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알코올, 도박, 그리고... 게임!? 게임법, 누구를 위한 법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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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알코올, 도박, 그리고... 게임!? 게임법, 누구를 위한 법률인가
  • PC사랑
  • 승인 2014.01.07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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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게임 중독, 마약 중독과 다를 바 없다?


일단, ‘컴퓨터 게임 중독’이라는 진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 심리학자나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도박 중독에 대한 진단 기준을 컴퓨터 게임 중독에 대한 대략적인 평가 도구로 이용했을 뿐이다. 컴퓨터 게임 중독과 도박 중독은 일부 징후와 행동이 겹치기는 하나, 이 분류 방식은 현재 거의 사용되지 않고 연구자들은 더 나은 분류 방식을 정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한 같은 문제로 치부된 알코올, 약물 중독은 생리적, 정신적 문제를 수반하지만, 컴퓨터 게임 중독은 충동 조절 문제 등의 정신적 문제만 관련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문제가 발생한다 해도 이를 객관적으로 규
정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한 자료는 거의 전무한 실정으로, 사실상 ‘게임중독’이라고 결정하는 것은 ‘중독됐다’는 확진이 아니라 ‘중독된 것으로 판단된다’는 추정에 불과하다.
 
 

언제는 살리자며?

문화콘텐츠 산업을 육성하자고 목소리를 높이던 것이 10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지난 2011년 문화콘텐츠 산업 매출 순위에서 음악(2,040억 원)은 도서(3,572억 원), 영화(322억 원)를 모두 합쳐도 게임 산업(2조 5,547억 원)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음악만 따로 놓고 보면 겨우 8% 수준이다. 그런데도 선정성과 수준 이하의 음악성으로 빛이 바랜 K-pop의 미미한 성과는 언론에서 ‘한류’라는 썩은 포장지로 도배하고 있다. 반쯤 헐벗은 아이돌이 외국 가수 콘서트의 바람잡이 몇 번 하고 돌아오면 마치 전미 투어 콘서트라도 하고 온 것처럼 너스레를 떤다. 프로게이머가 세계 대회에 참가해 당당히 우승하고 1백만 달러의 상금을 쥐고 돌아와도 국내 뉴스에선 일언반구 언급조차 없다.
이쯤 되면 정부와 국회의원들의 말 바꾸기 수준이 바닥을 치고 있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세계적으로도 알아주는 한국의 게임 산업과 게임에 대한 열정을 그들은 또 하나의 용돈 수입처로밖엔 생각하지 않나 보다. ‘돈 잘버니까 얼마쯤 징수해도 괜찮겠지’싶은 판단일까? 게임을 마약과 같은 범주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언에서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10월 31일 공청회에서 한 게임 개발자는 ‘그럼 우리들은 마약을 제조하는 것이냐’고 반문했고, ‘인터넷 중독 자료를 놓고 왜 게임 중독을 거론하느냐’고 중독법의 부실한 근거를 꼬집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사회자 기선완 교수의 ‘말꼬리 붙들지 말라’는 비아냥으로 돌아왔을 뿐이다. 사실 자유토론이 시작될 때부터 중립을 지켜야 하는 사회자로서의 입장을 내버린 기선완 교수였지만, 토론 내내 중독법 찬성의 입장은 대변하고 반대의 입장은 재빨리 집어던져 버리는 만행을 보여 때아닌 실소를 자아냈다. 게임개발자연대 김종득 대표의 발언처럼‘법안 관련 공청회인지 새누리당 단합 대회인지 모를’일방적인 토론회였다.
더 심각한 것은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의 발언이다. 스스로 ‘규제하자는 것이 아니’라고 수 차례 강조했지만, 애초에 예방과 치료는 시작점이 다르다. 어린 시절 기자가 팔에 맞으며 눈물 흘렸던 ‘불주사’는 장티푸스, 콜레라 등의 질환을 막기 위한 예방이고, 독감에 걸려 골골대며 병원에서 맞은 주사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인한 고열, 두통, 기침 등의 증상을 완화시켜 주는 치료다. 게다가 제목에 하나 더 있는 ‘관리를 위해선 위에 언급한 질환이나 증상을 포함한 모든 상황을 전문가 집단이 컨트롤해야 한다. 미국의 CDC가 그렇다.
 
