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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초격차' 속도 삼성, 사법 족쇄 풀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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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초격차' 속도 삼성, 사법 족쇄 풀어줘야
  • 김호정 기자
  • 승인 2024.10.14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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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107차례 중 97회 재판 출석...해외 출장보다 많아
반도체 약세...신속·과감한 결단 지연된 영향도
사법리스크 해소로 '오너 경영' 장점 살려야
사진=삼성전자
사진=삼성전자

[디지털포스트(PC사랑)=김호정 기자]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라', '큰 목표를 가져라'

삼성전자의 '초격차' 정신은 1983년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며 삼성전자 임직원이 만든 '반도체인 신조'에서 기인한다. 반도체인의 신조를 마음에 새긴 삼성은 1992년 세계 최초 64Mb(메가비트) D램을 개발, 1993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 세계 1위에 등극했다. 지금의 삼성 반도체를 만든 저력이 '반도체인의 신조'에서 나왔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삼성 반도체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왔다. 그랬던 삼성전자가 최근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앞으로의 50년'을 위해 새롭게 일하는 방식을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반세기 동안 삼성 반도체의 구심점이었던 반도체인의 신조를 앞으로 50년에 맞는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시켜야 할 때"라고 밝혔다. 40년간 이어온 삼성전자의 정신이 재소환된 건 업계 안팎에서 거론되는 삼성의 위기설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악화로 연간 15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에도 부진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1분기 6조606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이어 2분기에도 6조4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그룹 전체 실적의 62%를 책임졌다. 회복세에도 위기설은 불식되지 않았다.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반도체인 D램의 수요 감소와 HBM(고대역폭메모리)의 공급 과잉 등으로 내년부터 '반도체 시장에 겨울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내년 AI투자를 줄이면서 HBM 수요가 줄고 그 여파가 메모리 3사(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이유를 들었다.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글로벌 3사 중 하나인 마이크론이 깜짝 실적을 발표하며 주가는 소폭 회복됐지만 삼성전자의 사업 경쟁력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AI 시장 확대로 급부상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뺏기며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경우 대만 TSMC와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올해 2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2.3%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는 50.8%P 앞서며 1분기(50.7%P)와 비슷한 격차를 보였다. 

업계에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의 추격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반응도 있지만, 이는 기술력의 한계 문제라기 보다는 삼성의 빠르고 과감한 투자 결정 시스템이 부재한 탓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으로 2021년 4월부터 재판을 받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총 107차례 열린 재판 중 96차례 참석했다. 매주 1~2회꼴로 법원에 출석했는데, 불출석한 사유도 대통령 해외 순방 등 주요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였다. 이 회장은 앞선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재판까지 감안하면 8년째 사법 리스크에 시달려온 셈이다. 사실상 경영에 집중할 수 없는 환경에서 반도체 경쟁력 제고, 미래 먹거리 확보 등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을 벌여온 것이다. 해외 출장보다 법원에 출석하는 횟수가 더 많은 만큼 M&A 등 공격적인 포지션을 취하는 분야에서 삼성의 시계는 사실상 멈춰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사법 리스크가 이 회장을 너무 옥죄고 있다"며 "경영 외적인 요소에 휘둘리며 경쟁력이 약화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전문 경영인이 아닌 오너 경영이 가지는 장점이 있다"고 부연했다. 

2심 재판부는 내년 초 이 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에 관한 결론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이 곧 해소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검찰이 상고심까지 강행할 경우 이 회장이 짊어질 사법 리스크 기간은 10년을 넘기게 된다. 앞서 이 회장은 무죄 판결이 받은 1심 재판의 최후 진술에서 기업인으로서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게 해달라며 "삼성이 진정한 초일류기업,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저의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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