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포스트(PC사랑)=나스 기자]
올해의 게임으로 선정된 '검은 신화 : 오공'
올해 42주년을 맞이한 가장 오래된 게임 시상식 중 하나인 Golden Joystick awards 에서 중국 Game Science사의 '검은 신화 : 오공'이 올해의 게임으로 선정됐다. 또한 현지시각 12월 12일에 개최된 최근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게임상 중에 하나인 The Game Awards 에서도 '검은 신화 : 오공'은 액션 게임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작년 앨런 웨이크2, 발더스 게이트, 젤다의 전설 : 왕국의 눈물 등 다양한 트리플 A 게임이 경쟁하던 것에 비하면, 올해는 비교적 대작이 적었던 한해로 평가받기는 하지만, 중국의 게임이 Golden Joystick Awards에서 올해의 게임으로 선정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온라인 모바일에만 강했던 중국 게임산업의 변화
중국은 막대한 내수시장을 보유하고 있지만, 게임 개발 능력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편이었다. 2010년대만 해도 중국의 대표적인 인기 게임들은 한국 게임사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와 넥슨의 '던전앤파이터'처럼 해외에서 개발된 게임들이 주를 이루었다.
당시 중국 자체 개발 게임은 대부분 유명 해외 게임을 표절하는 수준에 머물렀으며, 왕이되는자, 기적의 검 등과 같은 흔히 말하는 저급한 양산형 모바일 게임이 주를 이루었다. 이러한 낮은 품질의 중국산 게임들은 해외에서는 물론이고, 중국 내수시장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며 경쟁력을 입증하지 못했다.
중국, 해외 모바일 게임 하청으로 쌓은 노하우로 성공
그러나 중국은 큰 내수시장과 풍부한 전문 인력, 그리고 막대한 자본 투자를 기반으로 2010년대 후반부터 세계를 놀라게 할 만한 게임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이 해외 모바일 게임의 아트 및 프로그래밍의 하청 등을 통해 쌓은 노하우가 큰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이 세계 시장에서 첫 대규모 성공을 거둔 게임은 2020년 미호요가 출시한 ‘원신’ 이었다.
원신은 최초 공개 당시 닌텐도의 ‘젤다의 전설’을 모방한 표절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부분유료화 온라인 게임으로서 '젤다의 전설'과는 차별화된 플레이가 가능한 캐릭터에 서브컬처적 요소를 결합하며 독창적인 게임성을 선보였다.
또한, 대부분의 콘텐츠가 다른 유저와의 협업이나 경쟁보다는 싱글플레이에 가까운 방식으로 구성된 점도 특징적이었다. 이에 ‘원신’은 공개된 지 4년 만에 이미 원신과 유사한 게임들이 다수 등장할 정도로 하나의 장르를 만들었다고 평가받는다.
중국 콘솔 게임의 가능성을 입증한 '검은 신화 : 오공'
원신의 성공 이후에도 소녀전선, 러브앤딥스페이스 와 같은 서브컬처 게임들만이 주목받으며, 중국은 여전히 트리플 A 게임을 제작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올해 등장한 검은 신화 : 오공은 이러한 평가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검은 신화 : 오공'은 서유기에서 영감을 얻어 손오공의 영혼 조각 6개를 얻기 위한 주인공 ‘천명을 얻는자’의 모험을 그린 액션 게임이다.이 작품은 2024년 8월 20일 PC와 콘솔인 플레이스테이션으로도 동시 발매되었다. 그동안 중국에서는 콘솔 게임이 거의 제작되지도 않았고, 높지 않은 콘솔 보급률, 콘솔 게임 제작의 노하우 부족으로 검은 신화 : 오공에도 큰 기대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공개된 게임은 뛰어난 그래픽과 아트디자인, 개성 있는 전투 시스템, 적당한 난이도의 보스전, 그리고 80종 이상의 보스를 포함한 방대한 분량으로 평단과 게이머의 호평을 받았다.
물론, 중국에서 거의 최초로 도전한 트리플 A 게임인 만큼, 게임 최적화 문제, 일부 편의성의 부족이 지적받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준수한 완성도를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반응에 힘입어 발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누적 판매량 2,000만 장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앞으로 더 험난한 길이 예상되는 한국 게임산업
물론 검은 신화 : 오공의 판매량은 중국의 거대한 내수시장에 힘입었다는 평가가 있다. 실제 발매 당시 검은 신화: 오공의 접속자 88.1%가 중국인이라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2024년 같은 콘솔 액션 게임으로 전 세계의 호평을 받았던 쉬프트업의 ‘스텔라블레이드’가 발매 2달만에 100만 장을 판매하였지만, 오공의 2000만장에는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큰 내수시장과 애국 소비를 기반으로, 중국의 콘솔 시장은 앞으로 더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 게임을 소비만 하던 중국에서 이제 게임을 제작하고 그것이 넓은 내수시장을 통해 판매되는 중국은 이제 한국 게임사에게 쉬운 시장이 아니게 변화하고 있다.
시장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는 중국의 '판호 허가
특히 중국에서 게임을 판매하기 위해 국가광파전시총국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판호’ 허가는 국내 게임사가 중국에 도전하게 어렵게 하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판호’ 신청에서부터 허가가 나올 때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다양한 제약 조건이 부과된다. 이에 중국에는 전 세계 동시 발매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고, 이미 한참 전 발매된 게임을 이후에 중국에서 서비스할 수밖에 없어 한국 게임의 중국 공략이 나날이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매한 2023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2년 한국 게임 수출액은 한화 약 11조를 기록했고, 그중 30%를 중국으로의 수출이었다. 그러나 중국 게임 산업의 급성장은 이러한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한국 게임 산업이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고, 수출 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외교적 역량을 적극적으로 발휘해야 할 시점이다.
<이 기사는 digitalpeep님의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