 

결국 ‘신의진법’은 사실상 이에 앞서 손인춘 의원과 박성호 의원이 대표발 의한 법률안에 대해, 학부모들을 등에 업고 이를 그럴듯하게 포장하기 위한 허울에 불과하다. 박 의원은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 콘텐츠 유통으로 발생한 매출의 5% 범위에서 부담금을 징수하겠다고 했고, 손 의원의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은 여성가족부장관이 게임 중독 예방·치유를 위해 게임 사업자에게 연 매출액의 1% 이하로 부담금을 징수할 수 있도록 한다. 게다가 손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인 현재의 법령을 자신들의 파이로 끌어오기 위해 이 법률안의 말미에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와 ‘청소년 보호법’일부를 삭제한다는 부칙까지 내걸었다. ‘중독예방센터’나 비슷한 이름의 번듯한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본격적으로 게임 산업에 손을 내밀겠다는 취지로 볼 수밖에 없다.

단적으로, 이 법안들이 발의된 것은 한국의 게임 산업에 불을 지르겠다는 의도로밖엔 볼 수 없다. 멋대로 불을 지른 뒤, 끄고 싶으면 돈을 내라는 것이다. 게다가 이 법안이 내세우는 징수 대상자는 제대로 된 소방관도 아니다. 중독의 예방과 치료를 위한 부담금의 수령 및 관리자는 보건복지부가 아닌 여성가족부, 그것도 부서가 아니라 ‘여성가족부장관’이다. 신의진법, 손인춘법에 의해 중독치유센터가 건립되면 센터장 임명, 부담금 징수, 관리 등 거의 모든 이권이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주어진다는 뜻이다. 법안 제10조 4항에 기금의 관리와 관련한 사무를 센터에 위탁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지만 강제적인 사항은 아니다. 결국 중독치유센터가 생기면 이후의 모든 권력이 엉뚱한 물총잡이에게 건네진다는 의미다.

국민들이 게임을 즐길 권리를 제한·관리하는 것은 이 법안의 일부에 불과하다. 한 겹 들춰보면, 게임을 넘어 ‘인터넷’이란 매체 전체를 통제하겠다는 의미가 법안 곳곳에 담겨 있다. 제2의 유신정권이 들어서진 않을지 걱정되기까지 한다.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신의진법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 손인춘법 ‘인터넷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안’, 박성호법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알아보고, 게임을 즐기는 국민의 일원으로서 이 법안들의 정당성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자.
 
 
 
 

 
신의진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중독’은 ‘알콜, 인터넷게임, 도박, 마약 등 중독유발 물질 및 행위에 신체적·정신적으로 의존하는 상태’로 명시하고 있다. 게임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없어 시작부터 이것이 법안인지 친구 사
이의 약속인지 모호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아니다. 게임을 도박, 마약과 같은 불법 행위와 같은 선에서 바라보는 것이 이 법안의 시작점인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신의진법은 또한 국내 약 5천만 인구의 약 6.7%에 해당하는 333만 명이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중독자로 추정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백 명 중 일곱명 가량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라는 수치다. 정작 입법조사
처에선 4대 사항에 대해 치료가 필요한 만성중독군은 34만 명에 불과했다.
알콜 중독이 22만으로 가장 많았고, 게임중독은 5만 정도였다. 법안의 제안 이유에서 공개한 이 수치는 제대로 된 증거나 출처도 명시돼 있지 않다.

지난 10월 31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괸에서 열린 4대 중독 예방 토론회에서 신의진 의원은 연신 ‘게임을 규제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일부는 맞는 말이다. 이 법안 내에선 게임을 규제한다는 내용은 없으니까. 문제는 이 법안 내에서 정의하고 있는 단어 및 정의가 불분명하거나 비상식적으로 넓게 형성돼 있는 점이다.
 


제2조 1항(중독의 정의) 라. 인터넷게임 등 미디어 콘텐츠

 
‘인터넷’과 ‘게임’은 엄연히 다르다. 이 단어는 신의진법 뿐 아니라 손인춘법에도 사용되고 있는데,「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게임물’은 ‘컴퓨터 프로그램 등 정보처리 기술이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오락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이에 부수하여 여가선용, 학습 및 운동효과 등을 높일 수 있도록 제작된 영상물 또는 그 영상물의 이용을 주된 목적으로 제작된 기기 및 장치’를 뜻한다. 이 정의에 따르면 컴퓨터, 게임 콘솔 등 일반적으로 ‘게임’을 실행할 수 있는 모든 기기와 소프트웨어가 게임물에 포함된다. 그러나 ‘전 세계의 컴퓨터가 서로 연결돼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거대한 컴퓨터 통신망’으로 정의되는 ‘인터넷’과 연관될 수는 있으나 같은 개념은 아니다. ‘인터넷 게임’을 법적 용어로서의 ‘게임물’과 동일한 개념 으로 보는 것은 틀렸다는 뜻이다.
한 마디로 ‘인터넷’과 ‘게임’을 한 데 묶는 것은 두 단어가 각각 품고 있는 거대한 의미를 알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인기가 높은 PC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그리고 오락실의 슈팅 게임 ‘스트라이커즈 1945’가 같은 개념으로 묶이는 것이다. 인터넷은 게임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대전 게임의 대표작 ‘철권’은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지  않아도 혼자 즐길 수 있고, 다양한 게임 모드 중 하나인 ‘온라인 대전’을 즐길 때만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철권’이라는 게임 타이틀을‘인터넷 게임’이라고 명명할 수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항목에는 ‘미디어 콘텐츠’라고도 명시돼 있다. 대단하다. 일반적인 개념에서 보면 TV, 영화, 라디오 등 ‘미디어’에 포함된 모든 콘텐츠가 중독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커지고 있는 속칭 ‘막장 드라마’도 중독의 대상이고, 매일 듣지 않으면 뭔가 허전함을 느끼는 밤 열시의 라디오 프로그램의 청취자들도 ‘중독’이란 병명으로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할 판이다. 이쯤 되니 ‘대한민국’이란 거대한 정신병원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닌가 하는 의문마저 생길 정도다.

