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조종석에서나온오디오기술 “SRS가어디서나온기술인지아십니까?” 김정택 지사장이 먼저 물었다. 사실 SRS 랩스 소개 자료를 미리 읽고 가기는 했지만, 어디서 나온 기술까지는 모르던 차에 불쑥 질문을 받으니 한편으로는 당황스럽기도하고한편으로는 궁금하기도 했다. “원래는헬기조종사와지상관제소사이에원활한통신을위해서개발했던기술입니다.” SRS 랩스가헬리콥터생산업체로잘알려진휴이(Hughes aircraft company)로부터분리된건알고있지만, 그기술을만들게된배경은처음들었다. 헬기안에서는프로펠러소음탓에두툼한헤드셋을써도바로옆사람과도이야기를나누는게수월치않았던터라휴이는지상에서전달된소리가좀더또렷하게들리도록소리를변화시키기위한연구를시작했다. 그러던중3차원알고리즘을개발하면서이를스테레오음악에접목시켜보니소리가한결좋아진다는사실을알게됐고이를발전시킨것이3차원입체음향이라는것이다. 휴이는 이 기술의 상업적 가치를 깨닫고 1993년에 회사를 분사해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2채널 스테레오가 전부였던 때에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음향 사운드가 나왔으니 음향 업계는‘놀랄 노’자의 표정으로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휴이는 93년 분사 이전인 1980년대 말부터 세계적 기업을 대상으로 프로모션을 했다. 삼성, LG도 그 대상이었다. SRS 랩스는 1998년에 한국 지사를 세우면서 동화그룹의 혈기왕성한 청년이었던 김정택 지사장(당시 30세)을영입해SRS 랩스를이끌게했다. 소리의맛을살리는음향효과 세계 점유율이 80%라면 얼핏 독과점 기업으로 오인하기 십상이다. 우리나라 사정도별반 다르지 않아서 80~85%의 제품에 SRS가 쓰이고 있다. 그럼에도 거부감이 없다.어째서? “스테레오만으로 입체음향을 내는 기술은 SRS 랩스가 원조입니다. TV나 오디오, 작은 디지털 장치의 스테레오 사운드에 멀티채널 효과를 내는 것이라 저비용 고효율이랄까요.” SRS는딱두개의스피커만있으면쓸수있는기술이다. 3개도 4개도필요없다. 양귀에서 들리면 입체 음향 효과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이용자는 추가 비용 없이 음악과 소리를 여러 개의 스피커에서 듣는 효과를 얻고, 업체는 라이센스와 부품을얻는 데 드는 약간의 비용만으로도 제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2012년까지 SRS와 계약을 맺은 상태라 정품 윈도를 쓰는 이들은 미디어 플레이어에서SRS WOW를거의공짜로쓸수있다. 김지사장에게스테레오사운드에왜SRS를입혀서들어야맛인지물었다. “음식을 먹을 때 소금을 찍어먹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랄까요? 양념 같은 기술입니다.” 입체 음향을 안 써도 음악을 듣는 데 지장은 없다. 하지만 효과를 안 쓰면 지루하고 EQ도 오래 듣다보면 질리기 때문에 또 다른 맛을 내기 위해서 입체음향을 얹는 것이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비행기가 지나갈 때 스테레오는평면적인 느낌이라 몰입이 어려운 반면, 3차원 입체 음향은 소리의 방향과공간까지도 알려줘 쉽게 빠져들 수 있다. 때문에 SRS는 음악뿐 아니라 영상에맞는질좋은소리를들려줘야할디지털TV 등에도잘어울린다. 업계와보조를맞춰가는전략 SRS의 경쟁 기술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업계에서의 경쟁 상대는BBE 사운드다. 