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내부통제 동력 잃었나... 코너몰린 이석용 NH농협은행장 기댈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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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내부통제 동력 잃었나... 코너몰린 이석용 NH농협은행장 기댈 곳은?
  • 김호정
  • 승인 2024.09.1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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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금융 사고, 직장 갑질 등 내홍 확산
성과주의 압박, 중앙회 입김에 조직 장악력↓
금융당국 지배구조 개선 예고... 이석용 연임 '암운'
이석용 NH농협은행 은행장. 사진=농협은행
이석용 NH농협은행 은행장. 사진=농협은행
  [smartPC사랑=김호정 기자] NH농협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에 구멍이 뚫리면서 각종 금융사고와 갑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12월 31일 임기 만료를 앞둔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은 내부 깊숙한 곳까지 장악력을 미치지 못하며 연임 가도마저 불투명한 상황을 맞았다. 이 은행장은 취임 이후 역대 최대 실적 달성, 비이자 부문 수익 확대, 디지털 전환 등 성과를 이뤘지만 각종 사고에 발목 잡히며 성과마저 빛이 바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행장은 임기 첫해인 지난해 말 당기순이익 1조7804억원을 달성했다. 전년(1조7182억원) 대비 3.6% 증가한 수치다. 올해 상반기에는 순이익 1조2667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6% 실적을 끌어올렸다. 대표적인 영업지표인 충당금 적립 전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조891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2.4% 증가했다.   
올해 금융사고만 6건 5대 은행 중 직장 갑질 1위
역대급 실적 달성이란 빛나는 타이틀 이면에는 횡령·배임, 직장 내 갑질, 내부 감시시스템 붕괴란 그림자가 자리했다. 이 행장의 재임 기간 보고된 금융사고만 총 12건에 이른다. 특히 올해에만 총 6건이 발생했는데, 지난 3월엔 한 지점 직원이 허위 매매 계약서를 악용 부동산 담보 대출을 진행해 109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됐다. 5월에는 수십억 원대 가장 분양자 대출, 공문서 위조 및 업무상 배임 사고에 이어 시재금 횡령, 금융거래 실명 위반 등 크고 작은 사고가 계속됐다. 그럼에도 내부 통제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지난달에는 서울 지점의 한 직원이 지인 명의를 도용해 117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됐다.  금융사고에 이어 직장 내 갑질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NH농협은행은 직원 간 폭언과 욕설, 폭력과 현금갈취, 부당한 업무 지시 등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월등히 많았다. 고용노동부가 이달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주영 의원에게 제출한 '은행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및 처리 현황'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농협은행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은행은 우리은행과 함께 10건으로 가장 많이 신고됐다. 올해 상반기까지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5건 가운데 3건이 농협은행에서 발생했다. 이에 김 의원은 성과 지상주의와 경직된 조직문화를 직장 내 괴롭힘을 증가시키는 원인으로 지목하며, 억대 연봉에도 은행을 떠나는 직원이 생기는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관계자도 "최근 금융권에서 비이자 수익을 강조하면서 실적 압박 등 성과주의를 요구하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며 "실제 직장 내 괴롭힘은 신고 건수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농협은행 등 은행권은 특히 경직된 문화 때문에 이직하기가 쉽지 않다"며 "가령 다른 지점으로 가더라도 한 다리만 건너며 서로 아는 사이다 보니 신고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고 부연했다.  이 행장은 취임 초인 지난해 3월 취임 일성으로 청렴·소통·배려를 실천하고 사고·갑질·성희롱을 근절하는 '윤리경영(3행3무) 실천'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 행장이 3무를 외쳤지만, 재임 기간 근절해야 할 3가지 항목인 금융사고와 갑질이 잇따라 터지며 체면을 구겼다.   
이석용 행장, 조직 장악력에 의문
금융권 안팎에선 NH농협은행의 잇따른 사고의 원인으로 내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배경에 이 행장의 장악력이 내부 곳곳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란 시각이 나오고 있다. 이는 NH농협은행의 지주사인 농협금융지주보다 농협중앙회의 입김이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NH농협은행은 농협금융지주가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다.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중앙회의 100% 자회사로 농협은행은 농협중앙회의 손자회사가 된다. 특히 농협중앙회 소속 임원이 농협금융 계열사로 선임되는 낙하산식 인사가 비일비재하다 보니 은행 임직원들이 수장인 은행장의 입김보다 중앙회 소속의 조합장 등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사실상 농협은행의 인사권을 농협중앙회가 쥐고 있는 셈이라 책임감이나 조직 기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비판이 계속돼 왔다.   이 같은 기형적 지배구조에 금융당국도 칼을 뽑아 들었다. 금감원은 올해 5월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에 대한 고강도 정기검사를 하며 지배구조를 들여다본 바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안에 농협금융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를 예고한 상황이다. 조직 쇄신을 위해서라도 새 인물을 선임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더욱 낮게 점쳐지고 있다.  농협중앙회 역시 금융당국의 기조를 따르겠다고 밝힌 상태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내부통제와 관리책임 강화 방안'을 내놓은 자리에서 중대 사고로 물의를 빚은 계열사 대표의 연임을 제한하겠다고 말했다. 중대 사고의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으나 10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사고가 발생한 농협은행이 사정권을 피해가긴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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