모 기자가 ‘어린 시절 나는 구슬치기 중독이었다’는 칼럼을 인터넷에 남겨 제가 되고 있다. 그 기자는 글에서 뽀로로 중독인 어린아이, 골프 중독인 회사의 부장 등 수많은 중독의 대상을 거론하며 ‘4대 중독만으론 부족하다, 1000대 중독 예방법이 돼야 할 것’이라고까지 했다. 마지막 ‘금배지중독’이 압권이었다. 어떤 행위를 어떻게, 얼마나 해야 중독이라고 판단할 있는지에 대한 객관적·주관적인 기준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조건 ‘게임=중독물’로 규제한다는 것은 초등학교 학급회의에서도 나오지 않을 법한 망언이다.
 

제3조 3항(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중독의 예방 및 치료와 중독폐해 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이에 필요한 재원(財源)을 확보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쉽게 말해 법안을 제정하고, 이를 위한 재정 지원을 해 달라는 것이다. 정확한 예상 예산안도 법안에 포함돼 있지 않고, 심지어 법률안 마지막의 비용추계서 미첨부 사유서에는 ‘해당 법률안 이행에 따른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나, 예상되는 비용이 연 평균 10억 원 미만이거나 기술적 추계가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에서야 정확한 추계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말은, 곧 ‘일단 법이 통과되면 우리가 얼마쯤 필요할지 알아볼 테니, 정부 및 지자체는 어떻게 해서든 해당 비용을 결제해주고 예상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 마디로, ‘법 만들어 관리할 테니 돈 내놓으라’는 것이다. 누가 관리할 것인지, 누가 관리할 수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런 조항까지 포함해 게임을 중독 대상으로 규제하겠다는 것은 자신들의 능력을 초과하는 월권행위나 다름없다.
 
 
 
 

일명 박성호법은 콘텐츠산업 진흥법의 일부를 개정하자는 법안으로, 제1장 제8조의 2항을 신설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른바 ‘상상콘텐츠기금의 설치’라는 포장지를 들춰보면,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콘텐츠 유통을 통해 발생한 매출액의 5%를 부담금으로 징수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기금의 사용 용도도 불명확하다. ‘콘텐츠 관련 기업 및 개인의 창업활동 지원 및 융자’는 사업 자금을 대 준다는 내용이고‘, 상상력에 기초한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이어지는 초기 기획단계 지원’은 사업 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도 없이 그저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준다는 뜬구름 잡기다.

또한, 기금의 재원 출처 중 2호 ‘정부 외의 자의 출연금 및 융자금’인데, 이 항목에 국내 모든 게임 개발사들이 포함된다. 바꿔 말하면, 게임을 포함해 영상물이나 기획물, 심지어 아동용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는 기업까지 콘텐츠를 만드는 모든 기업들이 문화체육관광부에 매출의 5%를 상납해야 한다는 소리다. 수익이 아니라 매출의 5%다.
 
예를 들어 보자. 게임개발사 A가 20XX년 100억 원의 매출을 올려 순이익 10억 원을 기록했는데, 박성호법이 통과되면 매출의 5%인 순수 5억 원을 정부기관에 빼앗기게 된다. 이는 대략적인 수치로, 대부분의 게임회사 매출액 대비 순이익 비율이 다른데, 2011년 기준으로 엔씨소프트는 매출액 6,088억 원/순이익 1,077억 원을 기록했다. 여기서 박성호법에 의해 매출액의 5%인 약 304억 원이 징수되면 순이익의 30%를 빼앗기게 된다. 넷마블의 경우 매출액 2,506억 원/순이익 54억 원으로, 5%인 125억 원을 빼면 거꾸로 71억 원의 적자가 발생한다. 엠게임처럼 당해연도 순이익 손해를 기록한 업체는 더 큰 빚을 지게 된다는 소리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5% 뿐 아니라 손인춘법에서 징수하는 1%도 잊으면 안 된다.
 