하지만 라이센스 비용이 SRS보다 싼데도 BBE를 쓰는비율이높지않다. “SRS는 매년 업계에 필요한 새 기술을 개발해 관련 업체에 업그레이드를 해주는데 BBE는 그렇지 못합니다. BBE도 좋은 기술입니다만,SRS 만큼의성능은나오지않아요.” SRS 랩스가소프트웨어기반회사여서많은것을개발하기는어렵지만, 그래도 매년 한두 개의 신기술을 내놓고 업그레이드 해준다. SRS의 대표적인 기술인 SRS WOW는 WOW 2.0, WOW HD 등으로 발전했고 SRS와 계약을 맺은 디지털 업체들은 아무런 거리낌없이새기술을넣은제품을만들수있었다. SRS 랩스의 신기술 개발은 캘리포니아 본사의 엔지니어가 프로젝트를 만들면 각 그룹별 엔지니어가 컨셉트만 잡아준 다음 다른 엔지니어들이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이를 외부 코딩 업체에맡겨 틀을 만든다. ARM이나 DSP에 맞는 기계어 코딩을 끝내고 틀을 갖춘 완성품이 도착하면 내외부 평가를 통해 검증을하고 이것이 끝나면 기술을 공급한다. 외부 코딩은 미국이나인도, 일본 등 실력 있는 업체에 맡긴다. 하지만 기업이 필요로하는부분을옵티마이징(최적화)해주기도한다. “얼마 전에 우리나라 휴대폰 업체가 10밴드 EQ를 요구했어요. 무척 세밀한 작업이었지만 업체의 요구대로 해줬는데만족스러운음질의MP3 휴대폰을 만들더군요.” 업체는 알고리즘 설계와 외주 용역 등에 들어가는비용을 부담하지만 원하는 결과를 가질 수 있어 나쁜것만은 아닌 듯 하다. 여러 업체가 비슷한 요구를 해오면 SRS 랩스에서 직접 옵티마이징을 해 공급할 때도 있다. 수요에 맞춰 전략적으로 기술을 만드는 SRS랩만의방식으로경쟁업체가끼어들틈을막고있다. 디지털방송으로 멀티채널시장에도전 세계 3대 음향 회사는 돌비와 DTS, 그리고 SRS다. 돌비와 DTS는 멀티채널(소리를 여러 개로 분리해 그 채널에연결된 스피커에서 소리를 재생하는 기술)에서, SRS는 3차원 입체 음향에서 독보적이다. 이 업체들은 시장을 엄격히 나눠 가지고 있다. SRS는 소형 음악 장치는 물론 세계80여개 TV 브랜드에서 쓸 만큼 강한 인지도를 자랑한다. 돌비와 DTS는 영화 쪽의 지배력이 강하다. 극장이 돌비나 DTS같은 멀티채널 오디오 시스템을 구축해 놓아서다. DVD도 극장 시스템 때문에 돌비(또는 DTS) 오디오를 쓴다. 영화 인코딩비즈니스는 돌비와DTS에게가장큰수입원중하나다. SRS는 지금 돌비와 DTS가 차지한 멀티채널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해왔고 돌비나 DTS의 영역인 영화와 가정용 영상 시장을 공략하기보다는 디지털 방송을 통해 멀티채널 기술인서클서라운드, 서클서라운드2를알릴계획이다. “이미 일본에서는 아사히와 후지 TV, 도쿄 FM, 요코하마 FM에서서클 서라운드를 쓰고 있어요. 우리나라도 방송 3사와 협의 중이고요. 미국 ESPN이나 폭스 TV 등도 서클 서라운드를 써 방송을 송출합니다.” SRS 랩스가 방송 시장을 노린 것은 모든 방송에서 돌비 인코딩을 할수 없어서다. 돌비 인코딩 장비가 너무 비싸고 이를 다룰 수 있는 엔지니어가부족한탓이다. SRS 랩스의서클서라운드는장비가싸고쉽게인코딩을 해 일손을 덜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특히 서클 서라운드는 소스가 멀티채널이 아니어도 멀티채널 사운드처럼 들려줄 정도로 채널 분리도가뛰어나미국에서는하이파이오디오기술로분류돼있다. 일본에서는 마란츠와 온쿄, 야마하 등 하이파이 오디오 업체들이 서클서라운드 기술을 넣은 홈시어터 시스템을 내놓고 있다. 가정에서도 소스에 영향을 받지 않고 멀티채널 오디오를 들을 수 있는 매력으로 하이파이업체들을움직이게하는데성공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클 서라운드에 대한 반응이 좋아요. 앞으로 서클 서라운드로 인코딩된 방송 소스를 잘 들을 수 있는 장치의 수요가 있을 것이라기대합니다.” 서클 서라운드의 장점은 꼭 전용 장치가 아니라 SRS 트루사운드 XT나 SRS와우 HD만 있어도 질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SRS 랩스가 높은기술 호환성으로 거실 공략에 성공하게 된다면 세계 음향 기술의 판도는 다시그려지게될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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