쿠다) 540은 아직 많지 않은 PCIe 5.0 NVMe SSD 시장에 발 빠른 대응으로 이전 세대를 압도하는 고성능 시대를 본격적으로 알렸다. 마이크론 낸드플래시와 파이슨 E26 컨트롤러, SK하이닉스 D램을 탑재하고 있으며, 2TB 모델 기준으로 최대 10,000MB/s의 순차 읽기 속도와 최대 10,000MB/s 순차 쓰기 속도를 제공한다. PCIe 5.0은 기존 PCIe 4.0 인터페이스에 비해 2배 높은 대역폭을 자랑한다.
SSD 테스트
그렇다면 PCIe 4.0 NVMe SSD인 SK하이닉스 Platinum P41과 PCIe 5.0 NVMe SSD인 씨게이트 FireCuda 540을 통해 성능을 확인해 보자. 동일한 조건을 위해 같은 PC 시스템에서 테스트했고 SSD 용량도 1TB로 같다.
PC 시스템 제원은 다음과 같다. ▲CPU - AMD 라이젠9 7950X ▲RAM - 마이크론 크루셜DDR5-5600 CL46 16G x2 ▲메인보드 - ASUS ROG CROSSHAIR X670E ▲그래픽카드 - AMD 라데온RX 7800 XT ▲쿨러- 커세어HYDRO SERIES H115i ▲파워서플라이- 마이크로닉스Classic II 850W 80PLUS GOLD ▲OS - 윈도우11 Pro (64bit)
벤치마크 테스트 (읽기/쓰기)
먼저 크리스탈 디스크 마크(CDM)와 블랙 매직 디자인의 디스크 스피드 테스트를 통해 Platinum P41과 FireCuda 540의 읽기 속도와 쓰기 속도를 확인하자.
크리스탈 디스크 마크에서 Platinum P41은 읽기 속도 7,131.65MB/s, 쓰기 속도 6,735.12MB/s를 기록했다. FireCuda 540은 읽기 속도 9,625.39MB/s, 쓰기 속도 8,836.36MB/s를 기록했다.
블랙 매직 디자인의 디스크 스피드 테스트에서 Platinum P41은 읽기 속도 5,352.2MB/s, 쓰기 속도 5,253.2MB/s를 기록했다. FireCuda 540은 읽기 속도 8,398.2MB/s, 쓰기 속도 6,569.8MB/s를 기록했다.
게임 속도 테스트
게임 속도 테스트도 진행했다. 게임 속도 테스트는 로딩 시간이 상당히 긴 ‘엘든 링’의 첫 구동 시간 테스트와 다이렉트 스토리지를 지원하는‘포스포큰’의 벤치마크 테스트를 비교했다.
‘엘든 링’의 첫 구동 시간 테스트는 0.2초의 오차범위 내로 차이가 거의 없었다.
다이렉트 스토리지를 지원하는‘포스포큰’의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다. 이전 PCIe 3.0 SSD와 PCIe 4.0 SSD를 비교했을 때는 PCIe 4.0 SSD가 1~2초 내외의 약간 더 빠른 로딩 속도 차이를 보여줬다. 하지만, PCIe 4.0 SSD와 PCIe 5.0 SSD를 비교했을 때는 0.1초 내외로 사실상 차이가 없거나 테스트 구역에 따른 PCIe 4.0 SSD가 오히려 더 빠른 로딩속도를 보여줬다.
작업 속도 테스트
고성능(고대역폭)의 저장장치 속도는 작업 용도의 전문가용 프로그램에서 빛을 발한다. 특히 대용량 데이터를 다루는 영상 편집 시 인코딩 작업에서 차이를 보여준다. 고용량 영상을 인코딩할수록 저장장치의 속도가 빠른 쪽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8분 가량의 4K UHD 고해상도 영상을 AV1 코덱으로 인코딩하는 데 걸린 시간을 체크했다. 생각보다 큰 차이는 없었지만, 더 긴 영상을 인코딩한다면 차이는 좀 더 벌어질 것이다.
빨라진 속도만큼, 높아진 온도
PCIe 5.0은 현존 가장 고대역폭의 인터페이스로 읽기/쓰기 성능의 10,000MB/s 시대를 열었다. 당연하겠지만 벤치마크 테스트에서도 기존 PCIe 4.0의 최상위급 SSD인 Platinum P41를 압도했고, 영상 인코딩 작업에서도 앞선 속도를 보여줬다.
허나 방열에는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빠른 속도만큼이나 SSD 온도도 높게 상승한다. 만약 부하가 가중되는 작업을 하게 된다면, 발열에 의한 스로틀링(Throttling)으로 성능이 강제로 낮춰지게 된다. 실제 테스트 결과, FireCuda 540의 온도가 85도를 넘어서는 순간 성능이 PCIe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따라서 PCIe 5.0 SSD에 고성능 방열판 장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PCIe 5.0 SSD, 과연 필요할까? 시기상조인가?
PCIe 5.0 M.2 SSD의 가장 큰 단점은 장착할 수 있는 플랫폼이 극단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현재 PCIe 5.0 SSD를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은 AMD의 경우 B650(E), X670, X670E 칩셋 장착 메인보드뿐이며, 인텔은 일부 Z790 칩셋 메인보드만이 PCIe 5.0 SSD를 지원한다. 고가의 상급 메인보드에서만 지원하고 있다 보니, PCIe 5.0 SSD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현재 사용 중인 또는 새로 구매하려는 CPU, 메인보드를 반드시 확인해 보고 고려해야 한다.
또한 장점으로 언급한 빠른 속도를 일반 유저가 체감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전문 영역인 3D 랜더링, 인코딩 등을 제외한다면 일반적인 PC 사용에서 PCIe 4.0 SSD와 PCIe 5.0 SSD의 차이는 거의 없으며, 특히 게임 플레이에서도 0.2초 내외의 사실상 무의미한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2배가 넘는 가격의 PCIe 5.0 SSD를 구매할 이유는 전혀 없다.
물론, 아직 출시 초기인 점을 고려해 보면 나중에는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PCIe 4.0 SSD는 가격, 성능, 호환성 면에서 빠르게 안정화되면서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이렇듯 현재 인터페이스별 SSD 판매량을 보면 PCIe 4.0 SSD가 36%, PCIe 3.0 SSD가 34%, SATA III SSD가 29%의 점유율로 나타났다.
PCIe 5.0 SSD는 이제 막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PCIe 5.0이 보급되는 시기가 온다면 그 진가는 더 발휘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로서는 시스템 제약, 발열, 가격의 3가지가 해결되기 전까지는 PCIe 4.0 SSD가 메인 저장장치의 왕좌에 군림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