 
 
 

이 법안은 더욱 가관이다. 본 기사 처음부터 언급했던 ‘인터넷게임’에 대한 정확한 정의도 없거니와, 대놓고 게임업체에 매출액의 최대 1%를 징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지난해 게임 산업의 총 매출이 10조 원에 달하니, 적어도 1천억 원을 징수하겠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게다가, 중독 치유에 관한 법률의 권한이 보건복지부가 아닌 여성가족부장관에게 주어진다. 이것은 게임 산업에서 돈을 빼앗기 위한 명목으로 ‘인터넷게임중톡 치 유기금’을 여성가족부장관이 설치하고, 이 부서에서 게임업계에 깡통을 내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쯤 되면 ‘깡패’가 아니라 ‘거지’근성까지 보인다. ‘인터넷게임’이란 틀린 말을 차치하고서라도, 이 법률안에서 정의하고 있는 ‘인터넷게임을 지나치게 이용해 일상생활에서 쉽게 회복할 수 없는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기능의 손상을 입은 상태’가 어떤 것인지는 학계에서도 제대로 밝혀진 바가 없다. ‘게임 중독’이란 단어를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인식하는 것도 극소수의 정신과 의사들이나 일부 학부모들 뿐이다. 처음부터 게임을 중독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오류라는 소리다.
 

기자는 이 법안들의 오류와 그릇된 부분을 좀 더 명확하게 알아보기 위해 게임산업진흥법, 청소년보호법, 국민체육진흥법 등 수많은 법률을 찾아 봤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이 법률 검색을 멈추게 만들었다. ‘이 법이 그릇됐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고, 누구나 알고 있다’는 생각이었다. 진정 청소년들을 위해 중독이 될 수 있는 환경을 개선하고 보호하려 했다면, 눈앞에 놓인 ‘게임 산업 매출 10조 원’이라는 달콤한 말보다, 청소년들이 왜 게임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부터 찾으려 했을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법안을 주장하는 국회의원들도 이미 그 원인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손인춘, 박성호, 신의진 의원을 비롯한 이들은 이 상황을 도외시한 채 게임 산업의 높은 매출만을 보고 숟가락을 얹으려 하고 있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생각의 변화, 상투적이나 가장 필요한 이유


통계청의 2010년 조사를 살펴보면, 약 343만 명의 15~19세 청소년 중 여가를 활용하는 방법의 31%가 TV 및 영상물 시청이다. 게임 및 인터넷 검색도 26.2%로 높다(이 통계에선 ‘컴퓨터 게임’과 ‘인터넷 검색’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런데 청소년들이 실제로 하는 여가와 하고 싶은 여가는 괴리가 있다. 2011년 조사에 따르면 여행을 하고 싶은 청소년들이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콘서트, 공연 등 문화예술관람, 스포츠 활동 등이 뒤따랐다.
 
 
 
 

그런데, 왜 아이들은 하고 싶은 여가 활동을 즐기지 못하고 있을까? 이상과 현실의 가장 큰 이유는 ‘시간 부족’(45.1%)과 ‘경제적 부담’(34.2%)이었다. 결국 아침 7시부터 저녁 10시까지 학교에 있어서, 주말에는 나와도 금전적 여유가 없어서 하고 싶은 여가 활동을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주말 오후 전국의 모든 PC방들이 아이들로 북적이는 것은, 처음부터 기득권 세력들이 청소년들의 지향점을 자기들의 그릇 된 잣대로 몰아세운 결과인 것이다. 하고 싶어도, 할 돈이나 할 시간이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현재 숲 속에서 나무 한 그루의 열매만을 탐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그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 문화예술의 진보는 규제와 탄압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사탕과 당근만 가지고도 어렵다. 지금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하나를 해결하기 위해 열을 희생하는 것보다, 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두 함께 찾아 나가는 ‘헙력’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어머니와 딸이 함께 웃으며 즐길 수 있는 것은 개그콘서트 뿐이 아니다. 때로는 영화, 때로는 여행, 때로는 게임으로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는 것. 이것이 문화콘텐츠의 힘이고, 이것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대통령이라 해도 건드려선 안 되는 금단의 영역이다. 부디 이 법안에 대해 게임 업계와 정권, 학부모과 학생들, 그리고 게임을 사랑하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SMART PC사랑 정환용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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